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와 함께 하는 ‘CSI/Profiling’ 기법 살펴보기


[보안뉴스 원병철] ‘미스터리한 사건, 그 현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한 장의 초대장이 편집부 앞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발생한 살인사건 수사에 직접 참여해 사건을 분석하고, 범인을 프로파일링해 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초대장을 발송한 곳은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였다. 





전직 경찰대학교 교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파일러(Profiler)인 표창원 박사가 가상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통해 CSI와 프로파일링을 배우고 체험하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난 8월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개최된 ‘CSI/Profiling 체험전’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 직접 사건을 추리하고 분석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물론 실제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까지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가 주최한 ‘CSI/Profiling 체험전’은 크게 6개의 방(Room)으로 구성됐으며, 한 대학교수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프로파일링방법과 증거수집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첫 번째 방은 ‘범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체자레 롬브로조 박사(Dr. Cesare Lombroso) 룸’으로, 먼저 참가자들은 CSI 조끼와 현장 조사시 현장을 훼손하지 않도록 장갑과 덧신, 마스크 등 CSI 장비를 착용하고 영상을 통해 범죄수사 기법과 체험수칙, 그리고 사건 개요를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방인 ‘법 과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에드몽 로카 르 박사(Dr. Edmond Pcard) 룸’에 들어서면 범죄현장과 증거의 위치 등을 알려주고, 혈흔의 자국을 통해 피해자가 어디서 어떻게 상처를 입었는지 배울 수 있었다.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인 고민중 교수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수면제를 먹다 죽었는지 주변에는 수면제와 빈 약통이 흩어져 있고, 자살을 의심하게 하는 유서가 발견됐다. 하지만 고 교수의 지인들은 그가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다. 참관객들은 실제 고민중 교수가 사망한 현장에서 증거물을 채집하고 사건을 프로파일링해야 한다.





과학수사의 창시자라 불리는 ‘알퐁스 베르티옹(Alphonse Bertillon) 룸’에서는 사건 현장에서 얻은 증거물을 검사하고 분석하는 곳이다. 여기서 참관객들은 핏자국을 통해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머리카락과 섬유질, 지문 등을 분석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또한 참관객들은 경찰과 검시관의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참관객은 법의학의 창시자이자 코난 도일의 스승이라 불리는 ‘조셉 벨 박사(Dr. Joseph Bell) 룸’에서는 어떤 식으로 사건이 벌어졌는지 사건을 재구성해보고, 범죄인학과 범죄심리 수사기법의 창시자 ‘한스 그로스 박사(Dr. Hans Gross) 룸’에서 다른 참관객들과의 토론을 통해 프로파일링을 마무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적 수사기법의 창시자 ‘유진 프랜시스 비독(Eugene Francois Vidocq) 룸’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면 참관객은 수료증을 발부받고 주최자인 표창원 박사를 만나는 순서로 진행됐다. 



[원병철 기자(sw@infothe.com)] 







2012년 12월 서울 광화문 광장. 추위 속에서도 한 남자와 포옹하기 위해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을 이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77%가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며 공약을 내건 프로파일러이자 전 경찰대 교수인 표창원 씨가 그다. 1.2% 부족한 75.8%의 투표율이었지만 그만큼도 훌륭하다며 기다린 이들을 위해 약속을 지킨 사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아닌, 공공의 약속임을 알게 해 준 사람. ‘익명’이라는 가면 뒤로 숨어버린 작금의 사회 속에서 당당히 소신을 밝힐 줄 아는 사람, 표창원.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고 싶다”며 경찰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진정한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는 표창원 전 교수를 함께걸음이 만났다.


  
 

Q_‘프로파일러(profiler)’라는 용어가 교수님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생소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쉽게 말해 ‘셜록 홈스’처럼 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나
셜록 홈스 같은 존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우리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시민들의 조사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가에 소속된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시민이 전문성, 분석능력, 추리능력이 있다고 해서 범죄사건을 수사할 수 없도록 해 놨다. 그래서 그런 직업은 없다고 보시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일반인이 범죄사건에 대해서 분석ㆍ추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역량을 가지고 기자가 돼서 보도하거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의뢰인을 위해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프로파일러’라는 역할이 직업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면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겠다. 정신과 의사 중에서도 범죄사건에서 정신장애가 수반된 문제, 이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졌는지 분석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것도 일종의 프로파일러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셜록 홈스 같은 존재가 프로파일러냐 했을 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독특한데, 경찰관 출신의 교수로서 일선에 있을 때는 직접 수사를 했고, 이후에 범죄심리와 프로파일링 등을 연구해 가르치고, 분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다.


Q_<나는 셜롬 홈스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을 냈는데,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동경하는 것 같다
그렇다.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했고, 셜록 홈스 어린이판 시리즈를 읽으면서 셜록 홈스를 동경했다. 어릴 적 분노도 많았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싸움을 많이 했다. 합기도까지 배워서 싸움에 자신있었고, 싸움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다. 초등학교 때는 싸움하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맨날 코피 나고 눈 붓고, 집으로 맞은 친구 어머니가 찾아오곤 했다. 집이 가난했는데도, 제가 부러뜨린 친구 팔 치료비를 물어내느라고 부모님이 힘드셨다. 그러다 셜록 홈스를 읽으면서 깨달음과 반성이 있게 됐다. 폭력이 아닌 지식과 추리, 논리, 조사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폭력보다 멋지고,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셜록 홈스는 저한테 폭력으로부터 합리와 논리, 공부, 노력 등을 통한 문제해결로 방향을 바꾸게 만든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Q_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한 권의 책이었던 건가
그렇다. 인생에서 몇 번의 전환점이 있었지만, 특히 ‘셜록 홈스’라는 책이 어린 시절의 전환점이 됐다.


Q_그때부터 프로파일러의 꿈을 키우셨나
그때는 프로파일러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그 모습이 좋았고 흉내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탐정단도 조직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간첩식별법’이라는 것을 배웠었는데, 책 속의 셜록 홈스처럼 친구들과 저는 진짜 간첩을 잡으려고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사람을 미행하곤 했었다. 산에 올라가서 동굴을 탐사하고, 동굴 속에서 혹시 간첩이 은거하는지 찾아보고, ‘삐라’ 같은 게 있는지, 메시지가 있는지 찾고 다녔다. 실제 의심되는 사람을 신고한 적도 있었는데 오인 신고였고(웃음), 다행히도 파출소 경찰관들께서 야단치지 않고 타일러 돌려보내셨다.


Q_아주 모험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 같은데, 그런 경험들이 커서 경찰이 되는 데 도움이 됐나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겁이 없고, 두려움 없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이고, 모험이나 위험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성향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 같다. 다만 신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행동 중심적인 게 단점이었는데, 그런 부분들은 커가면서 다듬어져 왔다. 그전까지는 실수를 자주 저지르고 엉뚱한 사람들을 단초로 의심하는 엉뚱한 에피소드들도 있었다.(웃음)


  
 

Q_앞서 영국과 미국 얘기가 나왔는데, 해외에는 셜록 홈스처럼 사립탐정이 있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영국 같이 아예 규제하지 않고 관련법 없이 그냥 하고 싶으면 한다. 신고하고 등록한 다음, 돈을 받고 일을 하면 세금만 내면 된다. 다른 하나는 허가를 내주는 곳이 있는데,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과거 서부개척시대부터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 현상금 사냥꾼)’, 즉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허가 없이 했었는데, 죽이든 살리든 찾아서 데려가면 돈을 받아갔다. 그러니까 범죄자가 범죄자를 잡는 등 혼란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핀커턴’이라는 기업형의 민간 수배자 사냥꾼이 생겼다. 그들은 주로 탄광 같은 곳에서 도망간 노동자나 범죄자들을 찾아다녔는데, 전문적 기업적으로 일하다보니 대단히 효율적이었다. 그러면서 아무나 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한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 자격증을 주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Q_한국에도 공공기관 외에 범죄를 분석하고 조사하는 기관이나 개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답이 있다고 하긴 어렵고, 저는 그 문제에 대한 의견은 유보하고 있다.

상당히 애매하고, 장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자생적으로 규제 없이 일어난 탐정도 없었고, 반대로 기준을 정하는 자격증도 없었다. 단지, 국가공권력 바깥에서 민간이 조사ㆍ수사하는 것은 금지되었고, 그런 와중에 흥신소라는 영역이 생겨났다. 국가의 수사권은 범죄사건에만 한정되니까 가족 중에 어른이 가출했거나 실종됐거나 하는 애매한 경우들은 범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쉽게 찾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합법적인 방법보다는 불법적인 방법이 돈이 많이 되니까 흥신소라는 곳이 비리와 불법의 온상이 되어버렸고, 사생활침해 같은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이런 논란 때문에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고, 기준을 정하고 검증하고 자격 있는 자에게만 자격증을 줘서 불법적인 일들을 없애자는 의견이 있다. 그에 따른 반론은 양성화시키면 인허가로 생긴 시장 때문에 그보다 더 싼 불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성적인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저는 이러한 논점들을 관찰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탐정 형태의 우리 여건이 돈으로 조사를 하는 시장영역보다는 꼭 조사활동이 필요한 영역인 실종자 찾기, 언론 방송 등의 취재를 위한 사실 확인, 기업 경영의 이익보호 차원, 억울한 피의자ㆍ피해자들에게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부분들, 전문적인 수사ㆍ분석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을 준 공공영역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낫지, 시장논리에 따라서 허용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과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Q_뉴스에 사건·사고가 많이 나오는데 보면 바로 분석에 들어가시나
워낙에 사건이 많아서 다 분석하지는 못한다. 상당 부분은 그냥 흘려보내고, 일상적이고 패턴화 된 것이나 뻔히 보이는 것은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 그럴만한 가치와 여지가 있는 사건, 예를 들어, 언론에서는 의미를 잘 모르고 단순 보도로 끝나버리는 사건들도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다든지, 불확실한 부분들이 밝혀질 필요가 있는 사건이 있을 때는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분석도 하고, 나중에 그것이 예상한 것처럼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가 됐을 때, 저는 준비돼 있는 것이다. 인터뷰 요청이나 문의가 들어오면 어느 정도 분석을 도와드리고 있다.


Q_교수님은 아동, 여성 등 우리 사회 약자들의 범죄 피해에 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신안 염전 노예사건이라든지,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장애인 명의도용 등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잦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알아서 CCTV를 달고, 자구책을 취할 수도 있고, 경찰이든 국가든 그런 범죄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사건에는 관심도 없고 관심 가질 필요도 없다. 국가가 오히려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보다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어려운 환경과 여건에 처한 분들을 보호해드리는 것이 원래의 역할인데, 그게 잘 안 되다 보니까 제가 사회 약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두게 된 거다. 특히 장애인, 여성, 아동, 노인, 외국인, 성소수자와 같은 소수자,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다. 이런 분들은 ‘취약성(vulnerability)’, 즉 착취하거나 공격하고 가해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고, 표적이 되기 쉽다.


Q_예방 대책이나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신 적이 있나
일반 범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예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특정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들은 노력만 하면 예방책을 찾기가 쉽다. 장애인에게 접근하는 특성, 수법들이 두드러지고 장애인, 여성 등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들은 심리적, 행동적 특성이 있다. 범죄는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근절하겠다는 말을 믿지도 않고 반대한다. 범죄 발생 시에 최대한 신속하게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응급적 조치, 조속히 검거하는 수사, 그 와중에 지원, 치료, 보호가 필요하다. 저는 사후적으로 이러한 사건들의 의미가 무엇이고, 재발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연구해보는 차원이지, 범죄에 대한 대책이 뭐냐는 것은 막연하다.


  
 

Q_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중에 배고파서, 정말 죽을 만큼 힘들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영화 <7번 방의 선물> 지적장애인 주인공처럼 ‘누명’을 쓰는 ‘억울한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혹시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
사실 어떤 것도 범죄의 변명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든가, 혹은 책임질 것 이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강도범들이 잡혔는데 그중 한 명이 지적장애가 있는 분이었다. 형사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분을 유도신문 했다.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알고 그랬다면 더 나쁘겠지만, 아마 형사들이 몰라서 더 그랬을 거다. 해당 사건 말고 “너 사람 죽였다며?”라는 식으로 말이다. “누가 그래요?”라고 답하니까, 형사들이 “쟤네들이 네가 그랬다고 하더라.”라고 말했고, 지적장애인분이 얼떨결에 “제가 아니라 저놈들이 한 거예요.”라고 말하게 된 거다. 형사들이 이 사람의 진술을 진심으로 믿었고, 시신이 있다고 지목한 곳에 가서 바로 안 나오니까 수색 범위를 넓혔다. 그리고는 상당히 넓은 범위 내에서 시신 한 구를 찾았다. 그게 실제 살인사건이 됐는데, 1심에서는 국선 변호인이 엉성하게 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하나하나 증거를 다 따져보니까 진술과 시신 상태가 너무 안 맞아 결국,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장애가 있다고 해서, 약점을 빌미로 삼아서 저지르지 않은 범죄까지도 덮어쓴다든지,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수사를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되겠지만, 반대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인이라면 처벌받지 않을 것도 처벌받거나 과도하게 처벌받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


Q_최근에는 장애인이 범죄에 연루됐을 때,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적장애인의 경우 법률조력인과 더불어 진술조력인이 필요한데, 때때로 경찰들이 조사에서 진술조력인을 붙여주지 않아서 피해를 볼 때가 있는 것 같다.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이기도 하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합리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 같다

참 안타깝다. 소년법에는 처음부터 미성년자가 피의자일 경우에 반드시 부모에게 연락하게 되어 있고, 보호자의 도움을 받게 되어 있다. 모든 피의자에게는 변호인의 법률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장애가 있는 경우도 미성년자에 준해서 진술조력인에 대한 지원의무가 좀 더 일찍 이뤄져야 했다. 그런데 법제화가 된 이후에도 현실적으로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쪽으로는 장애가 있는 분에게 반드시 진술조력인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무지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쪽으로는 알면서도 진술조력인이 있으면 골치 아프고, 복잡하고, 자백을 받아내기 어려우니까…. 좀 더 부정적으로 보자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치졸한 거다. 공정한 경기가 돼야 하는데 피의자라고 의심받고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이용해서 그 사람에게 쉽게 불리한 진술을 받아낸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이고 치사한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범죄를 저질렀건 저지르지 않았건 자기 방어권이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보장된 권리를 장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보호해줘야만 비장애인에겐 자기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되는 건데, 장애가 없는 사람과 똑같이 취급할 경우에는 장애가 있는 분은 헌법상의 권리가 박탈당한 거나 다름없다.


Q_‘법이 곧 정의’라고 정의하기에는 정신보건법처럼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는 등, 법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공소시효 등 법 규제로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아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도 많다
법이 곧 정의다.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법이 썩었다, 법이 필요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 법은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지 않나. 그런데 최소한의 약속을 마치 ‘나는 약속하지 않았다’면서 법 자체에 대한 무용(無用)을 주장한다거나, 법의 형평성을 잃은 사례 면면만을 부각해서 법의 집행에 대한 효율성을 부정하는 시각은 법이 원래 목적하고 있는 약자 보호의 기능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절대 반대한다. 법이 곧 정의라는 것은 맞고, 그 자체가 정의롭지 않게 활용되고 악용되는 상황, 구조, 원인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찾아내서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보건법상의 강제입원 명령 같은 경우, 악이고 필요 없느냐 했을 때 그건 절대로 아니다. 특히 조현병으로 스스로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입원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질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가해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나. 서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다만, 그 조치가 입법 취지대로 제대로 이뤄지는가 악용되는가 했을 때, 악용된다면 그 이유를 찾아서 고쳐야 한다.


Q_시대에 따라 범죄유형과 방법이 다른 것 같다. 반면 거꾸로 범죄유형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범죄라는 게 시대와 분리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범죄 자체보다는 범죄를 조망하고 들여다보고 공개하는 방송과 언론의 시각이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더 부각되는 점도 있다.


Q_우리는 현재 ‘인권’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경찰들에게 더 인권의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부분은 계속 강조돼왔다. 경찰대학뿐만 아니라, 경찰 교육기관마다 인권교육은 계속해 오고 있다. 하지만 교육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식과 문화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권 감수성인데 느낌, 생각, 감정들이 교육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선발 단계에서부터 어떤 인성을 가진 사람인지, 경찰관의 적성이 맞는지, 업무를 어떻게 이루어 가는지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Q_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국가가 ‘보상’이 아닌 ‘배상’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때로는 국민이, 당사자와 그 가족이 짊어지는 것 같다
국가는 헌법 34조 6항에 따라 재난을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에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근데 그 책임이 어느 정도냐 했을 때, 예를 들어, 예측 불가능한 태풍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생명이나 재산을 잃었다면 국가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것을 ‘보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당했고, 국가의 지원 없이는 피해복구를 못하는 상황이면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마땅히 해야 할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구조에 고의나 과실이 있어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커졌다면, 그것은 보상이 아닌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을 ‘국가배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국가의 잘못, 과실에 대해 너무 너그러웠고, 온정주의로 국민의 성금을 모아서 보상하는 것으로 무마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저는 그것은 절대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인과관계와 책임소지를 분명히 따지고 잘못한 일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형사적인 처벌과 민사적인 배상을 다 한 다음, 개별 공무원에 책임이 있다면 배상하고, 국가도 배상하고, 그리고서 부족한 부분을 성금이든 보상이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Q_이 시대에는 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정의에 대해 논하고 방법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젊은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수로도 재직하셨으니 젊은 사람들, 청년들에 대한 생각이 많으실 것 같다
젊은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젊은이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면 사회 문제에 관심을 못 갖게 한 기성세대의 언론과 제도의 문제인 것이다.

제가 만나 본 젊은이들은 다르다. 그들은 혼자만이 아닌 친구, 동료와 우리 사회에 대해서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안타까워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이 사회와 기성세대로부터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을 쌓고 취업준비를 하는 자신의 모습들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이고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내면과 노력하는 마음은 보려 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사회 문제를 위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는 외피만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근시안적으로 속이 좁다고 본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마음속의 의도와 욕구를 차단하고 억누르며 막은 제도와 기성세대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Q_정의를 실현하며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교수님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옳은 것’이다.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면 안 된다. 옳다는 것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보편적이어야 하고, 시대정신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 ‘정의’이다.



글 이애리 기자 사진 이용태  |  aery727@cowalknews.com






프로파일러의 활동이 잘 묘사된 모 케이블채널 본격수사 드라마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냉철함과 감성이 동시에 필요한 직업

Q: 최근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배우 신성록의 '소시오패스(soci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 연기가 화제가 되면서 범죄 심리를 분석한다는 프로파일러(profiler)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프로파일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될 수 있는지요.

사건 현장 흔적으로 범인 유추 
앞으로 채용 규모 확대될 전망


A : 특별한 범행 동기가 없는 '묻지 마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범죄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범이 늘면서 범죄 심리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프로파일러는 이 같은 현장에 남겨진 여러 흔적을 모아 범인의 성격, 콤플렉스, 취향, 연령대, 성별 등을 알아내는 '과학수사요원'을 말합니다.

주로 증거가 불충분해 일반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범죄나 연쇄 살인 등 강력 범죄 해결에 투입됩니다. 심리 분석뿐 아니라 범죄 현장에 남겨진 흔적을 분석해서 재구성을 하는 일을 주로 하지요.

예를 들면, 사건 현장에 출동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범죄를 저질렀는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일련의 범죄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범행 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합니다.

피의자가 검거된 후에는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받아내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도 참여합니다.

프로파일러는 굳게 닫힌 피의자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심리전의 달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함과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감성이 동시에 필요해요. 범죄자가 언제 사건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되며, 끔찍한 범죄 현장을 감식하는 일도 쉽지 않아요.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강인함이 요구됩니다. 사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보람이 크지만, 개인과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는 만큼 정의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요구되죠.

우리나라에서는 프로파일링이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프로파일러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경찰 내부에서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어 앞으로 채용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어떻게 준비할까

첫 번째는 먼저 경찰관이 되어야 합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경찰간부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일반 대학에서도 경찰관련 학과(경찰학과, 경찰행정학과, 경찰경호학과)가 있습니다.

경찰 관련학과가 아니더라도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을 통하여 경찰관이 된 뒤 과학수사요원이 되어서 범죄분석 전문교육을 이수하면 공개채용을 통해 프로파일러의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학 학부에서 심리학이나 사회학, 경기대나 동국대의 대학원에서 범죄심리를 전공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획득한 뒤 특채에 합격해야 합니다. 이후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주로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등에 배치되지요.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박사 학위를 요구하고, 경찰청은 석사 이상입니다. 배치되면 수사 인력의 전문화와 역량강화를 위해 도입한 '수사경과제'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때 강력범죄수사팀, 지능범죄수사팀, 과학수사팀, 수사지원팀, 유치관리팀 중 과학수사팀을 신청해 승인이 나면 과학수사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 '심리분석'을 하는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인터넷사이트: 워크넷-직업진로-직업탐방-직업인인터뷰에서 프로파일러 검색

워크넷-직업진로-학과탐방-학과정보 검색-경찰행정학과나 심리학과 검색

-영화 : 주원, 김아중 주연의 '캐치미'(2013)

-도서: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표창원 저·지식의 숲)

숨겨진 심리학(표창원 저·토네이도)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박명순 진로교사(부산일과학고)







심리학 전공자 뽑아 1기 구성 

7년째 채용 '0명'…34명 뿐

조직내 업무 이해도 달라 

엉뚱한 일 맡아 갈등 잦아

피의자와 심리전에 감정노동도

연수·인센티브 등 복지 강화해야


[ 김태호 / 오형주 / 마지혜 기자 ] 

지난달 경찰 소속의 유명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K씨(41·여)가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경찰 프로파일러 1기인 그는 불모지와도 다름없던 국내 프로파일러 업무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 아동 관련 성범죄와 방화사건 수사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였다. 2007년 성탄절 예배를 보고 돌아오다 납치·살해된 초등학생 ‘혜진·예슬이 사건’의 범인을 면담한 사람도 그였다. 각종 뉴스에 나와 프로파일러란 직업을 알렸고, 지상파·케이블 등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범죄 상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국내 학술지 등에 남긴 범죄심리 보고서만 10편이 넘는다. 

건강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근무 도중 갑자기 손이 마비됐다. 병원에선 ‘뇌종양’ 판정을 내렸다.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병세가 악화된 뒤였다. K씨와 함께 프로파일러로 활동한 A씨는 “종종 스트레스로 편두통에 시달렸는데, 그때 미리 치료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경찰로서 자부심이 컸고 힘든 일을 해결한 뒤엔 성과를 동료들과 함께 나눴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도입 10년, 연쇄살인범 검거 등 큰 성과

프로파일러는 1991년 개봉한 영화 ‘양들의 침묵’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영화에서 주인공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 분)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소속 프로파일러로 연쇄살인범을 심문하며 다양한 심리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에선 영화 ‘추격자’의 배경이 된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경찰청은 2005년 심리학 전공자를 ‘경장’으로 특별채용하는 방식으로 프로파일러를 처음 선발했다. 프로파일러는 2007년 3기 채용을 끝으로 지금까지 추가로 선발되지 않고 있다. 

1~3기로 채용된 인원은 40명. 지금까지 현장에서 경찰 프로파일러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34명이다. 경찰청은 올해 7년 만에 4기를 채용할 계획이다. 

경찰 프로파일러가 활동한 10년간 굵직한 사건에서 일궈낸 성과는 적지 않다. 프로파일러들은 25건의 강도 상해 및 살인행각을 벌인 연쇄살인범 정남규(2006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범인 김길태(2010년) 등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범죄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범이 늘고 있는 데다 동기를 알 수 없는 연쇄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인질극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인질범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을 유도하는 일도 프로파일러의 역할 중 하나로 꼽힌다. 

감정노동…정신적 스트레스

프로파일러들은 피의자 면담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2007년 프로파일러로 경찰의 길에 들어선 B씨는 “대형 사건보다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사건들이 오히려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우리도 인간인데 분노와 같은 감정을 억누르며 냉철하게 범인을 대하는 게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B씨는 2011년 발생한 서울 도화동 임신부 살인사건에서 피의자를 면담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인터뷰하면서도 ‘분노’는 감춰야 했다. 오히려 정보를 캐내기 위해 범죄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직 프로파일러 C씨 역시 ‘감정노동’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이 큰 고충이었다고 전했다.

프로파일러는 직업 특성상 ‘범죄자 정보’를 수집해 DB를 구축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를 위해 흉악범들에게 미소를 보여야 하고, 차분한 화법으로 설득도 해야 한다. 그는 “범인과 2~5시간가량 면담하다 보면 ‘이 사람이 나중에 출소해 보복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겁도 난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범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고 말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경찰 프로파일러 1기)은 “프로파일러는 마치 범인처럼 현장을 분석하고, 피의자들과 고도의 심리전을 벌여야 하는 감정노동자”라며 “그러다 보니 프로파일러끼리 정신과 상담을 하듯 서로를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작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국내에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뿌리내리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인 검거가 우선 목표인 경찰 조직에서 프로파일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범인은 이 사람”이라고 지목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선 많은 연구와 DB 축적이 필요한데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검거 이후 피의자에 대한 프로파일러의 면담이 더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경찰 조직에선 검거 자체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해 프로파일러들에게 엉뚱한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도 잦다. 

초기 프로파일러 특별채용에 참여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지방청마다 배치된 프로파일러 업무를 경찰 조직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어떤 프로파일러는 업무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고, 일부는 관련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받아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K씨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K씨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 프로파일러로 살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투병 중에도 꿈이 있었다고 했다. 바로 국내에 제대로 된 프로파일러를 키울 수 있는 ‘범죄심리아카데미’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6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던 K씨는 2011년부터 경찰상담 사례관리, 성범죄 이론 등 학문적인 연구에 집중하며 자신의 꿈을 조금씩 키웠다.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자신이 연구한 분야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배 학과장은 “K씨는 올초 대학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전하고 싶다며 강의를 준비하기도 했다”며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려면 유학이 필요한데 그는 이런 체계적 교육과정을 국내에 정착시키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중에는 수사현장 분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연구 분야에 주력하는 스타일도 있다”며 “지방청에 한 명씩 배치될 경우 전문 분야를 갖기 어려우므로 프로파일러를 모아 상호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업무 특성에 따라 연수나 휴식이 보장되지 않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도 부족하다”며 “인사상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프로파일러

범죄사건의 정황이나 단서를 분석해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 유형, 성별 나이 직업 등을 추론하고 이에 맞는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전문가. 검거된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한다.



김태호/오형주/마지혜 기자 highkick@hankyung.com




조각난 범죄의 퍼즐을 완성하다!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를 소개합니다 


[이하 이미지=서울지방경찰청]

 

 

 한때 필자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 다들 한번쯤은 보셨죠? 그 중에서도 저는 시즌 5를 제일 좋아합니다!!

 

애런 하치너 팀장이 제가 상상했던 프로파일러의 모습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이미지=구글 퍼블릭 이미지] 


 

흔적도 증거도 없는 의문의 사건 현장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해결사들이죠.

 

이처럼 범죄현장과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범행동기를 찾고 범죄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이들을 '프로파일러' 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 3인방을 소개해 볼까해요. 

 

그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리네요.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서울경찰청 3층에는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경찰관들과 최첨단 장비가 구축된 '과학수사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이곳은 견학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죠. 과학수사계는 감식팀, 현장팀, 행동과학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3인방 최대호 경사(특채 1기), 이주현 경사(특채 3기), 이상경 경장(특채 3기)은 행동과학팀 소속이에요. 

 

'행동과학'이라... 직업 경찰관인 저에게도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경찰에는 총 35명의 프로파일러(각 지방청마다 2∼3명)가 활동 중인데요. 



 

이들 3인방은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특별 채용된 심리학에 능통한 전문가들입니다. 

 

 

Q. 프로파일러가 된 계기가 있다면? 





특채 1기 프로파일러 최대호 경사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할 때, 구석에서 심리학 서적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 몇 권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에 흥미가 생겨 자연스레 '심리학을 전공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최대호 경사]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인간의 반사회적 행동 및 공격성 등 범죄와 관련된 심리에 흥미를 느꼈어요. 2004년 유영철 사건을 보면서 전공 지식을 활용해 어떻게 사회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때에 특채 공고를 보고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했죠^^ 




특채 3기 이주현 경사는 경북대학교에서 심리학(석사)을 전공했습니다.

 

IT 계열 회사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터라 초반에는 경찰조직에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주현 경사] 외국에서는 범죄수사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적용된 게 오래전부터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국내에는 알려진 부분이 없어 답답했었죠. 그러던 중 특채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거에요. 사실 굉장히 특이한 직업이잖아요, 처음엔 그런 희소성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게 됐죠.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격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이상경 경장. 

 

역시 지성미가 철철 넘치네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 경장은 어려서부터 퍼즐을 맞추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상경 경장] 흔히들 프로파일러를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라고도 부르거든요∼ 범인의 연령, 성격, 직업, 교육수준, 신체적·육체적 특징 등의 흔적을 찾아 범죄의 퍼즐을 맞춰 간다고 해서 말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죠?^^ 

 

Q. 프로파일러의 업무는 무엇일까요? 


프로파일러가 추구하는 목표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적인 특성 등을 파악해 수사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좀 어렵고 생소하죠?

 

연쇄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서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이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밤 서울시내에서 발생했던 형사 사건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밤사이에 일어난 사건사고를 하나씩 살펴가며, 프로파일러의 지원이 필요한 사건을 추려내는 것이죠. 

 

이들은 연쇄성이 의심되거나 특이하다고 판단되는 살인ㆍ강도ㆍ실종ㆍ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나가 기초 조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현장에 출동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일련의 범죄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범행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하는 일도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이상경 경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일명 '프로파일러 노트'에요. 혈흔이 어떤 각도로 튀었는지, 독특한 범행도구에 대한 내용과 용의자의 특징들이 적혀 있네요∼(우와) 

 


[현장에서 작성한 이상경 경장의 노트]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라면 범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기도 하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일선 형사들이 범인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수사가 쉽게 진행되도록 돕거나, 수사 가치가 있는 목격자의 진술을 가려내는 역할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들은 지리적 프로파일링(Geo Pros) 시스템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토양에 맞는 공간통계분석기법을 경찰의 범죄수사 데이터에 적용해, 범죄위험지역 예측을 통해 방범전략을 수립하고, 연쇄범죄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추측이 가능토록 해줍니다. 한마디로 범죄자의 동선을 예측하는 것이지요. 

 

사건이 없을 경우에는 장기미해결 사건을 재분석하고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행정업무도 처리하며,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유영철 사건을 영화화한 <추격자> 보셨나요?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 지영민의 범죄 심리를 까발리는(!) 장면...

 

"대개 너 같은 새끼가 성불구거든∼"

"정을 네 거시기로 생각해 여자의 머리에 때려 박을 때의 그 쾌감...." 

 

이 장면과 대사는 영화 초반의 지영민의 충격적인 범죄 장면과 함께 뇌리에 더욱 강렬하게 어필하는 명장면이었는데요. 범인과의 면담기법이 궁금했던 필자가 물어봤습니다. 




[최대호 경사]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접근방법도 다 달라요. 처음 한두 마디 해보고, 성향을 파악한 다음에 면담을 시작해요. 피의자들이 경계를 하니까요. 일단 어색함을 무너뜨려야 해요. '라포형성'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식사는 하셨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하는 식으로 들어가죠. 일단 시도를 하고, 그쪽에서 돌아오는 반응을 봐서 '이렇게 접근해야 겠구나'하고 짧은 순간 파악을 해야 합니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면담을 할때는 보통 2명의 프로파일러가 진술녹화실에 임장하는데, 프로파일러들은 수사과정에서 조사를 받는 범인의 태도 등을 사전에 분석해 예상 면담을 준비한다고 합니다(범인의 심리적 동요를 억제하기 위함이기도 함). 이 때문에 주 면담자는 범인의 면전에서 사전에 범인과 관련된 자료를 펼쳐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파일러는 그것을 적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석된 면담자료는 '스카스'(SCAS : Scientific Crime Analysis)라는 범죄분석시스템에 입력합니다. 여기에는 범인의 성장 배경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에 사용된 수법이나 도구의 특성 등을 세부적으로 담게 되는데요. 이렇게 축적되고 분석된 자료는 비슷한 성향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맞는 범인상을 추정하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게 되는 것이죠. 

 

면담 도중에 성적인 질문 등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질문을 받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이상경 경장] 우리들이 (그 방면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편하게들 말해요. 자신의 성적인 문제, 심지어 발기부전같은 것들도 말이죠. 연쇄강간범 같은 경우 여자 앞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떠벌이기도 해요. 아예 처음부터 "XX해봤어?"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죠. "아가씨, 결혼 했어요?"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다보면 아가씨도 됐다가, 아줌마도 됐다가, 애가 세 명인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프로파일러 3인방은 한결같이 경험했던 수많은 살인사건을 한 건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처음 채용되었을 때 광주경찰청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한 교회 옆에서 두 명의 신도가 각각 살해당한 사건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거든요. 원한, 돈, 치정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대략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드러나는데 이 사건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당시 저희 프로파일러들은 사건이 일반적인 살해사건과 달리 범인의 개인적인 욕구에 의한 연쇄살인이라고 추정했고, 그때까지의 수사방향과 다른 방향을 제시했죠. 



 

예상대로 피해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연쇄살인이었는데, 다문화가정에서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을 가자, 아내가 평소 다니던 교회의 도움을 받아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이 무작위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었죠. 사실 프로파일러와 수사팀의 방향이 아주 다른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때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고, 전혀 방향이 달랐던 일이라서 기억에 남네요.

 

[최대호 경사] 기억나는 게 하나 있네요. 몇 달 전이었는데, 방화살인사건이었어요. 술집에서 50대 남성과 우연히 술을 같이 먹게 된 범인은 피해자의 집에까지 가서 술을 한 잔 더하게 됐었죠. 그러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깜빡 잠이 들었고, 그가 졸고 있는 틈을 이용해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훔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정신을 차린 피해자에게 범행이 발각되자 집에 불을 질러 살인을 한 것이었는데요, 화재로 인해 물적 증거가 없어 유죄를 입증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저와 이상경 경장이 피의자의 조사과정을 12시간정도 모니터링 하며 조사태도, 행동특성, 성향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이끌어 낸 사건이었죠. 

 

Q. 업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단 몇 시간의 인터뷰로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이 언제나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또, 사건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모든 상황을 판단ㆍ분석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의 은신처를 추정하지만, 실제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항상 힘듭니다. 막상 범인을 검거하고 나면 그때까지의 추리가 맞았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완전히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게 가장 힘들어요. 

 

Q. 끝으로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대호 경사의 책상위에 놓여진 책들] 


누군가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하면, 우선 말리고 싶다는 3인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되고 싶다면 한 가지 분야만 공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프로파일러는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들로 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심리학, 사회학 책만 열심히 읽는 것은 반대라는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보는 눈과,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프로파일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지고 화려한 직업만은 아닙니다. 강력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죠. 

 

범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고 사회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시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기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선물이라고 말하는 3인방! 

 

짧은 시간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을 프로파일링 하자면 감히 '멋있는 사람' 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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