"억울한 죽음 없도록 법·제도 뒷받침 해야"...법의학과 의료윤리 조명
새 대한법의학회장 최영식 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선출...내년부터 임기



▲ 대한법의학회 차기회장에 선출된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왼쪽)과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전남의대 교수). 최영식 차기회장은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다.ⓒ의협신문 송성철


"한국 법의학의 수준은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법률적 제도적 지원은 아직 부족합니다."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은 20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제39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대량재해 발생 시 개인식별·법의혈청학·법치의학·법의곤충학·법의영상학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며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희생자의 개인식별 등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으로 향상했다"고 밝혔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단시일에 해결하면서 한국의 법의학 수준이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대구지하철 참사(2003년)·세월호 참사(2014년) 등 대량참사가 발생했을 때 외국 법의학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2014년 10월 세계과학수사학술대전(WFF)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국내 기술로 개발한 '대량재해 희생자 신원확인 시스템(MIM)'을 외국에 전수할 정도로 법의학 기술이 발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법의학 발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장정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 의무사무관(법의관)이 이날 발표한 '2014년 부검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 사망자 26만 7672명 가운데 13.3%(3만 5478명)가 변사자로 집계됐다. 이들 변사자 가운데 NFS나 관학협력의대에서 부검이 실시된 것은 15%(5324건) 가량. 전체 사망자 대비로는 2.0%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사망자에게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변사자로 취급하고, 이 중 15∼30%를 부검한다"며 "단 한 명이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법의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의학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제도적인 뒷받침도 허술한 실정이다.


엄창섭 고려의대 교수(해부학교실)는 '법의학과 의사윤리' 주제발표를 통해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 개인 식별이 안된 상태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체 조직의 경우 처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마냥 보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죽은 이들은 말이 없고, 표도 없으니 법률 개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시신에 대한 부검윤리도 의료윤리와 마찬가지로 엄숙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 엄 교수의 주장.


엄 교수는 특히 "시신에서 얻은 사체의 일부를 전시까지 하며 상업화 하는 경향이 있다. 사자의 동의는 물론 기증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며 "최근 들어 시신을 활용한 교육·연구·산업 등에서 활용이 증가하면서 해부학자·병리학자·법의학자 외에 해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넓히는 데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정기총회에서는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학회를 이끌어 갈 새회장에 선출됐다.


최 차기회장은 1983년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부속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전공의과정을 거쳐 1987년 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 1991년 법의관으로 NSF에 발을 들였다. 법의학부장을 거쳐 2013년 12월 초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에 임명됐다. 학회에서 국제교류협력위원장을 맡아 2014년 세계과학수사학술대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했다.


최 차기회장은 "검시 집행 책임은 검사가, 집행은 경찰관이, 검안서 작성은 의사가 하고 있고, 변사자 부검은 반드시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며 "최근 들어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서도 보험 수급 문제를 놓고 현장 검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여러 부처와 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검시제도를 선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과 한국 법의학의 개척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오른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법의학회 학술상은 지난해 학회 학술지에 총 5편의 논문을 발표한 나주영 NSF 광주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연구원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제3회 '도상 법의문화상'은 월간 조선 오동룡 차장이 받았다. '도상 법의문화상'은 법의학 발전에 공헌한 언론 및 문화계 인사를 선정, 학술대회 때 시상하고 있다. 도상(度想)은 법의학 선구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호.


오 차장은 30년 논란 끝에 자살로 결론 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10여년 간 취재하고, 기획기사 '유병언 변사 1년여, 한국의 검시제도 개선되나'를 통애 법의학의 인식과 제도 개선에 기여한 점을 평가 받았다. 


1회 수상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회는 드라마 '싸인'에서 법의관 역할을 맡은 배우 박신양 씨가 받았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이윤성 대한의학회장과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비롯해 전국 법의학교실과 과학수사 연구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석, 법의학 한 해 연구 성과를 결산했다. 



의협신문 송성철 기자 | good@doctorsnews.co.kr








시신공시소 도입 효과·과제



일본 도쿄 시 분쿄 구 오츠가 4가에 위치한 도쿄 도 감찰의무원(Tokyo Medical Examiner's Office) 내 부검실 모습. 

                시신공시소와 부검실이 분리돼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 이송·보관 장례업자에 의존  
- 최고의 단서 지워진 채 검안 
- 종합적 판단 가능한 체계 구축 
- 법의학자 늘리고 권한 확대를 

시신공시소 신설을 포함한 검시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2000년대에 두 차례나 움직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검찰청 등 다수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신공시소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시제도의 문제점 

현재 검시는 현장에서의 검안과 부검으로 나뉜다. 잘 보존된 현장은 고인의 마지막 행위를 추정하는 최고의 단서다. 마지막 순간 움켜잡은 지푸라기 하나, 흘러내린 혈흔의 방향, 시반(시신에 형성된 얼룩) 등은 사건을 파악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단서가 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 검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시신은 장례업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병원에서는 현장의 흔적들이 지워진 채 검안이 이뤄진다. 검안의는 사망을 알리는 데 그친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2013년 4월호 '수사연구'에 기고한 '후진적 검시제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에서 "검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안이 죽은 걸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수사를 위해 죽은 걸 죽었다고 말하고 검시 끝. 더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부검 비율이 낮아 억울한 죽음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경찰청과 국과수에 따르면 연도별 변사 건수와 부검률은 ▷2008년 2만3390건·16.1% ▷2009년 2만5712건·17.0% ▷2010년 2만4182건·13.7% ▷2011년 2만5196건·14.4% ▷2012년 2만3441건·20.9% 등이다. 연간 2만5000여 건의 변사사건 가운데 80%가 유족·발견자 진술, 시신 외관검사 등 1차 현장 검시에서 종결된다. 

■시신공시소의 필요성과 과제 

시신공시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증거물'로서의 시신을 온전히 보전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 현재는 부검을 요하는 시신 이송 및 보관이 민간업체에 의존해 시신 이송 및 장례식장 내 안치과정에서 시신의 변질·손상 가능성이 크다. 일선 병원에서의 시신 및 증거물 보관도 미흡한 수준이고, 안치실 내 적정온도가 유지되는지도 의문이다.


시신공시소는 결국 사건 현장을 그대로 옮겨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자는 취지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신을 공시소로 이송할 때 시신의 부패와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이용하고, 공시소 내 CT나 MRI 등 장비를 갖춰 정밀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시신공시소 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혜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동의대 곽명달(전 동래경찰서장)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일정한 시설 및 인력을 갖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공시소 운영기관을 투명하게 선정하고, 비위 사실이 있을 때는 운영권을 박탈하는 등 엄격한 사후 관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억울한 죽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26명에 불과한 국과수 법의학자를 늘리고, 검시조사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김도정 광역1팀장은 "검시조사관은 2005년부터 임상병리 간호 해부학 전공자들이 국과수 부검실에서 6개월간 트레이닝을 받고 경찰에 소속돼 사건 현장에 배치된다"며 "법의학자를 늘리기 어렵다면 이들의 권한을 확대해 부족한 법의학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부산경찰청 김정은 검시조사관



일본 도쿄 도 감찰의무원(Tokyo Medical Examiner's Office)을 방문했던 부산경찰청 김정은(여·30·사진) 검시조사관은 일본은 정부가 변사체 관리에 직접 나서면서 시신이 훼손되는 등 문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시신공시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검시 검안이 어떻게 이뤄지나. 

▶각 경찰서 형사과장이 검안한 뒤 의문점이 있을 경우 지방경찰본부의 검시관을 요청해 현장 검시 후, 검안의가 검안한다. 일과 시간 이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지정된 시신공시소로 후송한 뒤 다음 날 검안한다. 검안의는 개인의원의 의사는 안 되며 감찰의료원 소속 감찰의 또는 대학 법의관이 맡는다. 

-변사체 관리는. 

▶각 현에 안치소를 두어 관리하고, 부검이 결정되면 국가 차원에서 부검소로 운구한다. 

-부검제도는.  

▶부검은 의사, 법의학교실 교수 등 국가의 인증을 받은 자가 할 수 있으며, 부검기관은 5개 감찰의무원 및 지정 대학 법의학교실이 있다. 부검 때는 담당 검시관과 형사가 참관하며 사진 자료는 경찰과 공유한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민간장례식장에 시신을 보관하는 한국과 달리, 정부에서 변사체 관리를 해 문제 발생 여지를 차단한다. 부검 업무가 국과수의 양대 업무인 기형적인 한국 상황에 비해 감찰의료원과 대학이 부검을 전담하고, 과학경찰연구소는 법과학분야 연구에 중점을 둬 목표를 명확히 한 장점이 있다. 부검 인력의 부족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관리위원회 신설… 법의관 임명·전담기관 심사

전문의 본격 양성… 2015년을 검시제 개혁 원년으로
국무총리실이 검시제도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변사체의 검시 대상을 확대하고, 검시 전문가인 법의학자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내년은 ‘한국이 살인하고 유기하기 좋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검시제도 개혁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24일 법의학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등 10명은 지난 8일 ‘법의관법’을 발의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시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의학자와 수사기관 관계자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법의관 임명과 검시기관 지정을 한 뒤 이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위원회에서는 법의학 종사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법의관으로 임명한다. 검시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국가 전문 검시기관이나 법의학 관련 부서가 설치된 의과대학 등 후보군에서 자격 요건을 심사해 지정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국과수와 일부 민간 법의학자, 경찰이 운영했던 검시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죽은 자의 인권’에 무심했던 한국이 ‘사후인권’까지 챙기는 근대 복지 국가 체계의 한 축을 완성하게 된다.

정부는 법의관법 제정과는 별도로 의료법을 개정해 검시 대상 변사체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 등이 사체를 검안해 변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때에는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어떤 죽음이 변사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법의학회가 새로 마련한 의료법과 그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의사가 수사기관에 변사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명시돼 있다. ▲의사가 입회하지 않은 죽음 ▲병역의 의무 수행 중 죽음 ▲주거를 알 수 없는 죽음 ▲입양한 아이의 죽음 ▲수사과정에서의 죽음 등 13가지다. 법의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내년 1분기 중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검시제도 개선에 따라 필요한 법의학자 충원문제는 법의학 전문의 과정 신설로 해결하게 된다. 그동안은 병리학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의료인 중에서 법의학에 관심 있는 일부 의사들이 법의학자가 됐다. 법의학회는 복지부에서 법의학을 법정 진료과목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내년 1월 말 복지부에 전달할 법의학 전문의 수련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2015년부터 '법의학 자문위원회' 검시에 참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신원 미상의 변사체로 발견된 이후 한달여가 지나서야 신원이 확인되며 질타를 받았던 검찰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그동안 변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검시 제도의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전면 개정해 지난 15일부터 전국 청에 시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법의학 전문가의 검시 참여 필요성 및 검시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 이를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앞으로 신원 미상의 변사체 또는 타살 의심 변사체, 대규모 인명사고를 '검사의 직접 검시 대상'으로 명시하고 그 외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직접 검시한다는 방침이다. 검사의 직접 검시 대상을 확대·명시하고 변사가 발견되는 대로 검사가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등 직접 검시를 강화한다.

아울러 검사가 직접 검시하는 경우 법의학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 법의학 교수나 의사 등 전문가들로 법의학 자문위원회를 구성, 오는 2015년부터 검시에 참여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등 전문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위원회가 참여하도록 하고, 예산과 인력풀을 고려해 앞으로도 참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변사체 검시는 법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요구되지만 현재 검시 단계에서는 법의학 전문가가 전혀 참여하지 않고, 부검 단계에 이르러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는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가 관여하는 실정이다.

경찰이 지난 9월 검시관 제도를 도입해 전국에서 총 71명의 검시관이 활동하고 있으나 법의학 전공 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검찰은 사고 현장에서 신속한 검시가 필요한 다수 인명피해 사건의 경우 현장 검시소를 설치하는 등 검시종합계획을 수립,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사체를 인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사사건 처리에 있어 '단 한명의 범죄도 암장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무거운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재하기자 jaejae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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