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살아 있을 것이다. 지금쯤 밀항선 타고 웃고 있는 건 아닐까?”


5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현상금이 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으나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때는 6월 12일. 경찰은 실제 사망일은 발견 시점보다 3주가량 앞선 5월 말경으로 본다. 그간 유씨의 시신을 무연고자로 판단해 따로 보관하다가 지문 검사,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이 뒤늦게 나오면서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유씨가 사망한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7월 25일 “시신이 유씨인 것은 100% 확신하지만 사망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의혹이 오히려 커졌다. 과연 이 시신은 유씨가 맞는 것일까. 왜 과학적인 조사를 거쳤는데도 사인을 알 수 없다고 하는 걸까.

평소 한국의 미라나 미국 마이애미 법의학센터 등을 취재하면서 법의학과 관련한 기사를 다수 출고한 경험에 비춰본다면 유씨 사건처럼 법의학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도 드물다. 유씨 사건을 계기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법의학 관련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유병언 시신은 백골 아니었다


유씨 사건과 관련해 궁금증 중 하나는 시신이 단기간 내에 ‘백골’ 형태로 부패할 수 있느냐다. 사진으로 남은 유씨 시신은 해골이 거의 그대로 드러난 상태다. 경찰은 “유씨의 시신이 80% 백골화됐다”고 밝혀 의혹을 부추겼으나 국과수는 “일단 백골이라는 용어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얼굴 등이 많이 훼손된 시신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온몸의 살점이 다 썩어 뼈만 남은 상태’라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국과수는 “실제로 썩은 얼굴과 목, 즉 두개골 언저리에서만 뼈가 드러났고, 나머지 부위는 피부와 근육이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백골화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설령 완전히 백골화가 됐더라도 이상하게만 여길 상황은 아니다. 유씨의 사망 시기는 5월 말 이후 비교적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다. 무덥고 습한 여름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람의 시체는 3~4주 만에 완전히 백골만 남기도 한다. 물론 습하지 않고 양지바른 곳이라면 1년 가까이 시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4주에 백골이 드러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다.


사람이 죽으면 생명 현상이 정지해 생체 방어기전이 파괴되며 당연히 육체는 썩기 시작한다. 사람의 몸에는 살아 있을 때도 많은 세균이 존재하는 데다 사망 이후에는 대장에 생리적으로 존재하던 세균과 입이나 코, 귀, 눈과 같이 평소에 습기에 젖어 있는 부위나 기도에 붙어 있던 세균이 번식해 조직 안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래서 얼굴 부위와 내장기관이 먼저 손상을 입는 것이 보통이다. 유씨의 시신 역시 얼굴과 대장 부분이 손상되고 팔다리의 피부나 근육은 비교적 온전했다.


이렇게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은 흔히 시취(屍臭)라고 하는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물질이 원인이다.



5300년 썩지 않은 미라


시신이 손상되는 데는 세균에 의한 부패보다는 포식자(들짐승, 벌레 등)의 영향이 더 크다. 시취를 풍기기 시작한 시신은 벌레의 좋은 먹잇감이다. 날아든 곤충이 직접 시신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성체가 될 때까지 동물의 사체를 파먹으며 영양분을 얻어 성장하는 종류의 곤충(대표적인 것이 파리다)에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사체는 중요한 서식처이자 영양 공급원이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주위에서 즉시 얻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다수의 곤충이 애벌레의 먹이가 될 동물의 사체에 직접 알을 낳는데, 알은 빠르게 부화해 구더기로 변하고, 구더기가 시신을 훼손한다. 시신이 들개나 들쥐, 까마귀나 독수리 등 동물의 습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


물론 부패가 빠르지 않고 냄새도 멀리 퍼지지 않으며 주변에 벌레를 찾아보기 어려운 겨울철에 사망한 시신은 그리 빨리 손상되지 않는다. 땅속에 묻어둔 시신은 벌레 등의 접근을 막을 수 있어 온전히 세균의 힘으로 썩는데, 온대지방의 경우 매장한 시신이 백골이 되는 데 평균 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수백, 수천 년 넘게 시신이 썩지 않고 유지되기도 한다. 그러려면 부패가 잘 진행되지 않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사막 지역 등에서 시신이 바싹 말랐거나 동토 지역에서 꽁꽁 언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 늪이나 무덤 속에서 외부 공기와 차단돼 썩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 이후 가장 오랫동안 썩지 않은 시신은 5300년(이 정도 기간이 지나면 보통 ‘미라’라고 한다) 전 사망한 ‘아이스맨 외치(Oetzi)’다. 외치는 발견된 지역 명을 따 붙인 이름이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에서 1991년 발견된 이 미라는 현재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最古) 미라로 남아 있다. 이렇게 긴 시간 썩지 않고 보존된 이유는 추운 기후 덕분에 얼어붙은 시신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외치는 1991년 9월 등산을 즐기던 부부가 발견했는데, 이들은 외치의 모습을 보고 살인사건이 벌어진 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보존 상태가 좋아 이탈리아 사우스티롤 고고학박물관 연구팀은 외치의 골격, 유전자 정보 등을 분석해 살아생전의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 외치의 사인을 분석한 많은 학자가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보지만 일부에서는 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참고로 한국의 시신 중 썩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남은 것은 2004년 대전 계룡산 인근에서 발견된 ‘학봉장군 미라’다. 사방을 회곽으로 밀봉한 조선 전통 무덤 회곽묘 덕분에 썩지 않고 미라로 남은 것으로 시신의 주인공은 약 60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대전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에 실물이 전시돼 있다.


저혈당발작·저체온증說


유씨의 사망을 놓고 대중의 의혹이 끊이지 않는 건 제대로 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백 년, 수천 년 전 죽은 미라도 사인을 척척 알아내는데, 죽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시신을 놓고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발표하니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도 이해가 가는 점이다.


경찰이 유씨의 사인을 감추고 있다거나 유씨가 이미 국외로 도피했는데 가짜 시신을 내놓았다는 낭설이 이어졌으나 사망 시기와 관계없이 사인 규명은 시신이 얼마나 온전하게 남아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씨는 발견 당시부터 시신이 크게 훼손돼 사망 원인을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 국과수의 주장이다.


유씨가 타살됐다는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먼저 독극물에 의한 피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검사 결과 유씨의 시신에선 독극물이 일절 발견되지 않았으며 뼈가 부러지는 등 눈에 띄는 외상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당뇨로 인한 저혈당 발작이다. 유씨가 지병으로 당뇨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비가 온 상황에서 당뇨나 고혈압 등의 지병을 가진 사람은 체온이 35도까지만 떨어져도 쇼크가 올 수 있다. 국과수 역시 이 점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백승경 국과수 독성화학과장은 “간과 폐의 독극물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타났다”며 “근육에서는 ‘케톤체(ketone body)’라는 성분에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에는 반응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톤체는 당뇨가 있는 사람의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에서 에너지원을 얻을 때 생기는 물질로 보통 소변에서 검출되며 근육에선 검출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유력한 추측으로 ‘저체온증 사망’이 꼽힌다. 만취 상태에서 길가에 쓰러졌다가 체온이 떨어져 죽었다는 것. 인근에서 술병이 발견됐다는 점, 양말 등을 벗고 있었다는 점 등이 정황 증거로 제시된다. 저체온이 계속되면 오히려 덥게 느껴져 옷을 벗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여성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경우 성폭행 살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옷이 벗겨져 잇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 법의학 전문가는 “시신이 신발과 양말을 벗은 상태에서 상의를 위로 끌어올리는 등 탈의 현상을 보인 것을 고려할 때 저체온 사망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체온증 사망 추측을 두고는 “저체온증으로 객사한 시체라면 반듯하게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또한 “5월 말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5월 말이라고 하더라도 해가 뜨기 전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만큼의 기온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밤이슬 등에 젖으면 체온이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사망할 때 몸 자세가 반듯했던 것도 앞뒤 정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왜 그랬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과학적 수사 기법 강화해야”


유씨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일부 법의학자는 경찰이 현장검증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며 상당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미국 등 범죄 수사 선진국의 경우 변사체가 발견되면 법의학 전문가가 현장을 먼저 찾아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근거를 수집하곤 하는데, 한국은 경찰이 수사를 마친 후 시신을 옮겨 부검만 요구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경찰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 유씨 사건도 경찰이 현장에 남아 있을지 모를 수많은 법의학적 근거를 놓쳐 사인 규명이 미궁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과수에서 유씨의 사인이 불분명하다고 발표한 데 동감하지만 사인은 시체를 부검해서만 밝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사람의 행적이나 현장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드라마 ‘CSI’로 유명한 미국의 법의학 체계는 법의관 및 검시관 제도로 크게 나뉘는데 검시관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고, 법의관은 사건 현장에도 참여하며 수사 과정에서 의학적 조언을 하고 범인 판단 여부에 결정적 의견을 낸다. 또 부검 여부를 판단하고 수행하는 것도 법의관의 권한이다. 따라서 변사체를 발견했을 때 경찰이 법의관이나 검시관을 대동하는 것이 상례다.


특히 법의관은 드라마에서처럼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경찰에 CCTV 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증거물을 역으로 요청하는 등 범죄 수사와 관련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권한을 갖고 있다. 마이애미 주의 경우 법의관은 200건 이상의 부검 경험을 가진 병리학 전문의 중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법의관 제도는커녕 범죄 현장을 신속하게 찾아 초동 조사를 할 검시관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상한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부검 등으로 조사해야 할 시신이 법으로 정해진 터라 범죄 수사 때 다양한 과학적, 의학적 수단을 총동원한다”며 “우리나라도 과학적 법의학 수사 기법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이 사망 시기조차 알아내지 못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 “무언가 감추고 있으니 사망 시기를 발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런 주장은 미국 드라마 CSI의 영향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문요원으로 분한 미남 배우들이 시신을 살펴보고 “며칠 전에 죽었다”고 단정하듯 말하는 장면이 자주 방영됐다.


물론 시신은 말은 못해도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법의학자들은 백골만 있어도 성별과 나이, 얼굴과 키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시신의 부패 정도만 보고도 대략적인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것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 만큼 시신 상태가 온전해야 가능하다.


구더기, 8일 만에 번데기로


통상 시신의 상태를 맨눈으로 확인해 사망 시점을 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온 상태라면 사람은 보통 죽은 지 하루 만에 색깔이 변하고 구더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2∼3일이 지나면 썩기 시작해 물집이 나타나고, 8일이 지나면 구더기가 번데기로 바뀐다. 하지만 이 방법이 그리 정확한 것은 아니다. 기온이 섭씨 20도 이상이라면 시신은 12∼18시간 만에 급격하게 부패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시신에 횟가루를 뿌린 경우가 간혹 있다. 횟가루는 시신 표면의 수분을 흡수해 부패를 막을 수 있다. 사망 시점이 잘못 밝혀지기를 기대한 행위로 보이지만, 부패를 이용한 사망 시각 추정 기술이 부정확한 데다 다른 추정 방법이 많아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이라면 체온측정법이 자주 쓰인다. 사람은 죽은 후 2시간까지는 체온이 변하지 않지만 이후엔 1시간마다 평균 0.8도씩 떨어진다. 체온이 다 식어버리기 전에 시신을 부검하면 대략적인 사망 시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체온은 주위 온도나 습도, 바람 등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법의학자들은 ‘헨스게법’이라는 표준 측정법을 이용하곤 한다. 시신의 직장 온도를 주변 온도, 체중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사망 전후 2.8시간 이내로 사망 시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신뢰도는 95%다.


이밖에 혈액이 가라앉으며 시신 아래쪽에 생기는 시반(검붉은 점)의 크기, 시신이 굳어져가는 사후경직 순서를 봐도 사망 시점을 알 수 있다. 시반은 사망 후 30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2∼3시간 지나면 점 모양으로 나타난다. 10시간이 넘으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법의학자들은 이런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망 시점을 추측한다.


이 같은 전통적 방법 외에도 첨단 기술이 계속 등장한다. 유리체 검사가 그중 하나다. 유리체는 사람의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젤리 형태의 조직이다. 사망 이후에는 유리체의 칼륨 농도가 점차로 증가하는데, 이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눈동자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칼륨의 농도가 들쑥날쑥하기에 아직 참고자료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밖에 근육이 가진 에너지(글리코겐)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정확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사망 시점이 사인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과수는 앞서 언급했듯 “시신의 손상이 심해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말은 수긍이 간다. 유리체 검사를 할 안구는 이미 썩어 있고 장기도 대부분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망하고 수주 이상 지난 시신을 냉장 보관했으니 체온검사법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국과수는 다만 발견한 날로부터 약 20일 전 안팎에 사망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만 내놓았다.


수상한 점 있지만…


국과수의 공식 발표에도 ‘시신이 정말 유씨의 것이 맞느냐’는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다. 7월 25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신을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면사무소 업무일지와 112 신고기록에는 6월 12일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매실 밭 인근 주민 5명은 ‘그 이전부터 시신이 있었다’고 밝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세월호 사망사고 이전인 4월에 사망한 시신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도 나왔다.


다양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실종된 이복형제의 시신 아니냐”는 등의 낭설도 나돌았다. 사진만을 놓고 유씨 시신의 키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저런 의구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시신 자체를 유씨의 것이 아니라고 보기에는 드러난 과학적 사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학적으로는 유씨가 아니라 타인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유전자 분석 결과 시신이 유씨의 이복형제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어머니로부터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다른 어머니의 자식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정밀 기계로 측정한 결과 유씨 시신의 키는 159.3㎝가량으로 경찰이 파악한 키와 거의 같으며 치아의 형태나 치과 기록 역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시신이 유씨의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치과 기록에 대해 한 치과 개업의는 “방송 등에 나온 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금니로 때운 부분(골드크라운)은 어금니 두개를 묶어 씌운 것으로 과거의 치료법이지만 꽤 오래전에 치료받은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치과 치료 기록을 주치의가 미리 제공했다고 들었는데 기록과 시신의 치아 상태가 일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과학적 증거와 관련해 “시료나 검사 결과 자체가 조작됐다” “국과수조차 정부의 끄나풀이라 모든 발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음모론에 가까울 뿐 과학적으로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한 법의학 전문가는 “국과수 이외에도 수많은 법의학 전문가가 활동하며, 이 정도까지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믿지 못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 법의학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법의학자 중 4분의 1이 방송에 등장했을 만큼 국과수 검사 결과에 대해 시민의 의구심이 큰 것 같다”며 “정황상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이야 있겠지만 과학적인 조사 결과만큼은 신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인간·동물 뼈 도감 발간 주역 김영삼 검시관 (의정부=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과학수사계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뼈와 동물뼈 비교 도감'을 펴내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국내에서 인간·동물 뼈의 도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간의 주축을 맡은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 김영삼(45) 검시관은 "국내 최초로 뼈 컬러 사진을 실어 초동 과학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사진은 김 검시관이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에서 동물뼈를 살펴보는 모습. 2014.9.3 andphotodo@yna.co.kr



경기경찰2청, 국내 최초 '인간·동물 뼈' 도감 발간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신 백골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사람의 뼈와 동물의 뼈를 망라한 과학수사용 도감(圖鑑)이 국내 최초로 발간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과학수사계는 2011년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함께 발족한 골격수사연구회의 연구 성과로,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뼈와 동물뼈 비교 도감'을 펴내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3일 밝혔다.

책 발간에는 연구회를 비롯해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톨릭대·순천향대·연세대·이화여대 해부학교실 등이 협조했다.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 김영삼(45) 검시관은 "사건 현장에서 뼈 조각 등이 발견될 때 인간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 처음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내 최초로 뼈 컬러 사진들을 실어 초동 과학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김 검시관은 임상병리학을 전공(이학박사)하고 석·박사 특채로 2006년 경찰에 입문, 유전자 채취와 지문 감식 등을 맡고 있다.





국내 최초 '인간·동물 뼈 도감' 발간 (의정부=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과학수사계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뼈와 동물뼈 비교 도감'을 펴내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국내에서 인간·동물 뼈의 도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간의 주축을 맡은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 김영삼(45) 검시관은 "국내 최초로 뼈 컬러 사진을 실어 초동 과학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사진은 경기경찰2청 과학수사계에서 도감을 들고 있는 김 검시관의 모습. 2014.9.3 andphotodo@yna.co.kr



번 골격수사연구와 책 발간의 주축을 맡았다.

그에 따르면 해부학교실에서는 보통 조립·완성된 뼈 모형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사건 현장에서 나뒹구는 분리된 뼈들을 보면 수사관들도 헷갈리기가 쉽다.

2012년 엽기 살인사건을 저지른 우웬춘의 집에서 뼈 조각이 발견돼 수사에 혼선을 주다가 동물 뼈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적이 있다.

최근에는 유 전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현장에서 뼈 조각이 유실돼 논란이 됐었다. 

연구회는 현장에서 유용한 정보를 담기 위해 독일서 수입한, 인간의 분리된 뼈모형과 개· 고라니·너구리 등 각종 동물의 실제 뼈를 수집했다.

시민들이 등산을 하다가 혹은 밭을 매다가 주로 발견하는 우리나라의 흔한 야생동물들 뼈를 택했다.

꼬박 2년이 걸려 뼈 사진을 직접 찍고 이 중에 200여 장을 추리고 부위별로 특징과 차이점 등을 일일이 정리한 책이 완성됐다.



국내 최초 '인간·동물 뼈 도감' 발간 (의정부=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과학수사계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뼈와 동물뼈 비교 도감'을 펴내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국내에서 인간·동물 뼈의 도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도감의 표지 모습. 2014.9.3 andphotodo@yna.co.kr



그는 "집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족발 주문하고 치킨만 해도 100마리 넘게 먹으며 뼈를 모으는 등 내 모든 것을 투자했다"면서 "이제 족발은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질렸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책 뒷부분에는 신원확인을 위한 수사용 팁이 담겼다.

시신이 백골이 됐더라도 두개골, 골반, 치아 등으로 성별, 연령 등을 추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긴 뼈를 이용해 키를 추정하는 공식과 두개골 봉합 정도를 살펴 연령을 추산하는 사례도 실려 있다. 

김 검시관은 최근 포천의 한 빌라 내 고무통에서 사망한 지 약 10년이 지나 발견된 시신에서까지 지문을 찾아내 신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인력 부족으로 과학수사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가족이나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한을 풀어준다는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uki@yna.co.kr







Q) 검시관으로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검시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변사자를 전문적으로 검시하고, 시체 주변에서 증거물 등을 확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형사, 지구대 요원들이 초동조치를 해둔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저희가 임장해 정밀검시를 합니다. 현장 검시가 끝나면 추가로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상황을 취합합니다. 때론 간단한 실험과정을 통해서 나온 분석에 대한 의견을 ‘변사조사결과서’라는 문서로 작성해 담당형사나 검사, 부검의에게 제공하기도 합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간호사 생활을 14~15년 정도 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심혈관계 분야를 담당했었죠. 중환자실에서 사망하는 분들을 많이 보면서 의료인의 문제점도 보게 됐습니다. 중환자실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게 통제된 공간입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전적으로 의료인의 양심에 맡겨지죠. 제가 유가족이었으면 억울할 것 같다 싶은 일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아내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의료 수요가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료사고나 의료과실도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의료사고를 전담하는 인력 수요도 생길 거라고 봤고요. 그래서 병원 내 사망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 11월, 경찰청에서 사망의 원인과 형태를 조사하는 검시관을 특채한다는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습니다.


Q) 어떤 준비와 노력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대학에서는 간호학을 전공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의료사고에 관심을 갖게 된 후로 법의학 공부를 했습니다. 법의학 책을 사서 혼자 공부하면서 법의학에 대한 개념과, 법정에서 형을 집행할 때 사인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간호사 면허증은 있었고, 사망 원인에 대한 공부 등 다른 실무적인 공부는 검시관으로 채용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파견 실습을 통해 자세히 배웠습니다.


Q) 간호사 출신 검시관들이 많은가 보네요?

A) 크게는 임상병리학 전공 검시관과 간호학 전공 검시관이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병리학 등의 기본 항목을 모두 배우고, 질병에 대해서도 알기 때문에 검시 업무에 접근하기 좋습니다.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검시관은 질병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초기에는 이 업무를 조금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한 혈흔 흔적을 분석할 때나 시약 등을 개발할 때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Q) 이 직업만의 매력은 뭔가요?

A) 간호사로 활동했을 때와 검시관인 지금, 출근할 때 느낌의 차이가 있습니다. 간호사로 일할 때는 내 작은 실수로 살아있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하고 옵니다. 일을 할 때 농담도 잘 안 했습니다. 그런데 검시관 일은 죽어 있는 사람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일이라 심리적인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혼자 사건의 모든 걸 책임지는 게 아니라 팀원 여럿이 함께 일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편안합니다.


Q) 하지만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전국에 83명 정도의 검시관이 있습니다. 근데 변사사건은 연간 약 3만 5,000건 발생합니다. 인력 수가 적어 힘듭니다. 사건 발생지로 가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인원이 너무 적으니까 교대로 근무를 해야 합니다. 모든 사건현장에 동행할 수 없으니 검시관이 꼭 동반해야 하는 변사사건을 분류해 놓기도 합니다. 장애인이나 만 14세 이하 미성년자 등이 사망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제가 여자이고, 엄마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피해자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경우, 안 좋게 살해당한 변사자 등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Q)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용의자가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무죄를 주장해도, 저희 쪽에서 증거를 정확히 제시해서 사건이 해결됐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이렇게 죽은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억울하지 않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일이 가치 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유족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다른 사람의 죽음을 계속해서 봄으로써 내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내 삶에서 감사할 조건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합니다.


Q)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가장 까다로운 사건 중 하나가 바로 화재사건입니다. 불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장 증거물이 훼손될 경우가 많거든요. 시체에 남아있는 증거도 희박하기 때문에 이게 단순화재사건인지, 살인 후 방화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국과수 부검을 통해 내부 장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화재가 났을 때 화재 이전에 사망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검보다 간단한 방법을 찾아낸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시체의 혈액을 채취해서 그 안에 함유된 일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었죠. 죽은 다음에 화재가 나면 시체가 호흡하지 않으니까 혈액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없겠죠. 그 방법을 도입해서 타살로 밝혀낸 사례가 3건 있습니다. 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앞으로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A) 현장에서는 검시관이 많이 모자랍니다. 모든 변사사건에 검시관이 동행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건 발생 시 출입구가 열려 있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애매한 사건이거나 청소년, 연예인 자살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경우에 한해 현장에 검시관이 동행합니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현장에 나가다 보니, 전년도에 380건 정도의 변사사건만을 소화했습니다. 변사체 발견의 7~8%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치입니다. 인원이 지속적으로 충원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검시제도에 한계가 있어서 이를 명확하게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인력이 충원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Q)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섬세하면서 통찰력이 있는 사람에게 이 일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시체만 들여다본다면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시체를 중심으로 현장 전체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 반면, 시체를 볼 때는 전체를 다 세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병원에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경험을 쌓아두면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장 검시 작업이 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해 팀워크를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신념도 필요합니다. 미국 드라마에서처럼 현장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기대하진 마세요. 그런 사람은 이 일을 오래할 수 없습니다. 또 죽음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 출처 > http://www.work.go.kr







미국 인기 드라마 'CSI 마이애미'의 흑인 여성 검시관 알렉스 우즈는 점심을 먹고 들어와선 태연하게 시체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시체의 이빨 사이나 손톱에서 결정적인 살해 단서를 찾아내 호레이쇼 반장이 범인 잡는 것을 돕는다. 시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어린 아이들의 시체를 대할 때면 눈물을 글썽이는 알렉스의 인간적인 매력 덕분에 'CSI' 시리즈 중 마이애미편이 특히 인기를 끄는지도 모른다.

검시관은 살인이나 자살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과 함께 검시를 해서 사망 원인을 밝혀낸다. 1920∼30년대 미국에서 검시관은 선출직이었다. 사인(死因)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치인과 부동산 중개업자. 술집 주인, 배관공, 조각가, 목수, 페인트공, 우유배달원이 검시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쓴 사망진단서는 엉터리일 수밖에 없었다. '사인이 자살일 수도 있고, 타살일 수도 있다'거나 '폭행 또는 당뇨병일 수 있다', '당뇨병, 결핵, 신경성소화불량 중 하나다'. 심지어 '신의 뜻'이라고 적은 사망진단서도 있었다. 지금은 시체가 자연 상태에서 부패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시체농장(Body Farm)까지 운영할 정도로 과학수사에서 앞서 있다.

조선시대의 검시제도도 엄격하고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시관들은 육안으로 시체의 76개 부위를 검안해 상태를 기입하고, 구리로 만든 검시척으로 외상의 크기를 재어 시체 형태도를 작성했다. 또 은비녀를 갖고 다니면서 독살 여부를 판단했다. 현대에 들어선 1948년 11월 당시 내무부 치안국에 최초로 감식과가 설치됐고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신설됐다. 국과수는 DNA 수사를 통해 2006년 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해결하는 등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공을 세웠다.

변사체로 발견된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씨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과수가 25일 모든 과학적 기법을 동원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변사체는 유씨가 맞다고 다시 확인했다. 전날 풀밭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키가 큰 듯한 유씨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꽉 막혀 있는 세월호 정국만큼 답답한 노릇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기존 경찰 검시관 확충 방안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를 늦게 확인해 혼쭐이 난 경찰이 늦게나마 검시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찰은 27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서양식 검시관(Coroner)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되는 검시관 제도는 법률가나 의사 출신으로 법의학 교육을 받은 검시관들이 검시 업무를 총괄하게 하는 제도다.

검시관의 검시를 받는 시신은 주로 타살로 추정되거나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시신이다.

검시관 제도는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검시관이라는 단어(Coroner)도 '영국 왕실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왕관(Crown)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주로 법률가 출신이 많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의사들이 주로 검시관 업무를 맡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의사 출신 검시관 제도를 도입하려 해도 의사를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법의학 전공자도 많지 않아 인력 확보 측면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그 차선으로 경찰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지방경찰청 단위로 활동하는 경찰 검시관은 67명인데, 경찰청은 3년 내 144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 검시관은 전문 의사가 아니라 7∼9급 일반직으로 경찰에 들어온 병리학, 간호학 전공자들이다.

사실 경찰청은 2005년부터 경찰 검시관 확충을 안전행정부에 요청해 왔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보통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민간 의사에 위탁하거나 경찰 검시관을 통해 검시를 해 왔다.

그러나 의사는 범죄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고, 경찰 검시관은 의사보다는 의학적인 식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자가 직접 변사 사건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2000년대 초반 대전 중부분원장을 지낼 때 법의학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현장출동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가동한 적은 있지만 제도화되지는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을 때에는 거리 문제로 검시관이 아닌 일반 의사가 검시를 맡았다. 그것도 유씨의 시신이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후였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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