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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놀이/과학수사

경찰, 말 못할 트라우마 심각…대책은 걸음마 수준




충북만 올해 157명 상담…트라우마센터 4곳 상담도 벅차


[청주CBS 박현호 기자]




수시로 생명을 위협받고,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마주하는 경찰관. 

경찰 창설 69주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짐승에게 살점이 뜯겨지고, 썪어 문드러져 형체조차 알 수 없는 시신까지…충북지역 변사사건 현장을 찾아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 김모(여) 검시관은 최근 원인 모를 안구통증에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여성으로써 한 해 70건이 넘는 변사사건 현장과 맞딱뜨린 정신적인 충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선뜻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도내 한 경찰서 형사는 나약함으로 비춰질까 하는 괜한 걱정에 혼자서 말 못할 고통을 끓어 안고 산 게 벌써 7년째다. 

2007년 흉기를 든 강도와 대치하다 총까지 빼들어야 했던 이모 형사는 이후 날카로운 물건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다. 

그러나 치료커녕 동료들에게조차 자신의 아픔을 알릴 수 없었다. 

그사이 마음의 병은 점차 커져만 갔고 올해 또다시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평상시 생활조차 힘이 들 정도가 됐다. 

이 형사는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차마 총을 쏠 수 없어 발 밑으로 사격을 한 뒤에는 날카로운 물건만 봐도 공포감이 생겼다"며 "어쩔 수 없이 형사일을 했지만 올해 또다시 반복되면서 솔직히 이제는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20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 현재,도내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심리 상담을 받은 경찰관만 157명이다. 

이는 인근 충남의 36명, 대전 60명보다 3배 가량 많은 수치다. 

뒤늦게나마 경찰청이 올해 트라우마센터를 전국 4곳으로 확대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희망자에 한해서 주로 상담역할에만 그치고 있다. 

해마다 건강검진에 트라우마 검사를 실시하고, 치료비 지원까지 하고 있는 소방방재청과 비교해서도 그야말로 걸음마 수준이다. 

충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업무적 특성상 못 견디면 경찰 그만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인 희망에 의해 원거리 상담·치료를 받는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묵묵히 제몫을 하고 있는 경찰관의 소리 없는 아픔에도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ckatn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