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김정은 검시조사관



일본 도쿄 도 감찰의무원(Tokyo Medical Examiner's Office)을 방문했던 부산경찰청 김정은(여·30·사진) 검시조사관은 일본은 정부가 변사체 관리에 직접 나서면서 시신이 훼손되는 등 문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시신공시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검시 검안이 어떻게 이뤄지나. 

▶각 경찰서 형사과장이 검안한 뒤 의문점이 있을 경우 지방경찰본부의 검시관을 요청해 현장 검시 후, 검안의가 검안한다. 일과 시간 이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지정된 시신공시소로 후송한 뒤 다음 날 검안한다. 검안의는 개인의원의 의사는 안 되며 감찰의료원 소속 감찰의 또는 대학 법의관이 맡는다. 

-변사체 관리는. 

▶각 현에 안치소를 두어 관리하고, 부검이 결정되면 국가 차원에서 부검소로 운구한다. 

-부검제도는.  

▶부검은 의사, 법의학교실 교수 등 국가의 인증을 받은 자가 할 수 있으며, 부검기관은 5개 감찰의무원 및 지정 대학 법의학교실이 있다. 부검 때는 담당 검시관과 형사가 참관하며 사진 자료는 경찰과 공유한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민간장례식장에 시신을 보관하는 한국과 달리, 정부에서 변사체 관리를 해 문제 발생 여지를 차단한다. 부검 업무가 국과수의 양대 업무인 기형적인 한국 상황에 비해 감찰의료원과 대학이 부검을 전담하고, 과학경찰연구소는 법과학분야 연구에 중점을 둬 목표를 명확히 한 장점이 있다. 부검 인력의 부족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치료중 사망땐 진단서… 그외엔 검안서 작성
검시제도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누리던 개인의 사망에 한 점 의구심도 없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질병 정보 등 국민 보건에도 막중한 역할을 한다.

검시의 시작인 사망신고는 공동체 구성원의 사멸을 공인하는 엄중한 절차다. 국내에선 유고 시 유가족은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를 첨부해 관공서에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 사정이 있어 진단서나 검안서를 받을 수 없을 때는 ‘인우증명제’로서 사망자 주변 사람 2명의 증언으로 첨부서류를 대신할 수 있다. 진단서 또는 검안서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이 작성한다.



진단서와 검안서의 쓰임새는 다르나 양식은 같다. 병원 치료 중 사망자는 주치의가 진단서를 쓴다. 환자 진료기록 등이 사망 원인의 근거다. 병원 밖에서 죽었더라도 마지막 진료를 받은 뒤 48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진단서를 쓸 수 있다.

이 외에는 시체검안서를 써야 한다. 병원 밖 죽음은 병사 아닌 경우가 많다. 병사라고 하더라도 진료기록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인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법의학 지식이 부족하다면 부실한 검안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책임이 무거울 수 있어 그냥 ‘미상’으로 적는 경우도 많다. 

검안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 변사로 분류되면 수사기관 소관이 된다. 보통 병원 밖에서 숨진 사람을 발견한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찰은 이를 변사자 및 변사사건으로 접수한다. 간혹 의사가 검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시체를 살피다가 범죄 흔적이 의심되는 경우 역시 변사이며 수사기관 신고가 의무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으나 실제 사례는 거의 없다.

변사자가 받는 검시에는 두 가지 의미가 혼용된다. ‘검시(檢視)’는 수사기관이 범죄 때문에 발생한 죽음인지 법률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체 및 그 주변환경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검시(檢屍)’는 의사가 죽음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위해 시체에 대해 의학적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의사의 검시는 검안(檢案·시체를 훼손하지 않고 외부만 검사)과 부검(剖檢·시체를 해부하여 검사)으로 나뉜다.

변사체 검시(檢視)의 주체는 검사이며 경찰은 집행을 맡고 판사는 이를 허가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 법의관, 또는 의사는 일종의 기술 지원만 맡고 있는 상황이다.

변사체 신고 현장 대부분에는 경찰만 출동한다. 원래라면 법의관, 또는 의사가 현장에 나가서 시체 외부와 주변을 살피고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사인과 타살 의혹 여부를 파악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안은 주로 병원, 장례식장으로 시체가 옮겨진 후 이뤄진다.

의사가 불충분한 정보만으로 경찰에 검안서를 써주면 경찰은 검찰에 검안서, 수사내용을 합쳐 변사자 발생보고를 한다. 검찰이 이를 바탕으로 범죄 관련성 등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이 종결된다. 범죄와 연관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어 검찰이 부검을 지휘하면 의사가 시체를 해부해서 살피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한다.


특별기획취재팀







결핵 환자를 뇌졸중으로… 흉기 찔렸는데도 死因 미상…



지난해 11월 인천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둔 어머니를 인근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긴 강해웅(65)씨는 어머니 시체검안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1년간 결핵을 앓고 사망 전날까지도 결핵약을 복용한 어머니가 뇌졸중 환자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영정사진을 가지러 집에 잠시 간 사이 장례식장에서 부른 A 의사가 ‘검안서를 써야 한다’며 전화했길래 결핵으로 7개월 넘게 입원하셨다가 요양원으로 옮긴 자초지종을 다 얘기했다”며 “그런데 장례식장에 돌아와 보니 시체검안서 사망 원인에 ‘뇌졸중·고혈압’이 적혀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강씨 설명에도 A 의사는 강씨 형에게 ‘결핵으로 사망했다고 쓰면 보건소에 신고도 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한데 노인들은 뇌졸중, 고혈압으로 쓰면 장례치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이같이 검안서를 작성한 것이다. “유족 말을 무시한 데다 시신도 제대로 보지 않고 검안서를 썼다”는 게 유가족 주장이다. 강씨는 “의사는 시체를 봤다고 하는데, 의사가 병원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형이 내려가 만났는데 그 짧은 시간에, 보호자를 동행하지도 않은 채 시체를 봤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A 의사는 검안비로 현금 15만원을 받아갔다. 보통 대학병원이나 병원은 7만∼10만원 선이다. 강씨는 “장례식장에서 의원을 불러주고 검안비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장례식장과 검안의사 결탁설은 흔한 얘기다.

취재팀 확인 결과 80대인 A 의사가 운영하는 B 의원은 최근 2년 9개월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환자를 아예 보지 않았거나 비급여 진료만 했다는 뜻이다. 취재진 전화 문의에 A 의사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 부르는 데나 나가고…”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아버지 장례를 치른 C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뜬금없이 빈소에 서류가방을 들고 온 70대 노인이 의사라며 명함을 건넸다. 그는 C씨 아버지 병력을 물어보며 “검안서에 (사인을)병사로 써주겠다”고 제안했다. 두 의사 모두 진료는 하지 않고 일대 장례식장을 순회 영업하며 마치 자판기처럼 검안서를 발급한다. 법의학계에서는 이런 이들을 ‘검안서 장수’라고 부른다.



◆검안서 장사

시체검안서나 사망진단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쓸 수 있다. 검안서 장수 역시 대부분 병·의원을 차려놓고 진료는 하지 않는다.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으니 관할 보건소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다. 병원 간판조차 없는 곳도 있다. 취재팀이 찾아낸 서울 은평구 한 검안서 장사 의원의 경우 ‘진료과목 내과·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와 ‘포경수술’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병원명은 없었다. 심평원에 자료가 저장된 최근 5년간 진료비 청구내역도 전무했다.

이 같은 검안서 장수들은 국과수 부검의와 법의학자들 사이에서 ‘시체검안서의 나쁜 예’로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검안서와 사망진단서를 토대로 사망원인 통계를 내는 통계청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한 법의학자는 “일부 의사가 사인을 ‘미상’으로 미리 써놓고 이름만 비어 있는 검안서를 들고 장례식장을 돌아다닌다”며 “경찰이나 유족 얘기는커녕 시신조차 안 보고 쓴 검안서는 엄밀히 따지면 허위진단서”라고 지적했다. 

◆범죄에 악용되는 부실 검안서

의사가 시체검안서 발부만 하더라도 이는 전혀 위법이거나 부도덕하지 않다.

문제는 일부가 망자의 죽음을 검증하는 엄중한 작업을 건성으로 하고 사인을 엉터리로 기재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뿐 아니라 일반 의사 다수에게서도 엉터리 사망진단서와 검안서가 발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엉터리 검안서는 자칫 억울한 죽음을 그대로 덮어버리거나, 향후 유족이 보험금 송사 등에 휘말렸을 때 증거자료 구실도 하지 못한다. 

취재 결과, 명백한 타살 흔적이 있는데도 의사가 병사 등으로 잘못 처리해 경찰에 신고되지도 않은 채 영원히 묻힐 뻔한 범죄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12년 12월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83세 여성이 이미 숨이 끊긴 채 실려 왔다. 응급실 의사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아들의 말만 듣고 ‘직접사인-노쇠’, ‘사망의 종류-병사’로 기재해 검안서를 떼줬다. 병사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되지 않고, 검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노인의 죽음은 자연사로 덮힐 뻔했지만, 입관 직전 아들에 의한 패륜사건으로 드러났다. 장례식장 직원이 시신 목에 걸쳐 있던 스카프를 풀자 끈에 졸린 선명한 자국이 나타났다. 직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동두천 한 병원 응급실에 부엌칼이 등에 꽂힌 채 실려온 50대 남성 한모씨 사례도 비슷했다. 의사는 숨진 채 병원에 온 한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후 시신 등에 칼자국도 뚜렷한데도 사망 원인을 ‘심폐정지’, 사망의 종류를 ‘기타 및 불상’이라고 썼다.

이 밖에도 2010년 노숙 여성을 살해한 뒤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민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등 타살사건을 검안의가 병사로 처리해 완전범죄가 될 뻔한 사례는 찾기 어렵지 않다. 완전범죄가 다수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법의학 서울의원 김형중 원장은 “아무리 법의학전문의가 아니라지만 검안하는 의사들이 시신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무성의하게 검안서를 쓰고 있다”며 “심폐정지는 죽음의 결과적 현상이지 직접원인이 아닌데도 사인에 심폐정지를 쓰거나 선행 사인을 알 수 없는 노쇠, 심장마비 등을 쓰는 오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검시(檢視, postmortem investigation, death investigation, medico-legal investigation)란 죽음에 대한 조사를 위미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하여 시체 및 그 주변의 현장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관계자 심문, 증거물 확보 등 수사권이 필요한 주변환경 조사와 시체의 의학적 검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시체의 의학적 검사(검시, 檢視, postmortem investigation, death investigation, medico-legal investigation)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위하여 시체를 의학적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하고, 당연히 의사가 시행한다. 


죽음에 대한 조사, 즉 검시에 포함되며, 그 한 과정이다. 


시체의 의학적 검사에는 검안과 부검이 있으며, 


검안(檢案, postmortem inspection, external examination)은 시체의 손괴 없이 시체의 외부만을 검사하는 것이다. 


부검(剖檢, autopsy)은 시체를 해부하여 내부 장기 및 조직의 절개, 채취를 하여 시체를 검사하는 것으로, 


목적에 따라 병으로 사망한 경우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병리부검과 법과 관련된 죽음을 조사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법의부검이 있다. 


명백한 병사가 아닌 모든 죽음을 조사하여야하는 검시의 업무는 목격자 심문이나 주변조사와 관련된 법률적 조사와, 검안과 부검의 의학적 검사의 두 가지 별개의 업무분야를 포함한다.




<출처> 법의학. 채종민. 정문각. 





서울 대림동에서 지난 3월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 검시관들이 시신의 손가락에서 손톱을 채취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변사사건 年 3만5000여건에 법의관은 40여명 불과

非전문 의사들까지 현장 출동

사망 여부만 판단하고 미세한 증거 놓치는 경우 많아

허위로 검안서 작성하기도


#1. 지난 2월 중순 대구 효목동의 한 주택에서 이모씨(54·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20여년 동안 법의관으로 근무한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이 경찰 요청으로 현장 검안에 투입됐다.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단순 변사로 처리될 뻔한 이 사건 수사는 권 소장이 현장에서 이씨 뒷목을 덮은 머리카락을 면도한 뒤 누군가에 의해 끈으로 목이 졸린 자국, 그로 인해 피부 일부분이 벗겨진 자국을 발견하면서 타살로 급선회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멀티탭에서 나온 혈흔, 이씨의 시신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한 경찰은 타살로 결론짓고 수사망을 좁힌 끝에 이씨의 여동생(52)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2. 한 달여 뒤인 3월20일 대구 삼덕동 경북대병원에서 정지향 양(3)이 숨졌다. 의사 박모씨(32)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친모 피모씨(25)의 말만 믿고 사망 원인을 ‘급성외인성 뇌출혈’, 사망 종류를 ‘외인사(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지만 생략했다. 검안의 양모씨(65)는 딸을 방치·학대해 숨지게 한 것을 숨기려 한 피씨의 사주를 받고 시신도 살펴보지 않은 채 사망원인을 ‘뇌출혈’, 사망 종류를 ‘병사(질병으로 인한 사망)’로 기재한 허위 검안서를 작성한 뒤 검안비로 25만원을 챙겼다. 박씨와 양씨, 경북대병원 의료법인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지난달 17일 불구속 입건됐지만 지향이의 시신은 이미 한 줌 재로 변한 뒤였다. 

법의학 지식을 갖춘 검안의가 변사 사건 현장에 투입돼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향이 사건’처럼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시신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사망의 원인·종류 등을 파악해 범죄 현장을 재구성해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만 겉치레 검안은 초기 수사 때부터 혼선을 줘 수사를 어렵게 만든다. ‘시신이 몸으로 쓴 유서’를 읽어 내는 검안을 법의학적 지식이 없는 동네 의사 등 민간에 맡기면서 벌어진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법의관 40여명에 변사사건 3만5000여건

양씨처럼 일반 개업의를 강력사건 현장에 검안의로 투입하는 이유는 국내 법의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평균 3만5000여건의 변사 사건이 발생하지만 법의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23명을 비롯해 서울·연세·고려·경북·조선·전북·전남대 등 법의학 전공 교수들, 국과수 법의관 출신 개업의 등 40여명에 불과하다. 

국과수 법의관들은 연간 5000여건(1인당 연평균 220여건)의 부검 업무를 소화하느라 현장 검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과수 법의관 출신 개업의들도 권일훈·김광훈·이상용·조갑래·한길로 박사 등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서울,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등 권역별로 소수만 활동하고 있을 뿐이어서 극히 제한된 일부 사건만 검안할 수 있다. 2005년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서 특별채용한 경찰 검시관들도 검안을 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초동수사를 마친 뒤 검사에게 제출해야 할 시체검안서 및 사망진단서 작성 권한이 없다. 

의료법 17조에 따르면 치과·한의사를 포함한 의사만 시체검안서나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에서 감기 진료를 하던 내과 의사가 검안의 부족에 허덕이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사건 현장에 출동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소재 일선 경찰서 과학수사팀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사(40)는 “시신의 손톱 밑에 낀 살점이나 혈흔을 확보하려면 현장에서 손톱을 깎아 보관해야 하는데 동네 의사들은 사망 여부만 판단한 뒤 대충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혈흔의 방향이 바뀌고 섬유조직 등 미세증거가 사라지기 일쑤다. 김 경사는 “예전에는 시체 운구 차량을 타고 동네 의사들이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들은 현장 보존보다 시신의 사망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시신의 동공을 열어보겠다며 시신에게 다가가 현장을 훼손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고 귀띔했다. 

○“국가가 검안제 관리·감독해야”

경찰은 현장 검안에 전문가를 제대로 투입하려면 현재 인력의 4배 이상인 160여명 이상의 법의관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시신 1구에 평균 검안 시간을 9시간으로 잡으면 검안의 1명이 하루에 살펴볼 수 있는 시신은 많아야 2구 정도라는 점이 근거다. 

하지만 법의관은 의대생들이 기피하는 직종이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과수도 1955년 설립 이후 5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법의관 정원 23명을 채웠을 정도로 이 분야는 ‘3D’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체검안서 및 사망진단서를 경찰검시관이 작성한 변사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법의관 및 경찰검시관을 충원할 수 없다면 최소한 검찰로 넘겨야 할 시신 관련 서류를 검시관이 작성한 서류로 갈음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달라는 얘기다. 

변사사건 전문성을 강화하려고 선발한 경찰검시관은 현재 △서울·경기 각 10명 △부산 6명 △대구·인천·전남·경북·경남 각 4명 △광주·대전·울산·강원·충북·전북 각 3명 △충남·제주 각 2명 등 전국 지방경찰청에 소속돼 있다.

유제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는 “동네 의사들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간호사, 임상병리사 출신인 경찰 검시관들로 검안의를 100% 대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종합병원 의사라도 해부학적 지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부검을 할 수 없듯 경찰검시관이든 동네 의사든 검안의도 법의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등에 흩어진 관련 규정을 아우를 수 있도록 독립적인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유시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5년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산하에 검시위원회를 두고 검시관의 자격을 의사에서 △법의학 교육과정 수료자 △병리전문 자격증 취득자 △법의·병리학 전공 교수·부교수·조교수까지 확대하는 내용이었지만 폐기됐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억울한 죽음이 없으려면 사실상 민간에 맡겨진 ‘엉터리 검안’을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부검도 중요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고인의 죽음 직전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최고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검안이 더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 검안(檢案)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현장에서 시신의 외부를 검사해 사망의 원인·종류 등을 알아내는 검시(檢視)의 일종. 시신을 병원으로 옮겨 개복하고 내부를 검사하는 것은 부검(剖檢)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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