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대학원, 학부 전공 안 따져요"


충남대 특수대학원 과학수사학과 학생이 마약·독 극물 검사를 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자연과학·공학·의학·약학·심리학·법학·경찰행정학 전공자가 많다. 

명확하게 과학수사와 관련된 학과는 거의 없다. 충남대와 경북대에 특수대학원 과정과 순천향대에 특수대학원 과정이 있다.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은 법정의학과·과학수사학과·법의간호학과 등 3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석사 과정으로 5학기제다. 3개 학과 전체 정원은 30명으로 법정의학과 6명, 과학수사학과 16명, 법의간호학과 8명이 전부다. 지원자격으로는 특별전형의 경우 관련 경력이 7년 이상인 현직 종사자, 일반전형 지원 요건으로는 국내외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전공 불문이다. 

충남대 특수대학원 과학수사학과는 범죄학전공과 과학수사학전공으로 나뉜다. 학부 전공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이자 충남대 과학수사학과 강사인 전충현 박사는 “학부 전공 불문인 이유는 다양한 업적이 과학수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경제학을 전공한 학부생이라면 경제사범을 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전기공학을 전공한 학부생이라면 교통이나 이공학 관련 안전 범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원을 통해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법과 범죄 관련 수사학에 대해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에서는 법과학전공, 과학수사학전공, 디지털포렌식전공으로 나뉘며 입학 총 정원은 50명이다.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의 조남수 과장은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다양한 전공자들이 지원하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에 진학해 석사 과정까지 끈기 있게 공부해야 과학수사요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 한 올에 달라지는 판결 … 우린 진실을 분석한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 부검실. 법의관이 부검 후 신체 조직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추가 분석을 위해 채취된 조직 샘플은 유전자공학과나 마약독성화학과 등으로 보내진다. [사진 김경록 기자]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 없도록 부검·약물분석·DNA 검사
대부분 석사 이상…전공 다양하지만 법의관은 의사만 가능
하루에 수십 건 사고…개인 시간 따로 없이 한밤중 출동도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대범해지고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학수사를 통해 자살로 위장한 사건이 결국 타살로 밝혀지기도 하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가 누명을 벗기도 한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요원에 대해 알아봤다. 

미국 드라마 CSI에는 다양한 과학수사요원이 등장한다. 실험실에서 유전자 분석을 하는 요원도 있고, 부검을 담당하는 요원도 있다. 과학수사란 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사망 경위와 범인 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현장에서 지문 감식을 하거나 증거품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이들을 통틀어 과학수사요원이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경찰청 과학수사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기관별로 불리는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국과수와 국방부는 과학수사연구사·연구관, 경찰청과 대검찰청은 과학수사관으로 부른다. 이들 모두 범죄 기록을 찾아 범인을 밝히는 과학자·수사관·의사·병리학자·심리학자·공학자들이다.




의학·생물학·전자공학 넘나드는 과학수사

과학수사에는 부검, 약물 분석, DNA 검사, 사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지난 1일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의 장정식 의무사무관(법의관)을 만난 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의 부검을 끝낸 직후였다. 그가 부검을 맡는 건 교통사고, 의료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했거나 유족이 부검 요청을 해오는 경우다. 장 법의관은 “법의조사과에서는 사망 원인을 눈으로 확인하는 검안과 시신 부검을 통해 타살인지 자살인지, 또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등을 밝힌다”고 말했다.

 검안이나 부검에서 독약·마약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진 경우 시신의 신체 조직을 마약독성화학과로 보낸다. 혈중알코올농도, 미세증거물, 독성, 체내 마약 성분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은 부검 시료 및 현장에서 발견된 관련 물품들을 감정해 음주나 독극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올 3월에는 보험금을 노린 40대 여성이 시어머니와 남편, 친딸에게 제초제를 먹여 살해한 사건을 밝혀냈다. 화재 사건의 경우 시신이나 사건 현장에 남은 물질을 통해 자연 발화인지 방화인지를 알아낸다.

 유전자분석실에서는 DNA 분석을 한다. 2006년 서래마을 영아살해 유기 사건의 경우 DNA 분석으로 친자 관계, 살해 방법 등을 밝혀 범인을 찾았다. 화재나 교통사고의 원인을 찾는데도 과학수사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낸다. 국과수 이공과의 이기태 과장은 “교통사고의 경우 차량의 파손 형태와 손상 흔적, 사고 현장의 차량 흔적과 위치 등을 기반으로 상황을 재연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힌다”고 전했다.

 직접 현장에 가야 할 때도 잦다. 지난 4월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의 경우 현장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찾았다. 보험 회사가 교통사고 원인 분석을 의뢰할 경우에도 현장에 간다. 가능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서진 차량을 직접 뜯어낸다. 사고의 원인을 알려면 아주 작은 실마리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CCTV·사진·비디오·휴대전화·PC메모리카드를 복원·판독하고, 최면이나 심리분석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1.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설립됐다. 2. 국과수는 81년 발생한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를 도 입한 건 60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당시 육군 과학 수사본부)였다. 3. 93년 국과수는 국내 최초로 모발 에서 약물을 검출했다. 사진은 메스맘페타민 검출기. 4.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국과수는 국내 최초로 사망자 유전자(DNA) 분석을 시도했다.

까다로운 채용, 학부만 졸업해서는 어려워

국과수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과학수사요원을 뽑는다. 면접 땐 지원하는 과에 대한 전문적인 질문을 한다. 국과수는 석사 학위 이상이어야 입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력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법의관의 경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2년 이상 경력자여야 한다. 병리학 전문의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한다. 약학 분야의 경우 약학대를 졸업하고 약사면허증을 딴 사람만 뽑는다. 화학·물리학·공학·생물학·보건학·심리학을 전공한 요원도 있다. 이들은 특수직 공무원으로 공무원 급수가 아닌 연구직과 의무직으로 나뉜다. 운영지원 파트 직원의 경우 건축·전기·경영·경제·언론·행정학 등을 전공한 후 일반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경찰청 과학수사대는 경찰공무원시험 합격자가 대상이다. 과학수사대가 되려면 연 1회 선발심사를 거쳐 수사경과에 들어가야 한다. 수사경과 지원 요건은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과학수사학·법과학·법의학(법정의학·법의간호학·의학 포함)·범죄수사학·범죄학·형사학 등을 전공해야 한다. 실기시험·체력검사·적성검사·서류전형·면접시험 등 5차에 걸친 시험을 거친다. 실기시험은 인터뷰 형식이며 과학수사의 개념 및 기법 등에 대해 질문한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경찰 시험에 합격한 후 과학수사요원을 지망하는 경우와 대학원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거나 과학수사 특채시험에 응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검시나 범죄심리 분석 등을 담당하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면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도 과학수사연구소가 있다. 국방부의 업무는 군대 안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제한된다. 전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인 전충현 박사는 “경찰이나 국과수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국방부 과학수사는 군에서 발생한 사건의 원인을 밝힌다”고 말했다.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유전자과·법의학과·범죄심리과·이화학과·문서지문과·총기화재과·영사과 등 7개 과로 나뉘며, 모두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여야 지원할 수 있다.

 대검찰청은 올해 2월 과학수사부를 신설했다. 과학수사1과·과학수사2과·디지털수사과·사이버수사과로 나뉘어 금융·경제·기업·부패·마약·강력범죄와 사이버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목표다. 식품·유해화학물질·환경 등 법생화학 감정 업무도 담당한다.

 정부는 과학수사요원을 늘리는 추세다. 인터넷게임을 모방한 잔혹 범죄나 디지털 범행, 보이스 피싱 등 다양한 범죄가 등장하고 있다. 범죄는 늘어나고 초동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초동 수사가 안 되면 수사 자체가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발 빠른 증거품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

 최근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과학수사요원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의 안정성과 과학수사에 대한 직업적인 자부심도 매력으로 꼽힌다.

 
사건 끝까지 파고드는 인내심과 끈기 중요 

과학수사요원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억울한 피해자를 밝혀냈을 때다. 작은 증거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성취감도 있다. 머리카락 한 올로 죽음의 이유를 분석하고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사건을 해결한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접목하는 것도 보람이다.

 일은 쉽지 않다.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대형 사건의 경우엔 전 요원이 하나가 돼서 매달려야 한다. 한 달 이상 전 연구원이 총동원돼 현장을 오가며 증거를 찾고 분석을 한다. 국과수 마약독성화학과의 백승경 과장은 “아무리 몸이 고되도 지체할 수 없는 게 우리 일이다”며 “증거품이 훼손되거나 사체가 부패하기 전에 단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1분 1초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마약 사범의 경우 경찰 임의동행 시간은 48시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결과의 유무에 상관없이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 때문에 마약독성화학과에서는 주말에도 당번을 지정해 24시간 대기하다가 경찰의 연락을 받으면 바로 출동한다. 백 과장은 “개인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범죄와 싸우고 있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요원이 투입되는 일은 뉴스에 나오는 대형 사건·사고뿐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수많은 시신이 과학수사 요원의 손을 거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밤중이라도 의뢰가 들어오면 분초를 다투며 증거품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야근이 잦다. 특히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땐 유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건의 원인을 찾아 밤낮없이 일한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직접 접하는 경우는 부검 담당자 외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요원은 생체조직 검사나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품을 살피는 일을 한다. 시신이나 증거품을 대할 땐 죽음을 떠올리기보다 범인이 남긴 과학적 증거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국과수 유전자분석과의 조남수 과장은 “과학수사의 임무는 범인을 찾는 것이다. 그게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 요원들과 협력도 잘해야 한다. 백 과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는 업무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만큼 협업 능력이 중요하다”며 “다른 분야를 존중하고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인성이 과학수사요원 기본 자질”이라고 말했다.

 인내심과 끈기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공과 이기태 과장은 “사건을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와 성실함, 인내심은 과학수사요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며 “반드시 사건을 해결하고 말겠다는 집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법의관은 의대 재학 시절 법의학교실 강의를 들으며 법의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의 임무라면 법의관들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임무”라며 “사람에 대한 관심, 하나의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고자 하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병리전문의 면허를 취득,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국과수로 이직했다. 국과수 과학수사연구사는 빈자리가 나야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유전공학부 같은 부서는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 과장은 연구실에서 연구하거나 의료 계통에서 일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는 게 더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범인과 마주 서야 할 때도 있다. 그는 “힘든 일도 많지만 범죄자를 밝혀내 희생자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어진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지문 감식 기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때로는 '눈으로 지문을 읽어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서울 관악경찰서 박재선 경위는 10초면 지문번호를 읽어내고 신분 도용 사실을 밝혀낸다. 경찰 최고의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 [최승식 기자]



“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

 모든 사람이 다 다르고, 평생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지문에 대해 얘기할 때 꼭 따라붙는 말이다. 지문은 범죄 수사에서 가장 확실한 무기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엄지손가락 지문을 제대로 찍을 경우 선이 이어지거나 끊어지는 일명 ‘특징점’이 120개가 넘는데, 특징점을 12개로만 설정해도 같은 지문이 나올 확률은 1조분의 1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지문 감식은 여전히 가장 빠르고 편리한 신원 확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문 모양이 불변인 것과 달리 지문 감식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고도의 지문 감식 기법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문 채취가 어려울 만큼 부패했다. 비교적 오래 형태가 유지되는 손가락과 발가락까지도 심한 탈수로 건조된 상태였다. 이처럼 미라화한 시신에서 경찰이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던 건 ‘고온습열처리법’이라는 기법을 통해서였다. 손가락을 100℃ 물에 담가 순간적으로 지문을 팽창시킨 뒤 가까스로 지문 하나를 채취했다는 것이다. 고온습열처리법은 2005년에 처음 시도된 지문 채취 기술이다. 10년 전에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로 남았을 수도 있다.

 지문 분석 기술의 진화로 장기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5년 9월 2일 오전 5시30분쯤 부산 동대신동의 한 원룸 3층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은 베란다의 열린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집주인 A씨(25·여)를 흉기로 위협했다. 양손을 묶고 성폭행까지 시도했지만 A씨가 저항하자 현금만 빼앗아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베란다 난간에서 괴한의 ‘쪽지문’(조각 나거나 부분만 남은 지문)이 발견됐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긴 시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경찰청의 지문 재검색을 통해 9년 만에 해결됐다.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입력하고 검색 프로그램의 성능을 높인 결과 희미한 지문을 남긴 괴한이 김모(33)씨란 걸 확인해 낸 것이다. 경찰은 즉시 연고지를 추적해 김씨를 검거했고 반박할 수 없는 증거 앞에 김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청은 2010년 이후 매년 살인·성폭력·강도·절도 등 공소시효가 남은 주요 미제 사건에 대해 지문 재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총 3032개의 사건 관련 지문을 재검색해 1157명의 신원을 새로 확인했다. 덕분에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374건을 해결했다. 경찰관들이 “‘지문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속설이 범죄 수사에선 사실”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국내 지문 감식 기술은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2013년 6월 과테말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한 것도 한국의 지문 감식 기술이었다. 당시 과학수사기법을 교육하기 위해 과테말라에 가 있던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신강일 경위 등은 현지 과학수사대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깨진 유리조각에 지문이 남았는데 제대로 채취되지 않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과테말라 수사관은 하얀 분말을 이용한 일반적인 지문 채취뿐 아니라 기체화시킨 본드를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기체법’까지 시도했지만 제대로 지문이 드러나지 않아 난감해했다. 이에 신 경위는 기체법 적용 후 염색 시약(Basic Yellow)을 활용해 지문이 눈에 보이게 했다. 그 결과 과테말라 경찰은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신 경위는 “당시 과테말라 수사 당국이 염색 시약을 활용한 채취 방법을 잘 몰라 기법을 전수해줬다”고 말했다.

 지문 감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눈으로 지문을 읽는 기술’이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경찰은 지문인식기가 없어도 육안으로 지문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모든 지문에 지문 번호를 부여한다. 크게 활모양의 ‘궁상문(弓狀紋)’, 말굽 모양의 ‘제상문(蹄狀紋)’, 소용돌이 모양의 ‘와상문(渦狀紋)’으로 유형화하고 융선의 숫자와 선들이 만나는 지점인 ‘삼각도’의 위치를 통해 각각의 번호를 부여한다. 

궁상문은 1번, 제상문은 삼각도 위치와 융선 수에 따라 2~6번, 와상문은 융선 수에 따라 7~9번, 손상된 지문은 0번이다. 손가락이 10개인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10자리의 지문 번호를 가진다. 경찰은 교육과정에서 지문 번호를 읽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종이에 찍힌 지문 모양으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실제 손가락을 보고 지문 번호를 읽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17년 동안 2만여 명의 지문 번호를 읽어낸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박재선 경위는 경찰 내에서 ‘눈으로 지문 읽기의 달인’으로 꼽힌다. 박 경위는 독학으로 지문 읽기를 연마했다. 수배자나 용의자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다니며 쉽게 수사망을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다. 절차는 간단하다. 신원조회기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지문 번호가 뜬다. 이를 실제 손가락 지문과 대조해 신원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확인한다.

 박 경위가 처음 지문 읽기를 수사 현장에서 적용한 건 1998년이다. 당시 박 경위는 서울 신림동 길가에서 팔이 부러진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신분증이 없었다. 대신 이름이 적힌 작은 맥가이버 칼이 나왔다. 최모(당시 24세)씨였다. 박 경위는 최씨의 손가락을 보고 지문 모양에 따른 10자리의 지문 번호를 읽어냈다. 이어 이름과 대강의 연령대를 신원조회기에 입력한 뒤 지문 번호를 대조해 신원을 알아냈다. 최씨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박 경위는 오랜 연습으로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열 손가락 지문 번호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의 이름밖에 모르는 치매 노인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보고 집에 데려다 줬다. 지난 4월엔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술집에 출입한 미성년자들을 적발했다.

 박 경위는 “치매 환자나 만취한 사람은 빠르게 신원을 확인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조회하는 데는 2~3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수배자의 경우 지문 채취를 거부하면 현행범이 아닌 이상 강제할 수 없어 눈으로 지문을 읽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경찰을 위한 동영상 교육 자료도 제작했다. 이를 본 동료 경찰들은 “교육을 받고도 응용이 어려워 지문 읽기를 시도하지 못했는데 자료엔 너무 쉽게 설명이 돼 있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윤정민·백민경 기자 yunjm@joongang.co.kr









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우위안신(가명)을 안고 오열하는 어머니(왼쪽 사진). 보호자 대기실에서 딸과의 면회를 기다리는 아버지. 대기실에서 162일간 생활하고 있다. [채승기 기자]



너는 눈을 감고 있다. 오래도록 고요하게…. 오늘(29일)로 162일째. 아마도 깊은 잠에 빠진 거겠지. 아빠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사랑하는 내 딸 우위안신(吳元馨(가명)·25)! 아빠 목소리 들리니? 여기 서울대병원 응급 중환자실은 참담한 침묵의 공간이구나. 의료기기가 내는 윙윙 소리까지 없다면 진공상태 같은 이곳에 네가 왜 누워 있어야 하는지 아빠는 여전히 납득할 수가 없다.

 올해로 스물다섯 살인 우리 외동딸. 사춘기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면서 서울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그렇게 동경하던 한국 유학 길에 오른 게 지난해 3월이었어. 한국의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아빠 친구들에게 “중국 땅에 우리 애보다 똑똑한 딸 있으면 나와보라”며 자랑도 했었지. 그런데 그 귀한 내 딸이 뇌사 상태라니….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지난 1월 19일이었다. 한국으로 함께 유학을 떠났던 네 친구 A가 중국 난징으로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어.

 “우위안신이 큰 사고를 당했어요. 어서 한국으로 오셔야겠어요.”

 그 순간 아빠는 믿을 수가 없었어. 사고 전날 엄마랑 네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니. 너는 매일 밤 10시면 마트에 야간조로 출근하는 엄마와 화상통화나 위챗을 했지. 그날도 주고받은 위챗 메시지가 아직도 엄마 전화에 그대로 남아 있어.

 ‘이 옷은 어떠니? 엄마한테 어울리니?’ ‘엄마는 뚱뚱해서 못 입어^^.’ ‘알았다. 잘 자.’ ‘응. 알았어.’

 네 엄마와 나는 서둘러 한국에 들어왔단다. 응급 중환자실 문을 열자 조용히 누워 있는 네가 보였지. 누군가 옆에서 이상한 말을 하더구나.

 “낙태 수술을 받다가 뇌사 상태에….”

 중국어로 통역돼 들리는 말이 너무나 끔찍해 엄마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지. 딸아, 그때부터 네 엄마와 나는 진실을 알기 위한 싸움에 나섰단다. 병원 응급 중환자실 지하 대기실에 의자 몇 개를 붙여 침대를 만들고 숙식을 해결해 가며 사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지. 어떻게 임신중절 수술을 하다가 뇌사에 빠지게 된 건지…. 한국처럼 의료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사고가 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나. 3월 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료수사팀이 신설됐고, 이 수사팀에서 네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지. 형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 임신 12주였다는 네가 불법 낙태 수술 중에 끔찍한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경찰이 설명해 줬지.

 경찰의 설명은 이런 거였어. 서울 OO의원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던 중에 포도당 수액을 너무 많이 맞았고, 네가 구토 등 이상 증세를 보이니까 의사가 수술을 미루면서 계속 수액만 맞게 했다고 … 그 때문에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뇌가 부어 올랐다고…. 그런데도 그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10시간 동안이나 네 몸에 10팩이 넘는 4000~5000ml의 수액을 계속 집어넣었다는 거야. 적정량의 4배가 넘는 수액을 투여하면서 의사는 혈액·소변검사 같은 기본적인 검사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이 설명해 줬어.

 의료수사팀 형사들은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자기들을 믿으라고 했어. 널 이렇게 만든 의사는 수액을 1000ml만 투여했다고 계속 주장했어. 강제 낙태가 아니라 이미 네 배 속에서 사산한 태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것이라고도 했지. 진료차트에는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고…. 그런데 형사들이 수술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네 소변량이 너무나 많았던 사실을 확인하고 그걸 증거로 제시했어. 그 의사는 지금 구속됐고 간호조무사는 불구속 입건된 상태야.

 현재 의사와 병원 사람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대. 그들은 병원으로 찾아간 우리에게도 “당신 딸이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어. 수술동의서 내용도 ‘임신중절’에서 ‘계류유산(※사산 태아가 자궁에 남아 있는 상태) 수술’로 바꿨고, 병원 폐쇄회로TV(CCTV)도 지우려고 한 것으로 밝혀졌단다. 

 네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를 ‘애인’으로 저장해 뒀던 남자친구 얘기도 들려줄게. 네가 낙태 수술을 받을 때 그 친구도 함께 갔다가 사고가 났으니 아마 두렵고 무서웠겠지. 네가 뇌사에 빠지고 이틀 뒤 한강에 뛰어들었다고 들었어. 다행히 구조됐다는구나. 이 아빠는 그 친구가 우릴 찾아와 용서를 빈다면 용서해 줄 수 있단다. 딸아, 오늘 주어진 면회 시간이 다 됐어.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 30분씩밖에 안 되는 면회 시간이 매번 안타깝기만 하구나. 너를 이렇게 만든 한국을 원망하느냐고? 아니야. 병원에서 지내면서 좋은 분도 많이 만났어. 의자를 붙이고 생활하는 우리에게 김치를 가져다준 청소부 아주머니도 있었고…. 비록 몇 명의 한국인이 상처를 줬지만 더 많은 한국인은 우릴 보듬어주고 있단다.

 그러니 우리 딸, 너도 어서 힘을 내서 “아빠” 하고 깨어나길 바란다. 딸아, 이제 오늘의 기도를 올리자꾸나. 늘 그렇듯 아빠가 네 조그맣고 예쁜 귀에 속삭여줄게.

 “하이쯔, 부야오팡치, 이딩야오잔치라이(孩子, 不要放棄 一定要站起來 아가야. 포기하지 마. 일어나야 해.)”


글, 사진=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이 기사는 중국인 우위안신의 부모와 경찰 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아버지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일부터 의료사고를 전담해 수사하는 의료사고전담수사팀을 발족했다. 2일 강윤석 경감(맨 오른쪽)과 팀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형사 1~2명으론 의료수사 한계"

수사관 7명·검시조사관 1명 구성

간호석사 투입해 전문성 강화

팀원 3명은 '간호사 남편' 공통점

30%대 그친 기소율 높일지 주목


[ 윤희은 기자 ] 

지난 2월 초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성형외과의사협회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낯선 조직의 경찰관들이 나타났다. 강윤석 경감 등 세 명의 경찰관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수사팀(의료수사팀)이라고 밝혔다. 1월27일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병원에서 중국인 여성이 수면마취 상태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 호흡이 정지돼 뇌사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의료사고는 관할 경찰서 경찰관 한두 명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협회 관계자 입장에서는 당황할 법한 일이었다. 이날 경찰은 수술을 집도한 병원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맞는지, 사무장병원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했다. 의료수사팀은 이때부터 임시 운영을 시작해 지난달 2일 정식 발족했다.

가수 신해철 씨 사망사건이 계기

지난해 10월 발생한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사건이 의료수사팀 출범의 계기가 됐다. 신씨의 사망이 장협착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인지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기존 경찰 조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송파경찰서는 수술을 집도한 병원 원장과 병원의 의료과실 여부 수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관계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했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같은 한계를 절감하고 의료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 내에 의료사고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해 체계적인 수사를 하기 위해서다. 남대문경찰서 강력계장 출신인 강 경감을 팀장으로 8명이 모였다.


의료수사팀은 기존 경찰 조직으로 해결하기 힘들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의료사고를 전담한다. 팀이 소속된 서울청 광역수사2계의 강상문 계장은 “의료사고 특성상 수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만큼 일선 경찰서에서 형사 한두 명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며 “의료사고 중 사망과 뇌사를 포함한 중상해, 사회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에는 가능하면 모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팀원들, 의료사고 수사 자원

8명의 팀원은 이전에 의료사고를 수사했던 이들로 구성됐다. 특히 간호 석사 출신으로 2006년 경찰에 입문한 이지연 검시조사관은 팀원 중 유일한 여성이다. 이전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차트를 분석하거나 조언을 해주던 이 조사관은 의료수사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서게 됐다. 이 조사관은 “현장에 가지 않고 차트 분석만 하다 보니 압수수색이나 수사 진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며 “전문적인 수사팀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 소속으로 의료사고를 도맡아 수사한 경력이 있다. 열악한 수사환경과 의사들 사이의 동업자 의식으로 번번이 수사가 벽에 부딪히는 것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동형 경사는 “의료사고 수사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얻기 위해 의사협회 등에 감정 의뢰를 요청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애매하고 난해한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정훈 경위도 “해당 의료사고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다른 병원 의사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경우 상당수 의사가 사고가 난 병원 의사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조사를 꺼리곤 했다”고 했다.

이들은 의료수사팀이 발족한 후 의료수사 과정에서 겪던 어려움이 상당수 해소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조사관이 옆에서 수시로 조언해주는 데다 보건복지부와 각종 의학회, 의대 교수 등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홍순재 경위는 “형사 시절에는 다른 강력 사건과 함께 의료사고를 조사해야 해서 수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수사팀에서는 의료사고 하나만 맡아 꾸준히 수사하다 보니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남성 팀원 7명 중 3명의 아내가 간호사라는 점이다. 강 팀장은 “의도한 것은 아닌데 팀을 갖추고 보니 그랬다”며 “열악한 의료사고 수사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아내들의 마음이 이들을 의료수사팀으로 모이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의료사고 기소율 31.42%

최근 발족 한 달째를 맞은 의료수사팀은 5건의 의료사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이 중 3건을 수사하고 있다. 짧아도 3개월 이상 걸리는 의료사고 수사 기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팀원들끼리의 소통은 물론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협조가 중요한 이유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부분이 일선 형사 출신인 팀원들이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사고 수사에서 얼마나 실적을 내겠느냐”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이다. 강 팀장은 “‘정말 경찰의 의료사고 수사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겠나’ ‘따로 팀을 만들었다고 기소율이 얼마나 높아지나’ 등의 부정적인 시선을 접할 때가 자주 있다”며 “이런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 중요한 의료사건에 팀의 역량을 집중하고, ‘제2의 신해철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더 효율적이고 빠른 수사를 통해 팀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기소율은 2010년 29.10%, 2011년 29.45%, 2012년 29.45%, 2013년 28.07% 등 꾸준히 30% 이하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31.42%(105건 중 33건)를 기록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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