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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놀이/과학수사

변사현장 온전히 옮겨 억울한 죽음 줄인다




시신공시소 도입 효과·과제



일본 도쿄 시 분쿄 구 오츠가 4가에 위치한 도쿄 도 감찰의무원(Tokyo Medical Examiner's Office) 내 부검실 모습. 

                시신공시소와 부검실이 분리돼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 이송·보관 장례업자에 의존  
- 최고의 단서 지워진 채 검안 
- 종합적 판단 가능한 체계 구축 
- 법의학자 늘리고 권한 확대를 

시신공시소 신설을 포함한 검시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2000년대에 두 차례나 움직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검찰청 등 다수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신공시소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시제도의 문제점 

현재 검시는 현장에서의 검안과 부검으로 나뉜다. 잘 보존된 현장은 고인의 마지막 행위를 추정하는 최고의 단서다. 마지막 순간 움켜잡은 지푸라기 하나, 흘러내린 혈흔의 방향, 시반(시신에 형성된 얼룩) 등은 사건을 파악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단서가 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 검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시신은 장례업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병원에서는 현장의 흔적들이 지워진 채 검안이 이뤄진다. 검안의는 사망을 알리는 데 그친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2013년 4월호 '수사연구'에 기고한 '후진적 검시제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에서 "검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안이 죽은 걸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수사를 위해 죽은 걸 죽었다고 말하고 검시 끝. 더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부검 비율이 낮아 억울한 죽음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경찰청과 국과수에 따르면 연도별 변사 건수와 부검률은 ▷2008년 2만3390건·16.1% ▷2009년 2만5712건·17.0% ▷2010년 2만4182건·13.7% ▷2011년 2만5196건·14.4% ▷2012년 2만3441건·20.9% 등이다. 연간 2만5000여 건의 변사사건 가운데 80%가 유족·발견자 진술, 시신 외관검사 등 1차 현장 검시에서 종결된다. 

■시신공시소의 필요성과 과제 

시신공시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증거물'로서의 시신을 온전히 보전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 현재는 부검을 요하는 시신 이송 및 보관이 민간업체에 의존해 시신 이송 및 장례식장 내 안치과정에서 시신의 변질·손상 가능성이 크다. 일선 병원에서의 시신 및 증거물 보관도 미흡한 수준이고, 안치실 내 적정온도가 유지되는지도 의문이다.


시신공시소는 결국 사건 현장을 그대로 옮겨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자는 취지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신을 공시소로 이송할 때 시신의 부패와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이용하고, 공시소 내 CT나 MRI 등 장비를 갖춰 정밀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시신공시소 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혜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동의대 곽명달(전 동래경찰서장)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일정한 시설 및 인력을 갖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공시소 운영기관을 투명하게 선정하고, 비위 사실이 있을 때는 운영권을 박탈하는 등 엄격한 사후 관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억울한 죽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26명에 불과한 국과수 법의학자를 늘리고, 검시조사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김도정 광역1팀장은 "검시조사관은 2005년부터 임상병리 간호 해부학 전공자들이 국과수 부검실에서 6개월간 트레이닝을 받고 경찰에 소속돼 사건 현장에 배치된다"며 "법의학자를 늘리기 어렵다면 이들의 권한을 확대해 부족한 법의학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