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찰 검시관 확충 방안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를 늦게 확인해 혼쭐이 난 경찰이 늦게나마 검시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찰은 27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서양식 검시관(Coroner)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되는 검시관 제도는 법률가나 의사 출신으로 법의학 교육을 받은 검시관들이 검시 업무를 총괄하게 하는 제도다.

검시관의 검시를 받는 시신은 주로 타살로 추정되거나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시신이다.

검시관 제도는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검시관이라는 단어(Coroner)도 '영국 왕실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왕관(Crown)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주로 법률가 출신이 많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의사들이 주로 검시관 업무를 맡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의사 출신 검시관 제도를 도입하려 해도 의사를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법의학 전공자도 많지 않아 인력 확보 측면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그 차선으로 경찰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지방경찰청 단위로 활동하는 경찰 검시관은 67명인데, 경찰청은 3년 내 144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 검시관은 전문 의사가 아니라 7∼9급 일반직으로 경찰에 들어온 병리학, 간호학 전공자들이다.

사실 경찰청은 2005년부터 경찰 검시관 확충을 안전행정부에 요청해 왔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보통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민간 의사에 위탁하거나 경찰 검시관을 통해 검시를 해 왔다.

그러나 의사는 범죄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고, 경찰 검시관은 의사보다는 의학적인 식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자가 직접 변사 사건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2000년대 초반 대전 중부분원장을 지낼 때 법의학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현장출동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가동한 적은 있지만 제도화되지는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을 때에는 거리 문제로 검시관이 아닌 일반 의사가 검시를 맡았다. 그것도 유씨의 시신이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후였다.


banana@yna.co.kr










사건 현장 베테랑 법의관 부검 여부 판단하고 결정

[동아일보]

“범죄 현장을 녹화한 폐쇄회로(CC)TV 영상입니다.”

법의학자 한 사람이 범죄 현장을 실시간 촬영한 영상을 틀자 방에 있던 10여 명의 의사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집중한다. 화면 속에서는 복면을 쓴 권총강도가 한 피부관리실에 들어와 권총을 난사하는 장면, 가게 한쪽에 앉아 있던 어린아이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이 나왔다.

CCTV를 통해 범죄 현장을 확인한 법의학자들은 사망한 어린아이의 부검 과정을 상세히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토론을 벌였다. 어린이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총격이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 미드 ‘CSI 마이애미’ 실재했네

국내에서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 계기는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 방영이다. 특히 드라마 배경이 된 라스베이거스와 마이애미, 뉴욕은 과학수사가 어느 곳보다 발전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7일 찾은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미드 CSI 마이애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발전된 법의학 및 과학수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마이애미대병원 외상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법의학본부(ME Office)’는 카운티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3000건 이상의 의학적, 과학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법의학 체계는 크게 법의관 제도와 검시관 제도로 나뉜다. 검시관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반면, 법의관은 의학적 조언과 범인 판단 여부에 결정적인 의견을 내며 부검 여부를 판단하고 수행한다.

법의관은 드라마에서처럼 현장을 직접 찾기도 하는데 경찰에게 CCTV 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증거물을 요청할 수 있는 등 범죄 수사에 관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권한을 갖고 있다. 법의관은 200건 이상의 부검 경험을 갖고 있는 병리학 전문의 중에서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에마 루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수석법의관은 “다양한 검시제도 중에서 법의학본부 체제는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과학-의학 수사 제도”라고 말했다.

○ 의학-과학 연계돼 ‘범죄 꼼짝 마’

마이애미 법의학 본부가 유명해진 이유는 과학기술팀과의 긴밀한 연계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처럼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증거는 본부 내 전문 분석팀에 넘겨 공동 대응한다. 또 사건 현장의 정밀한 증거사진을 남기기 위해 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적 범죄 연구를 위해 부검 과정에서 얻은 인체조직을 모아두는 ‘조직은행’도 구축 중이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때문에 과학수사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는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시관 제도도 전문 법의관 제도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범죄 현장을 신속하게 찾아 초동조사를 할 검시관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또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할 때도 미국에서는 법의관 재량이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대학 법의학팀에서 부검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 동의와 함께 경찰이나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상한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조사해야 할 죽음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범죄 수사에 다양한 과학적 의학적 수단이 총동원된다”며 “우리나라도 과학적 법의학 수사기법을 강화하는 한편 제도의 개선과 현장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살인이나 변사 사건 현장에 출동해 초동조치 등을 책임지는 ‘경찰검시관’ 선발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사후교육 등도 허술해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1월 도입돼 시행 10년 차를 맞은 경찰검시관 제도가 축소·변형된 채 시행돼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2005년 당시 경찰 수사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으로 2년 뒤인 2007년까지 보건의료 분야 석·박사 112명을 검시관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경찰검시관은 68명이 재직하는 데 그치고 있다. 관련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져야 한다는 자격요건 역시 전문학사도 가능한 것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무엇보다 채용 과정에서 법의학 분야에 대한 필기시험을 보지 않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검시관 선발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으로 이뤄지는데 면접과정에 참여한 관련 전문가들은 짧은 면접을 통해 법의학적 이론과 지식을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용 후 교육 과정도 허술한 실정이다. 경찰검시관은 채용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각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배치되지만 국과수 사정에 따라 짧게는 1개월 만에 교육이 끝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도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검시관은 지난 2005년 18명을 모집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 29명, 2007년 17명을 선발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선발이 없다가 지난 2012년에야 15명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행렬(경찰학) 대전대 교수는 “1개월의 교육만으로 일선에 배치한 사례 등은 관련 인력 운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험일정이나 선발규모 등도 어느 정도 정례화돼야 관련 분야 인재들이 꾸준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3년 전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앞에 주차된 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 현장에서 2㎞ 떨어진 곳에서 도난당한 차가 발견됐지만, 차안에 있던 금품은 누군가 훔쳐갔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수색한 결과 담배 꽁초 하나를 발견했다. DNA 감식을 했지만 일치하는 DNA 정보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달 초, 한 20대 남성이 차량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상습범임을 파악하고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3년 전 떨어진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다. 여죄가 드러나자 용의자는 지난 범행을 시인했다.미제로 남겨진 범죄를 법의학(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동원해 해결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치안과 국민안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을 한눈에 파악하고 포렌식 전문가의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사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포렌식연합회가 주최해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7일 열린 `제1회 한국포렌식연합회 공동학술대회`는 과학수사 기술 현황과 미래 트렌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은 `DNA 감식의 미래기술`이라 주제로 열린 한 세션에서 “2010년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DB) 시대가 열리면서 대량의 유전자 분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식별·유전정보·공익 등 유전자 감식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감식은 범죄현장에서 획득한 소량의 DNA를 미세유체역학 등을 활용한 첨단 장비와 증폭 장비로 검식한다. 차량절도 사건의 담배꽁초처럼 DNA 정보를 DB화한 후, 추후 범죄 발생 시 활용하기도 한다.

DNA 감식이 용의자 인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현행 DNA DB제도와 관련 법제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DNA 수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택수 계명대 교수는 “DNA 수사방식은 용의자 정보를 해당 사건 현장 증거물 뿐 아니라 다른 사건의 증거물까지 대조해 여죄를 밝혀내고 있다”며 “강제수사와 용의자 법적 지위라는 문제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DNA DB 검색절차는 사건 현장에서 DNA를 채취하고 현장증거물 DB에 등록한다. 구속된 피의자 DB와 일치하지 않으면 이미 수감된 범인 DNA를 검색하고 일치 여부를 담당 형사에게 통보해 여죄를 수사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DB 보관기관 명문화와 차등화 제한이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용의자 DNA는 현장 증거물과 대조 시에만 채취하고 즉시 삭제하는 등 개정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서는 DNA 감식 기술 세션 외 혈흔 형태 분석, 필적 감정, 미량 검출 등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 트렌드와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8일에는 디지털포렌식 발전방안 모색, 해양범죄, 법의인류학, 화재 조사 등을 주제로 세션이 이어진다.

권동일 한국포렌식연합회장은 “이번 대회로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법과학 전문가가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수사 발전에 대한 최신 동향의 정보교류로 우리나라 과학수사 발전을 도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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