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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놀이/과학수사

검시관 두 명은 창백한 시신의 얼굴에 주목했다 … 출혈은 왜?





              원격관제시스템을 이용해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무선전송시스템을 구축해 

              운용예정인 경찰이 17일 대전 중구 한 여관에서 현장의 감식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17일 오전 대전 중구 문창동의 A 여관. 3층 객실 침대 위에 마네킹(이하 M 씨)이 낡은 베개를 벤 채 널브러져 있다. 객실 안 탁자에 놓인 흉기, 바닥에 낭자한 붉은 액체는 범죄 발생 현장의 긴장감과 전율을 생생히 전달했다.


이곳은 대전지방경찰청의 과학수사 모의훈련(F.T.X) 현장. 사건발생을 가장한 훈련의 일환이지만 대전청·중부경찰서 경찰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과학수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현장 임장·보존 조치 원격관제시스템 운용, 현장관찰 및 기록, 증거물 검색 등을 진행했다.


 긴장감 가득한 현장 … 실전같은 과학수사 선보여
현장 밖에서도 무선시스템으로 실시간 감식상황 모니터


과학수사대 대원들은 훈련이 시작되자 경찰통제선을 설치하고 증거보전을 위한 통행판을 따라 조심스레 사건 현장으로 진입했다. 이날 검시를 담당한 대전청 과학수사대 신미애(39·여)·오주빈(41) 경찰 검시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M (40) 씨를 주시했다.


검시 10년 차 신 검시관과 8년 차인 오 검시관은 M 씨 곳곳에 난 상흔을 살폈다. 이들은 현장에서 상처를 살핀 후 ‘자상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M 씨를 옆 객실로 옮겼다. 이는 시신 뒤에 유리된 물건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와 증거가 되는 용의자 피가 시신 뒤에 묻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시관들은 M 씨의 시신을 시체포 위에 올려놨다. 시체포는 시신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 국내 과학수사대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하얀색 천 바탕 위에 신장 등을 확인 알 수 있는 눈금이 그려져 있다. 검시관들은 이후 좀 더 구체적인 검시를 진행했다.


신 검시관이 “얼굴에 출혈이 많아 창백하다. 눈꺼풀과 각막이 혼탁하다”고 검시한 내용을 오 검시관이 “얼굴에 출혈이 많아 창백, 눈꺼풀과 각막 혼탁”이라고 되물으며 한자 한자 정성스레 기록지에 적어 넣었다. 이런 검시과정을 거쳐 시신에 생긴 의문의 상흔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과학적인 기록’으로 변해갔다.


과학수사대의 ‘과학’의 밑바탕에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수사대원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수년 간 근무하다 과학수사에 매력을 느껴 과학수사대원이 됐다는 신 검시관. 그녀는 “대전경찰청·일선서가 같이 합동으로 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시민도 진실이 알려지지 못하는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훈련소감을 밝혔다.


대전청 홍영선(45) 과학수사계장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고 신뢰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단 한 가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평소 과학수사 전문인력 풀 구성과 신속한 현장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