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법의학자… 부검현장 지켜

과학수사시스템 말聯에 수출도”


“나는 원장이기 이전에 법의학자잖아요. 당연히 부검 현장을 지켜야죠.”

서중석(58·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지난 2012년 원장에 취임한 이후 국정원 직원 자살사건, 중국 선원에 의한 해경 사망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직접 부검했다. 아직도 ‘서중석’이란 이름으로 감정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보낸다. 올해 7월 전주 지방행정연수원현장학습 버스 사고 당시, 직접 중국으로 출장 가 검안을 진행하고 현장을 수습하기도 했다. 그는 “국과수의 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문적 리더십’”이라며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인 만큼 전문성과 현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수장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원장 취임 이전부터 대표적인 ‘출동형 법의관’으로 유명했다. 사무실에 앉아 시신을 인계받아 부검하고 기계적으로 감정서를 적어 보내는 법의학이 아닌,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직접 검시와 검안을 하고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살펴보는 실무형 법의관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법의관이 경찰과 함께 출동해 검시하는 24시간 검시시스템을 서울 서남부권을 중심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서 원장은 “현재는 법의관 인력이 부족해 세 명의 법의관이 희생하는 마음으로 24시간 검시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2020년이 되면 사건 사고가 많은 대도시에서 부검의들의 현장검안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법의관 출신이지만 국과수의 다양한 부서에 대한 강한 애착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 범죄 해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디지털분석과는 서 원장 부임 전 3명의 인력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18명이 됐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국과수의 과학수사 시스템은 한류 열풍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1억 원 규모의 국과수 시스템을 사상 처음 수출했다. 국과수는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방식으로 320만 달러 규모의 스리랑카 디지털멀티미디어 과학수사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서 원장은 “형사사건에 국한돼 있던 국과수의 증거감정 업무를 확대해 민사감정까지 통합함으로써 보다 과학적이고 진실한 증거 감정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TV 회고록 울림'에서는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를 통해 흥미로운 법의학 세계를 만난다. 문국진 명예교수는 미국에서의 경험담과 자신의 '법의탐적론'에 대해 말한다.

'TV 회고록 울림'에서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사람들 중 하나인 국내 제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난다.

20일 오전 7시 5분 방송되는 KBS 1TV 'TV 회고록 울림'에서는 문국진이 설립한 대한민국 최초의 법의학 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된다.

세계 법의학계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떠난 문국진 박사는 대활약을 펼쳤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문국진의 끝나지 않은 활약이 이어진다.

세계로 뻗어나간 법의학자 문국진, 그가 진단하는 한국 법의학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앞선 법의학 환경을 직접 보고 싶어 뉴욕 법의관 사무소에 간 문국진 박사. 그는 그곳에서 2년 동안 정식 법의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진화된 미국의 법의학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몸소 경험했다. 

검시권이 없어 현장 수색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국 법의관과 달리 미국 법의관은 변사체가 발생한 사건의 모든 수사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한다. 이런 권한은 단순히 제도로만 보장된 것이 아니다. 법의관 통제구역이 되어 길이 막히면 대통령도 그 길을 지나갈 수 없다. 법의관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는 것이다.

뉴욕 법의관 사무소에 있는 동안 문국진 박사는 커다란 연구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RH식 혈액형을 발견한 위너 박사와 함께 또 다른 혈액형분류법을 발견한 것. 두 사람은 혈액 응집소를 찾아낸 '누리장나무'의 학명을 따서 Cl혈액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혈액형은 침이나 정액으로도 알아낼 수 있어 DNA지문검사가 불가능했던 1970년대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 곧 국제학회에서 당당히 인정받을 만큼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세계적인 법의학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법의학의 위상을 끌어올린 문국진 박사. 그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법의관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법의학계의 큰 스승 문국진은 해방 이후 최초의 법의학 교실을 설립했다.

법의관에 대한 박한 처우와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후배 법의학자들은 계속해서 국과수를 떠났다. 이런 식으론 후진을 양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 문국진 박사는 대학에 법의학교실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접학문인 병리학회의 동의를 받아야했고 수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과목 교수들을 일일이 찾아가 부탁해야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 끝에 그가 학교로 온 지 6년이 지난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법의학 교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문국진 박사는 법의학 교실을 상징하는 심벌을 만들면서 "People are flower…Be genlte(사람은 꽃이다. 부드럽게 대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법의학이 인간의 권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는 뜻이었다.

이런 문국진 박사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법의학의 대들보가 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밝힌 황적준 박사를 비롯한 문국진 박사의 수많은 제자들이 스승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법의학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후학들을 양성하고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문국진 박사, 현재 법의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문국진 박사에 대한 후학들의 솔직한 고백이 'TV 회고록 울림'에서 공개 된다.

법의학자 문국진의 인생 이모작, 예술과 법의학의 만남 '법의탐적론'은 무엇일까.

문국진 박사는 법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으로 펴낸 법의학 교양서적 '새튼이'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어떤 추리소설보다 흥미롭고 생생한 문국진 박사의 경험담은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책이 인기를 얻을수록 법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법의학 교양서적이 대중들에게 법의학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문국진 박사는 이후 '지상아' '배꼽의 미소' 등 다양한 법의학 교양서적을 출판했다.

은퇴 후에도 그의 연구, 집필활동은 끝나지 않았다. 우연히 차이콥스키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게 된 문국진 박사. 그는 법의학적인 시선에서 문헌, 사진자료 등을 분석해 차이콥스키의 사인을 분석한다. 그는 이렇게 문헌자료와 예술작품을 부검하듯이 파헤쳐 법의학적 사실을 입증해 내는 이 학문을 '법의탐적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젊은 날 법의학을 처음 접하고 심장이 뛰었듯, 새로운 학문과 또 한 번 사랑에 빠진 문국진 박사.

그가 알아낸 차이콥스키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화가 모딜리아니가 유독 목을 길게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고야의 '옷 벗은 마하'의 모델은 정말 신분이 높은 귀족의 부인이었을까. 문국진 박사가 법의학적 추리로 밝혀낸 작품 속 진실이 'TV 회고록 울림'을 통해 밝혀진다.







"억울한 죽음 없도록 법·제도 뒷받침 해야"...법의학과 의료윤리 조명
새 대한법의학회장 최영식 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선출...내년부터 임기



▲ 대한법의학회 차기회장에 선출된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왼쪽)과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전남의대 교수). 최영식 차기회장은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다.ⓒ의협신문 송성철


"한국 법의학의 수준은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법률적 제도적 지원은 아직 부족합니다."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은 20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제39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대량재해 발생 시 개인식별·법의혈청학·법치의학·법의곤충학·법의영상학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며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희생자의 개인식별 등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으로 향상했다"고 밝혔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단시일에 해결하면서 한국의 법의학 수준이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대구지하철 참사(2003년)·세월호 참사(2014년) 등 대량참사가 발생했을 때 외국 법의학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2014년 10월 세계과학수사학술대전(WFF)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국내 기술로 개발한 '대량재해 희생자 신원확인 시스템(MIM)'을 외국에 전수할 정도로 법의학 기술이 발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법의학 발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장정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 의무사무관(법의관)이 이날 발표한 '2014년 부검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 사망자 26만 7672명 가운데 13.3%(3만 5478명)가 변사자로 집계됐다. 이들 변사자 가운데 NFS나 관학협력의대에서 부검이 실시된 것은 15%(5324건) 가량. 전체 사망자 대비로는 2.0%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사망자에게 조금의 의심만 있어도 변사자로 취급하고, 이 중 15∼30%를 부검한다"며 "단 한 명이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법의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의학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제도적인 뒷받침도 허술한 실정이다.


엄창섭 고려의대 교수(해부학교실)는 '법의학과 의사윤리' 주제발표를 통해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 개인 식별이 안된 상태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체 조직의 경우 처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마냥 보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죽은 이들은 말이 없고, 표도 없으니 법률 개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시신에 대한 부검윤리도 의료윤리와 마찬가지로 엄숙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 엄 교수의 주장.


엄 교수는 특히 "시신에서 얻은 사체의 일부를 전시까지 하며 상업화 하는 경향이 있다. 사자의 동의는 물론 기증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며 "최근 들어 시신을 활용한 교육·연구·산업 등에서 활용이 증가하면서 해부학자·병리학자·법의학자 외에 해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넓히는 데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정기총회에서는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학회를 이끌어 갈 새회장에 선출됐다.


최 차기회장은 1983년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부속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전공의과정을 거쳐 1987년 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 1991년 법의관으로 NSF에 발을 들였다. 법의학부장을 거쳐 2013년 12월 초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에 임명됐다. 학회에서 국제교류협력위원장을 맡아 2014년 세계과학수사학술대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했다.


최 차기회장은 "검시 집행 책임은 검사가, 집행은 경찰관이, 검안서 작성은 의사가 하고 있고, 변사자 부검은 반드시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며 "최근 들어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서도 보험 수급 문제를 놓고 현장 검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여러 부처와 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검시제도를 선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종태 대한법의학회장과 한국 법의학의 개척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오른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법의학회 학술상은 지난해 학회 학술지에 총 5편의 논문을 발표한 나주영 NSF 광주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연구원이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제3회 '도상 법의문화상'은 월간 조선 오동룡 차장이 받았다. '도상 법의문화상'은 법의학 발전에 공헌한 언론 및 문화계 인사를 선정, 학술대회 때 시상하고 있다. 도상(度想)은 법의학 선구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호.


오 차장은 30년 논란 끝에 자살로 결론 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10여년 간 취재하고, 기획기사 '유병언 변사 1년여, 한국의 검시제도 개선되나'를 통애 법의학의 인식과 제도 개선에 기여한 점을 평가 받았다. 


1회 수상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회는 드라마 '싸인'에서 법의관 역할을 맡은 배우 박신양 씨가 받았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이윤성 대한의학회장과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비롯해 전국 법의학교실과 과학수사 연구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석, 법의학 한 해 연구 성과를 결산했다. 



의협신문 송성철 기자 | good@doctorsnews.co.kr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팽 박물관.(
 EPA=연합뉴스)


쇼팽 심장 조직 검사, 폴란드 반대로 무산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공항 이름을 쇼팽 공항으로 삼았다.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폴란드의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히는 동시에 폴란드의 자랑이다.

지난 4월 쇼팽의 심장이 담긴 수정 병이 바르샤바의 성십자가 교회의 기둥 한곳에서 꺼내졌다. 쇼팽은 사후 부검 돼 심장만 코냑 병에 담겨 이곳에 보관됐다. 

쇼팽은 39살이던 1849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숨을 거뒀다. 프랑스 당국은 쇼팽 사망 몇 달 전 진단받은 결핵이 사인이라고 발표하고 그렇게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를 내준 의사는 뭔가가 미심쩍었는지 부검을 했다. 부검 기록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질병'으로 사망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음모론'을 낳았다. 그 부검 및 관찰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음모론은 꺼지지 않고 지금도 돌고 있다.

쇼팽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을 풀고자 지난 9월 법의학자와 병리학자, 유전의학자들이 모여 이 심장을 자세히 관찰했다.

심장에는 '결핵 혹'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핵 혹이 나타난 만큼 애초 진단대로 결핵이 사인이라고 의사들은 재확인했다. 이로써 사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의혹은 또 꿈틀댔다. 심장 일부를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하면 확실했을 텐데 육안 관찰만 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전체가 조직 검사에 반대했기 때문에 육안관찰만 이뤄졌다고 영국BBC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에 쇼팽은 의미가 각별하다.

스무 살에 바르샤바를 떠난 쇼팽은 죽을 때까지 폴란드에 돌아가지 못했다. 사실 생전의 쇼팽에게 폴란드는 없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프로이센의 침략을 받았고 1795년에 오스트리아에 합병됐다. 쇼팽이 죽고 69년이 지난 1918년에야 폴란드는 비로소 독립국이 됐다.

그러나 폴란드를 향한 쇼팽의 그리움과 애국심은 각별했다. 그는 죽거든 심장만 꺼내 폴란드에 묻어달라고 누이에게 부탁했다.

쇼팽의 대표작 야상곡은 2차 세계 대전으로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연주되면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쇼팽의 심장은 폴란드의 상징처럼 '성물'로 여겨진다고 BBC는 풀이했다.

쇼팽 누이의 후손은 물론이고 폴란드의 추기경, 쇼팽협회 회장 등 거의 모두가 심장의 조직 및 유전자 검사에 완강히 반대했다.

영국 런던의 쇼팽협회의 로즈 콜몬델리 회장은 폴란드의 강력한 반대를 두고 "그게 쇼팽의 심장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BBC에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중 바르샤바를 폐허로 만든 공습에서 쇼팽의 심장이 살아남은 것은 독일군이 그것을 따로 보관한 덕분이고 그때 바꿔치기 됐다는 의심도 있다. 1945년 애국심이 들끓는 와중에 쇼팽 심장의 재안치 식이 열렸을 때 진짜인지 검증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타데우스 도보시 법의학 교수는 심장을 관찰하고 나서 "적출 후 봉합 기법이라든지 보관 방식, 보관 후 상태, 수정병 모양 등 여러 면이 당시와 똑같다"며 진짜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런던 성 토머스 병원의 세바스티안 루커스 명예교수는 "조직 검사나 유전자 검사도 사인을 추정할 단서만 제공할 뿐이지 사인을 규명할 수 없다"며 그냥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 논란 이후 쇼팽의 심장이 담긴 수정 병은 다시 성십자가 교회 기둥에 봉인됐다. 수정병에는 "2064년까지 건들지 말 것"이라는 권고문이 달렸다.

적어도 그때까지 성십자가 교회는 쇼팽 팬들의 순례지가 될 게 분명하다고BBC는 예상했다.


tsyang@yna.co.kr







관리위원회 신설… 법의관 임명·전담기관 심사

전문의 본격 양성… 2015년을 검시제 개혁 원년으로
국무총리실이 검시제도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변사체의 검시 대상을 확대하고, 검시 전문가인 법의학자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내년은 ‘한국이 살인하고 유기하기 좋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검시제도 개혁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24일 법의학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등 10명은 지난 8일 ‘법의관법’을 발의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시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의학자와 수사기관 관계자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법의관 임명과 검시기관 지정을 한 뒤 이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위원회에서는 법의학 종사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법의관으로 임명한다. 검시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국가 전문 검시기관이나 법의학 관련 부서가 설치된 의과대학 등 후보군에서 자격 요건을 심사해 지정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국과수와 일부 민간 법의학자, 경찰이 운영했던 검시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죽은 자의 인권’에 무심했던 한국이 ‘사후인권’까지 챙기는 근대 복지 국가 체계의 한 축을 완성하게 된다.

정부는 법의관법 제정과는 별도로 의료법을 개정해 검시 대상 변사체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 등이 사체를 검안해 변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때에는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어떤 죽음이 변사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법의학회가 새로 마련한 의료법과 그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의사가 수사기관에 변사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명시돼 있다. ▲의사가 입회하지 않은 죽음 ▲병역의 의무 수행 중 죽음 ▲주거를 알 수 없는 죽음 ▲입양한 아이의 죽음 ▲수사과정에서의 죽음 등 13가지다. 법의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내년 1분기 중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검시제도 개선에 따라 필요한 법의학자 충원문제는 법의학 전문의 과정 신설로 해결하게 된다. 그동안은 병리학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의료인 중에서 법의학에 관심 있는 일부 의사들이 법의학자가 됐다. 법의학회는 복지부에서 법의학을 법정 진료과목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내년 1월 말 복지부에 전달할 법의학 전문의 수련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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