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는 눈에 띄지 않는 자그마한 흔적, 시신의 손톱, 화장실 타일 틈새 등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고 수집하는 고단한 작업이다. 수없이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10팀 과학수사대원 2명이 지난 22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 현장실습장에서 지문 감식을 하고 있다. 컵 위에 형광가루를 바른 뒤 깃털로 털어내면서 플래시를 비추면 숨어 있던 지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김지훈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지하 2층에는 전용면적 60㎡(18.18평)의 ‘가정집’이 있다. 옷장·화장대·책상이 갖춰진 안방, 소파·테이블이 놓인 거실, 4인 식탁이 들어선 주방까지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다.

이곳은 온갖 사건 현장으로 변신한다. 지난 7월 9일 문을 연 ‘과학수사 현장실습장’이다. 과학수사대원들은 매번 다른 형태의 모의사건을 구성한 뒤 직접 범행 현장을 꾸미고 감식과 분석을 한다. 수없이 연습하고 감식·분석을 반복한다.

과학수사팀은 보통 2인1조로 구성된다. 대형 사건에는 2∼3개 조가 투입돼 현장을 기록하고 단서를 수집한다. 역할은 철저하게 나뉜다. 사건 현장에 처음 발을 딛는 리더, 사진과 비디오 촬영 담당, 스케치 담당 등으로 일을 분담한다. 과학수사대원에게 팀워크는 ‘생명’이다.


손톱, 욕실 타일에서 찾는 ‘흔적’


사건 현장에서 지문과 함께 중요한 단서는 족적, 시신의 사망시간 등이 될 수 있다. 현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장갑, 발싸개 등으로 무장한 과학수사대원들이 22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 현장실습장에서 범행 현장 바닥에 젤라틴판을 붙여 발자국 크기와 모양을 채취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 강북·도봉·노원 지역을 맡는 서울경찰청 광역10팀 과학수사대원 김진수(46) 경위 등 5명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경찰청 지하 ‘가정집’에서 현장실습에 들어갔다. 현장 훼손을 막기 위해 전신을 덮는 하얀 클린가드를 입었다. 모자와 조끼, 발싸개, 장갑, 마스크도 필수다. 10팀은 지난 9월 과학수사평가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서울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베테랑’이다.

이날 10팀 앞에 벌어진 사건 현장은 이랬다. 46세 여성이 헤어드라이어 전선을 목에 감은 채 사망했다. 왼쪽 옆구리에 길이 3.5㎝, 폭 5㎜ 상흔이 있었다. 현장에선 핏방울이 묻은 칼도 발견됐다. 유치원에 다녀온 아들이 발견해 신고했고, 과학수사팀이 출동했다.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가발을 쓴 마네킹이 방안에 누워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과일을 담은 접시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이곳에 찾아왔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흔적이다.

현장 감식은 리더가 실내에 ‘플라스틱 통행판’을 놓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크릴 재질로 된 통행판은 현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대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대원들이 통행판을 밟고 차례로 현장으로 진입했다. 이 모든 상황과 사건 현장 구석구석은 사진과 비디오 촬영, 스케치 작업으로 기록됐다.

대원들은 먼저 사체의 직장(直腸) 온도를 쟀다. 세 차례 측정해 얻은 평균값으로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한다. 이어 특수제작한 손전등 ‘블루 LED 라이트’와 ‘화이트 라이트’를 동원해 족적과 머리카락, 살점이나 체액 등 범행의 흔적을 샅샅이 뒤진다. 뭐든 발견되면 테이프를 이용해 모양과 크기를 살려 옮겼다. 젤라틴판으로 얻어낸 족적은 경찰청이 수집한 약 2만 켤레의 족적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게 된다.



과학수사대원들이 살해된 여성의 시신 모형에서 디지털 직장온도계로 직장 내 온도를 잰 뒤 기록하는 장면. 김지훈 기자



‘손’은 많은 진실을 쥐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손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피의자와 몸싸움을 했을 때 묻어 나온 DNA나 상처, 옷에서 떨어진 미세 섬유가 검출되는 일이 잦다. 미세테이프를 이용해 손바닥 흔적을 채취하고 슬라이드 글라스에 붙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낸다.

손톱도 잘라 밀봉한다. 손톱에도 수많은 단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허벅지 안쪽, 질과 항문, 귓불과 입술 등 접촉 가능성이 있는 부위도 면밀히 관찰했다. 이쯤 진행되니 대원들 이마에 땀이 맺혔다.

대원들은 피해자 목을 감고 있는 헤어드라이어 전선에 집중했다. 자살이라면 끈 자국은 목 부위에서 윗부분을 향해 남아 있게 된다. 타살일 경우엔 비교적 평행을 이룬다. 사후 10시간이 지나면 혈액이 중력에 따라 이동한 뒤 굳어 피부 표면이 붉은색을 띤다는 점도 고려할 변수다.

화장실 세면대의 S자형 배수관에 고인 물, 변기, 타일 틈새 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상이다. 김 경위는 “현장은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수사 과정 또한 변수가 많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능한 한 많은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 8일 발생한 경기도 용인 ‘캣맘’ 사망사건에는 3차원 스캐너가 등장했다. 이 장비로 경찰은 각 지점의 좌표를 컴퓨터에 입력해 거리·각도 등을 계산한 뒤 벽돌 투척지점을 예측해냈다. ‘트렁크 살인사건’ 용의자 김일곤(48)을 검거하는 과정에도 과학수사는 빛을 발했다. 현장 감식에 나선 과학수사팀은 피해자 가방에 있던 편지지 뒷면에 ‘닌히드린 용액’을 발라 지문을 추출해냈다. 이걸 바탕으로 처음 김일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과학수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법은 여전히 지문과 DNA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지문 분석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2004년 12월 쓰나미가 태국 등 동남아를 덮쳤을 때 현지에 파견된 우리 과학수사팀은 뜨거운 열기를 이용해 시신에서 지문을 찾아내는 ‘고온 습열 처리법’으로 현장을 놀라게 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범죄 분석 프로파일링, 지리적 프로파일링(용의자 거점 분석), 진술 분석이나 거짓말 탐지기, 몽타주와 법 최면 등으로 세분화해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CCTV에 찍힌 걸음걸이 특징을 비교·분석하는 법 보행 분석기법, 3차원 얼굴인식, 체취 증거, 정맥 패턴 등 정보기술(ICT)과 생명과학기술(BT)을 접목시키고 있다.

경찰청은 앞으로 5년간 180억원을 과학수사에 투자할 계획이다. 1948년 11월 4일 당시 내무부 치안국 감식과로 출발한 과학수사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서울청 'CSI 과학수사 실습장'

특수전등으로 범인 발자국 확인…혈흔에 증류수 묻혀 혈액 채취
6명이 현장 파악·촬영 등 분담
"팀워크 향상…실제 사건해결 도움"


[ 마지혜 기자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5팀 과학수사요원들이 지난 16일 서울청 CSI 과학수사 현장실습장에서 열린 가상 살인사건 현장 증거수집 실습에서 범인의 발자국을 채취한 젤라틴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misaeon@hankyung.com
서울지방경찰청 지하 2층엔 오피스텔이 있다. 전용면적 60㎡ 크기에 주방, 소파와 탁자가 있는 거실, 책상과 침대 등이 있는 안방, 화장실 등을 모두 갖췄다. 누가 들어와 산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이곳은 훈련 장소다. 주택 등에서 강도 살인 강간 등의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훈련할 수 있도록 오피스텔과 똑같은 구조로 꾸민 것이다. 서울청이 지난 9일 개관한 CSI 과학수사 현장실습장이다.

개관 후 첫 실습이 16일 열렸다. 서울 성동·중랑·광진구를 관할하는 광역5팀의 과학수사요원 6명이 참가했다. 실습장은 과거 발생한 살인사건을 본떠 꾸몄다. 피해자는 양손을 청테이프에 묶인 채 거실 소파에 죽어 있고 거실 중앙까지 피가 떨어진 채 굳어 있었다. 어질러진 안방에서는 화장대 서랍 안에 있던 30만원과 귀금속이 없어졌다. 간략히 상황 설명을 들은 광역5팀 요원들은 곧 현장에 투입됐다.

발자국과 혈흔, 지문…“놓치지 마라”

현장 채증은 징검다리를 놓듯 거실과 화장실, 안방 등지에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플라스틱 통행판을 하나씩 놓는 것으로 시작됐다. 요원들의 발이 현장에 닿아 증거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범인과 피해자가 통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피해 거실 가장자리에 설치했다.

다음은 범인의 동선 파악에 나섰다. 실내의 모든 조명을 끄고 측면으로 빛을 비추는 특수제작한 손전등으로 바닥을 훑었다. 형광등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머리카락과 사람의 발자국 등 여러 단서가 드러났다. 요원들은 발자국 크기를 자로 재고, 스티커처럼 바닥에 붙였다 떼면 발자국이 그대로 옮겨지는 젤라틴판으로 범인의 족적을 채취했다.

이어 본격적인 증거 수집을 시작했다. 굳은 혈흔에 증류수를 묻힌 면봉을 문지르자 혈액이 묻어나왔다. 요원들은 이를 보관함에 넣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재떨이에 있던 담배 두 개비를 핀셋으로 들어올려 봉투에 넣었다. 담배에 묻은 침에서 유전자 정보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탁자에 놓인 컵에도 주목했다. 범인의 지문이 남아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원들이 브러시에 형광 분말을 묻혀 컵을 쓸어내리고 푸른 불빛을 비추자 지문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현장 증거를 채집한 뒤에는 마네킹으로 연출된 피해자 시신을 수습했다. 먼저 테이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접착 성분만 일시적으로 녹이는 박리제로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청테이프 접착면을 녹이기 시작했다. 피해자를 결박하는 과정에 범인이 지문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손톱도 깎았다. 몸싸움을 벌이는 등 범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피부 조직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다.

현장 채증이 끝나자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냉방을 최대로 했지만 광역5팀 요원들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안동현 서울청 과학수사계장은 “그나마 간편하게 실습할 수 있도록 현장을 꾸며서 그렇지 실제로는 6~8시간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 지방경찰청에 훈련장 설치

과학수사 현장 실습장은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 있다. 위치가 멀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경찰들은 자주 찾기 힘들었다. 경찰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경찰청마다 실습시설을 마련하기로 했고 전북청에 이어 서울청이 문을 열었다.

실습장에서는 현장 파악과 증거 수집, 범행 재구성 등의 단계로 6명의 팀원이 역할을 분담해 협업하는 능력을 기른다. 안 계장은 “사건 현장에 나갔을 때 각자 맡은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증거를 놓치지 않는다”며 “있는 증거도 경찰이 못 찾으면 없는 게 되는 만큼 증거를 찾기 위한 팀워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습을 기획·감독한 이재준 기법감정팀장도 “요원 각자가 전문가라 하더라도 팀으로 일할 땐 각자 맡은 역할을 물 흐르듯이 수행해야 모든 증거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청은 오는 9월부터 두 달간 관내 30개 광역과학수사팀 모두를 실습장에 불러 한 차례씩 교육한 뒤 평가 결과가 가장 우수한 팀에 서울청장 표창을 할 예정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머리카락 한 올에 달라지는 판결 … 우린 진실을 분석한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 부검실. 법의관이 부검 후 신체 조직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추가 분석을 위해 채취된 조직 샘플은 유전자공학과나 마약독성화학과 등으로 보내진다. [사진 김경록 기자]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 없도록 부검·약물분석·DNA 검사
대부분 석사 이상…전공 다양하지만 법의관은 의사만 가능
하루에 수십 건 사고…개인 시간 따로 없이 한밤중 출동도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대범해지고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학수사를 통해 자살로 위장한 사건이 결국 타살로 밝혀지기도 하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가 누명을 벗기도 한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요원에 대해 알아봤다. 

미국 드라마 CSI에는 다양한 과학수사요원이 등장한다. 실험실에서 유전자 분석을 하는 요원도 있고, 부검을 담당하는 요원도 있다. 과학수사란 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사망 경위와 범인 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현장에서 지문 감식을 하거나 증거품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이들을 통틀어 과학수사요원이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경찰청 과학수사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기관별로 불리는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국과수와 국방부는 과학수사연구사·연구관, 경찰청과 대검찰청은 과학수사관으로 부른다. 이들 모두 범죄 기록을 찾아 범인을 밝히는 과학자·수사관·의사·병리학자·심리학자·공학자들이다.




의학·생물학·전자공학 넘나드는 과학수사

과학수사에는 부검, 약물 분석, DNA 검사, 사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지난 1일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의 장정식 의무사무관(법의관)을 만난 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의 부검을 끝낸 직후였다. 그가 부검을 맡는 건 교통사고, 의료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했거나 유족이 부검 요청을 해오는 경우다. 장 법의관은 “법의조사과에서는 사망 원인을 눈으로 확인하는 검안과 시신 부검을 통해 타살인지 자살인지, 또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등을 밝힌다”고 말했다.

 검안이나 부검에서 독약·마약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진 경우 시신의 신체 조직을 마약독성화학과로 보낸다. 혈중알코올농도, 미세증거물, 독성, 체내 마약 성분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은 부검 시료 및 현장에서 발견된 관련 물품들을 감정해 음주나 독극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올 3월에는 보험금을 노린 40대 여성이 시어머니와 남편, 친딸에게 제초제를 먹여 살해한 사건을 밝혀냈다. 화재 사건의 경우 시신이나 사건 현장에 남은 물질을 통해 자연 발화인지 방화인지를 알아낸다.

 유전자분석실에서는 DNA 분석을 한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살해 유기 사건의 경우 DNA 분석으로 친자 관계, 살해 방법 등을 밝혀 범인을 찾았다. 화재나 교통사고의 원인을 찾는데도 과학수사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낸다. 국과수 이공과의 이기태 과장은 “교통사고의 경우 차량의 파손 형태와 손상 흔적, 사고 현장의 차량 흔적과 위치 등을 기반으로 상황을 재연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힌다”고 전했다.

 직접 현장에 가야 할 때도 잦다. 지난 4월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의 경우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찾았다. 보험 회사가 교통사고 원인 분석을 의뢰할 경우에도 현장에 간다. 가능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서진 차량을 직접 뜯어낸다. 사고의 원인을 알려면 아주 작은 실마리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CCTV·사진·비디오·휴대전화·PC메모리카드를 복원·판독하고, 최면이나 심리분석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1.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설립됐다. 2. 국과수는 81년 발생한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를 도 입한 건 60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당시 육군 과학 수사본부)였다. 3. 93년 국과수는 국내 최초로 모발 에서 약물을 검출했다. 사진은 메스맘페타민 검출기. 4.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국과수는 국내 최초로 사망자 유전자(DNA) 분석을 시도했다.

까다로운 채용, 학부만 졸업해서는 어려워

국과수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과학수사요원을 뽑는다. 면접 땐 지원하는 과에 대한 전문적인 질문을 한다. 국과수는 석사 학위 이상이어야 입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력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법의관의 경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2년 이상 경력자여야 한다. 병리학 전문의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한다. 약학 분야의 경우 약학대를 졸업하고 약사면허증을 딴 사람만 뽑는다. 화학·물리학·공학·생물학·보건학·심리학을 전공한 요원도 있다. 이들은 특수직 공무원으로 공무원 급수가 아닌 연구직과 의무직으로 나뉜다. 운영지원 파트 직원의 경우 건축·전기·경영·경제·언론·행정학 등을 전공한 후 일반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경찰청 과학수사대는 경찰공무원시험 합격자가 대상이다. 과학수사대가 되려면 연 1회 선발심사를 거쳐 수사경과에 들어가야 한다. 수사경과 지원 요건은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과학수사학·법과학·법의학(법정의학·법의간호학·의학 포함)·범죄수사학·범죄학·형사학 등을 전공해야 한다. 실기시험·체력검사·적성검사·서류전형·면접시험 등 5차에 걸친 시험을 거친다. 실기시험은 인터뷰 형식이며 과학수사의 개념 및 기법 등에 대해 질문한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경찰 시험에 합격한 후 과학수사요원을 지망하는 경우와 대학원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거나 과학수사 특채시험에 응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검시나 범죄심리 분석 등을 담당하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면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도 과학수사연구소가 있다. 국방부의 업무는 군대 안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제한된다. 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인 전충현 박사는 “경찰이나 국과수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국방부 과학수사는 군에서 발생한 사건의 원인을 밝힌다”고 말했다.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유전자과·법의학과·범죄심리과·이화학과·문서지문과·총기화재과·영사과 등 7개 과로 나뉘며, 모두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여야 지원할 수 있다.

 대검찰청은 올해 2월 과학수사부를 신설했다. 과학수사1과·과학수사2과·디지털수사과·사이버수사과로 나뉘어 금융·경제·기업·부패·마약·강력범죄와 사이버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목표다. 식품·유해화학물질·환경 등 법생화학 감정 업무도 담당한다.

 정부는 과학수사요원을 늘리는 추세다. 인터넷게임을 모방한 잔혹 범죄나 디지털 범행, 보이스 피싱 등 다양한 범죄가 등장하고 있다. 범죄는 늘어나고 초동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초동 수사가 안 되면 수사 자체가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발 빠른 증거품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

 최근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과학수사요원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의 안정성과 과학수사에 대한 직업적인 자부심도 매력으로 꼽힌다.

 
사건 끝까지 파고드는 인내심과 끈기 중요 

과학수사요원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억울한 피해자를 밝혀냈을 때다. 작은 증거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성취감도 있다. 머리카락 한 올로 죽음의 이유를 분석하고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사건을 해결한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접목하는 것도 보람이다.

 일은 쉽지 않다.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대형 사건의 경우엔 전 요원이 하나가 돼서 매달려야 한다. 한 달 이상 전 연구원이 총동원돼 현장을 오가며 증거를 찾고 분석을 한다. 국과수 마약독성화학과의 백승경 과장은 “아무리 몸이 고되도 지체할 수 없는 게 우리 일이다”며 “증거품이 훼손되거나 사체가 부패하기 전에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1분 1초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마약 사범의 경우 경찰 임의동행 시간은 48시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결과의 유무에 상관없이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 때문에 마약독성화학과에서는 주말에도 당번을 지정해 24시간 대기하다가 경찰의 연락을 받으면 바로 출동한다. 백 과장은 “개인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범죄와 싸우고 있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요원이 투입되는 일은 뉴스에 나오는 대형 사건·사고뿐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수많은 시신이 과학수사 요원의 손을 거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밤중이라도 의뢰가 들어오면 분초를 다투며 증거품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야근이 잦다. 특히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땐 유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건의 원인을 찾아 밤낮없이 일한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직접 접하는 경우는 부검 담당자 외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요원은 생체조직 검사나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품을 살피는 일을 한다. 시신이나 증거품을 대할 땐 죽음을 떠올리기보다 범인이 남긴 과학적 증거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국과수 유전자분석과의 조남수 과장은 “과학수사의 임무는 범인을 찾는 것이다. 그게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 요원들과 협력도 잘해야 한다. 백 과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는 업무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만큼 협업 능력이 중요하다”며 “다른 분야를 존중하고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인성이 과학수사요원 기본 자질”이라고 말했다.

 인내심과 끈기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공과 이기태 과장은 “사건을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와 성실함, 인내심은 과학수사요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며 “반드시 사건을 해결하고 말겠다는 집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법의관은 의대 재학 시절 법의학교실 강의를 들으며 법의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의 임무라면 법의관들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임무”라며 “사람에 대한 관심, 하나의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고자 하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병리전문의 면허를 취득,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국과수로 이직했다. 국과수 과학수사연구사는 빈자리가 나야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유전공학부 같은 부서는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 과장은 연구실에서 연구하거나 의료 계통에서 일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는 게 더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범인과 마주 서야 할 때도 있다. 그는 “힘든 일도 많지만 범죄자를 밝혀내 희생자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어진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번갈아 성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밤중에 불상의 남성 한명이 베란다 창문을 통하여 침입한 후 잠을 자고 있던 자매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순순히 자신의 명령에 따르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노끈을 사용하여 피해자의 손을 묶고 차례로 성폭행한 후 이불로 피해자들을 뒤집어씌우고 도망하였다. 자매는 범인이 문을 열고 도망한 잠시 후에 일어나 가까스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사건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이 진행되었다. 피해자들이 입고 있던 팬티, 잠옷, 침대 위와 침대 주변에서 수거된 모발 그리고 침대보 등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되었다. 의뢰된 팬티와 잠옷 등에서 정액반응 검사를 하였다. 하지만 정액반응 음성이었다. 즉, 정액반응이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는 정액의 양이 정액반응 시약으로는 검출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적거나 또는 전혀 없어 안 검출을 할 수 없는 경우이다.

 

 두 경우를 모두 배제할 수 없어 정액반응이 음성이라도 유전자분석을 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분명히 범인이 사정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증거물에 남성의 정액이 극히 소량 숨어 있는 경우로 판단할 수 있었다. 보통 피해자가 사건 당시 수치심으로 질 내부를 닦은 경우 등에 이렇게 남성의 정액이 극히 소량 남아 있게 된다. 경찰관이 긴급하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해자가 샤워를 하고 난 후였기 때문에 매우 소량의 정액만 피해자의 질 속에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예전에는 정액반응이 음성으로 나온 경우 유전자분석을 해도 남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지 않으므로 유전자분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여 아주 적은 양의 정액이 섞인 시료의 경우에도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분석을 한다.


 이 사건의 경우도 정액반응은 음성이었지만 유전자분석을 하였다. 하지만 워낙 정액의 양이 시료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일부의 유전자형만 검출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15개 좌위를 분석하는데 실제로 검출에 성공한 것은 11개 좌위였다. 그것도 범인의 정액이 극미량 섞여 있어 피해자의 유전자형만 정확하게 나오고 남성의 유전자형은 피크가 매우 낮고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이런 혼합된 유전자형의 경우는 확실하게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형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혼합된 유전형으로 기재되어 감정서가 나간다. 추후 범인이 검거되면 혼합반에 범인의 유전자형이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만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범인이 아닌 사람이 우연히 그 혼합반에 포함되는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남성의 유전자형을 추정할 수만 있다면 그 확률은 엄청나게 올라갈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기존의 범죄자와도 검색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렵지만, 이 혼합반에서 남성의 유전자형을 추정해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워낙 적은 양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남성의 유전자형을 혼합반에서 분석해내기 쉽지가 않았다. 작은 피크를 중심으로 남성의 유전자형을 추정해내기는 했지만 워낙 적은 양이고 검출된 좌위가 일부여서 오류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가장 가능성이 있는 한 남성의 유전자형을 분리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추정된 남성의 유전자형을 범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 결과 2010년에 채취되었던 구속피의자와 일치하였다. 당시 강원도 원주에 있던 동부분원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추정한 유전자형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추가 실험을 통해서 범인임을 확증한다. 따라서 당시 국과수 동부분원 유전자분석실에서 실험했는데 분석 후 보관하고 있던 DNA를 다시 찾아 추가로 Y-STR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구속되었던 피의자는 이번 사건의 범인과 일치하였다. 이 결과를 담당 수사관에게 통보를 하였다.


 통보를 받은 수사관이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사건으로 만기 복역을 한 후 출소하여 지방에서 막노동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소재지에 수사관이 급파되어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 실험을 위해 그의 구강이 채취되어 연구원으로 의뢰되었다.


 결과는 위에서 실시했던 Y-STR 결과와 같았다. Y-STR 유전자 분석은 남성의 유전자형만 골라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사건에서처럼 질 내용물에 극소량의 남성 유전자가 섞여 있더라도 남성의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성범죄의 경우 현재는 정액반응이 매우 약하거나 음성이라도 범인의 유전자형을 확보하기 위해 Y-STR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박 모 탤런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액반응은 음성이었지만 Y-STR 분석 결과 남성의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안산의 인질살인사건에서도 정액반응은 음성이었지만 Y-STR 유전자형이 000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여 그가 딸을 살해하기 전에 성폭력을 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감정과 많은 노력으로 혼합된 유전자형에서 범인의 유전자형을 분리할 수 있었고 이를 이해하고 열심히 수사에 임했던 수사관의 노력으로 한 사건을 또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범인을 검거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잠시 다른 업무로 바쁜 사이에 방송 매체에서 경기도 00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범인이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범인은 이미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당 경찰서 관내의 전 경찰력이 동원되어 가능한 도주로를 차단하고 그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범인은 서울 인근 지역에서 은신하다가 잡혔다.


 나중에 위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하고 통화해서 안 내용이었지만 바로 도주했던 범인이 어렵게 잡았던 이 사건의 범인이었다고 했다. 정말 힘들게 범인을 잡아서 매우 좋아했던 모습이 생각나 씁쓸했다. 한순간 방심으로 어렵게 잡았던 범인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었다. 조사를 담당했던 담당자는 상 대신에 징계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박기원 kwpark001@hanmail.net]







추운데 옷을 벗는다. 상식에 어긋난다. 하지만 사람이 추운 날씨에 옷을 벗고 죽는 현상은 의외로 잦다./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더팩트|황신섭 기자] 바지와 속옷이 벗겨졌다. 윗옷 단추도 뜯어졌다.

그 곁에 신발과 양말, 술병이 나뒹군다. 여기저기 긁힌 상처, 얼굴엔 멍자국도 보인다.

한 겨울 밤 서울 외곽의 한 농수로에서 발가벗은 여성의 사체가 나왔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잠시, 사체를 발견한 두 형사의 대화를 들어보자.

김 형사: 기온은 영하 3도. 옷이 벗겨지고 상처가 있는 걸로 봐서 성폭행 살인이네요.

이 형사: 그래, 맞아. 잔인한 살인 사건이야. 빨리 상부에 보고해!!

경찰은 부랴부랴 수사본부를 꾸려 범인 추적에 나섰다. 언론도 앞다퉈 '성폭행 살인'을 보도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뜻밖이었다. 여성의 사망 원인이 '이상탈의 현상에 따른 저체온증(동상)'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법의학에서는 추운데 옷을 벗은 현상을 '이상탈의'라 부른다. 주로 술 먹은 사람에게 나타난다./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경찰은 부검 결과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추운데 옷을 벗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되레 옷을 입어야 맞는 게 아닌가. 우리 몸은 온도가 떨어지면 심장과 뇌를 보호하려고 팔 다리에 피(혈류)를 공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급격하게 팔 다리가 차가워진다. 이후 우리 몸은 생체기능 파괴를 막고자 다시 따뜻한 피를 공급하는데, 이 때 열이 확 난다.

추위에 떨다 갑자기 열이 오른 사람은 스스로 옷을 벗는다. 그 뒤 체온이 점점 떨어져 죽는다. 법의학에선 이를 '이상탈의 현상'이라 하는데 주로 술 먹은 사람에게 나타난다.

이 여성의 사망 과정은 이렇다. 그녀는 술병을 들고 버스를 탈 정도로 취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취기가 올랐다. 추운 날씨 탓에 체온은 떨어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논두렁에 굴러떨어졌다. 이 때 얼굴과 팔, 다리에 상처가 생겼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한동안 추위에 떨다 열이 오르자 양말을 벗었다. 그 다음엔 바지, 그리고 속옷, 급기야 윗옷까지 벗어 제쳤다.

결국 체온이 떨어진 그녀는 논두렁에 누운 채 숨이 멎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도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 양말과 신발은 모두 벗었고 바지와 윗옷도 일부 벗어 제친 상태였다. 술병도 있었다./YTN 뉴스 화면 갈무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도 이상탈의 현상 뒤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역시 양말과 신발, 윗옷과 바지도 벗어 제친 상태였다. 소주와 막걸리 술병도 있었다.

기온이 포근한 5월 말에 저체온증이 말이 되느냐는 의심도 많았다. 타살 의혹마저 일었다. 하지만 밤 기온은 뚝 떨어지는데다 당시엔 비가 오고 바람까지 불었다. 체온이 떨어진 그의 의식은 혼미해졌을 테고, 다시 더위를 느낀 그는 옷을 벗었다. 끝내 체온이 떨어졌다. 유 전 회장은 그렇게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의 이유는 이처럼 상식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죽은 자에게도, 산 사람에게도 법의학은 중요하다. 날씨가 춥다. 매서운 강추위는 한풀 꺾였다고 해도 아직은 겨울이다. 음주는 적당히, 옷을 벗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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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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