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pice

 

 
 

1. 호스피스

 

 호스피스는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아프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 준 것이 그 효시가 되었습니다. 현재에는 불치질환의 말기 환자 및 가족에게 가능한 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총체적인 돌봄(care)의 개념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학의 개념은 세포단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이고 총체적인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시행하는 돌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환자를 질환별로 완치(cure)를 비롯한 치료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은 소외를 받게 되는 경향이 많은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증상의 조절 및 정신적인 지지를 통한 삶의 질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환자를 병의 치료적인 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총체적인 돌봄의 접근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1) 호스피스의 철학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고 지지
남은 생을 편안하게 하고 충만한 삶을 살도록 도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수긍하도록 함
무의미한 고통을 연장시키거나 생명(삶)을 단축시키지 않음
신체적-정서적-영적-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고 지지

 

 

2) 호스피스의 목적

 

호스피스 대상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
평화로운 죽음을 유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증상 완화 및 지지
병원 및 가정에서의 지속적인 간호를 통한 임종자와 가족 지지
사별 가족 간호

 

 

3) 호스피스의 기본원칙

 

대상자의 품위를 유지
의학적 치료 및 중재는 보존적 차원
통증 및 증상 조절은 완화보다는 예방
환자와 가족이 돌봄의 단위
다분야에서 팀을 이루어 공동으로 노력
인종, 국적, 종교, 경제적 능력 등에 관계없이 시행
모든 말기암 환자에게 24시간 간호를 제공

 

 

2. 완화의학

 

 완화의학이란 삶이 제한된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연구하며 치료하는 의학의 한 전문 분야입니다. 과거에는 감염 같은 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지만, 현재는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암 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 질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으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완화의학의 범위는 점점 더 증가하며, 사람들은 더욱더 완화의학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이 진단될 때 완화의학 전문의는 종양학과 전문의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다가 더 이상 완치를 할 수 없을 때는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면서 임종을 맞도록 도와줍니다. 즉, 돌봄의 초점을 완치에 두는 것이 아니라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증상 조절 등 완화에 두고 있습니다.

 

 


 

 

 완화의학과 기존의학의 차이점은 위 그림에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 중심적, 증상 중심적이며, 돌봄의 장소가 병원보다는 가정이나 완화의료기관이라는 점입니다. 완화의학은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사회적, 영적인 문제까지 해결하고, 증상 완화에 주된 관심을 두고 치료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학은 활력징후(vital sign)를 중요시 하지만, 완화의학에서는 활력징후(vital sign)보다는 활력증상(vital symptom)으로 안녕(well-being sense), 통증, 수면 3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3.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자 정의는 의사 2인이 기대여명을 6개월 미만으로 인정한 환자로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포함합니다.
적극적인 함암치료의 시행이 환자의 경과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되며, 환자의 전신상태가 악화되는 말기암 환자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으면서 악화되는 시기에 있는 말기 만성질환자
본인이나 법적 대리인이 호스피스 서비스에 동의한 사람

 그러나 6개월 미만의 기대여명을 진단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암 또는 치유 불가능한 질병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진단받는 순간부터 완화의료를 시작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들은 신체적 통증 이외에도 역할과 기능의 상실과 같은 실존적 가치의 혼란과 영적 고통, 두려움과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혼재하여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고통은 단순히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의사의 질병 치료 노력만으로는 완화되기 어렵고, 여러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개요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신체적 문제들의 간호 제공은 물론이고 삶의 과정 동안 겪었던 갈등을 풀어나가도록 상담과 지지를 제공합니다. 그리하여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최근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 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말기 환자들의 범위가 암에서 다른 질환들로 확장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법상 정의된 말기환자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말기환자(末期患者)”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가. 암
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다.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라. 만성 간경화
마.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라 한다)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말기환자등”이라 한다)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4. 완화적 항암치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는 것이 통증 조절이나 증상 조절 이외의 치료를 모두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암환자들의 경우 완치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적절한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증상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1) 중재적 방사선

 
 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전신마취나 장기간 입원치료 없이 환자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요로나 담도 폐쇄, 식도 폐쇄, 상대정맥 증후군 등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2) 완화적 항암치료

 
 일부 연구에서 항암치료가 종양에 대한 효과는 없지만 통증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일부 항암제는 말초 신경 기능 변화를 일으키고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여 말초와 중심의 신경전달 체계에 변화를 가져와 통증 및 증상조절에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림프종이나 백혈병, 뇌종양 등에서의 효과는 비교적 잘 알려진 상태입니다.

 

 

3) 완화적 방사선치료

 
 완화적 방사선 치료는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잔여 생존 기간을 고려하여 짧은 기간 내 방사선을 조사하여 급성 방사선 반응을 최소화하면서 국소적 증상을 조절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완화적 항암제 치료에서도 암의 종류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있듯이, 방사선 치료에 대한 효과도 다릅니다.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 소세포성 폐암 등이 비교적 반응이 좋습니다.

 


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통증 등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고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완화의료 전문가가 팀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통증 등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고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완화의료 전문가가 팀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본 영화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홍보를 위해 
소중한 분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되었습니다. 

-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









환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24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춘천호스피스 병동에서 함께 모여 윷놀이를 하고 있다(왼쪽). 박영의 원장이 이금순씨를 진찰하고 있다(오른쪽). 춘천=구성찬 기자

1부: 호스피스, 나를 위한 선택

② 그곳의 죽음은 인간적이다


“임○○ 환우가 힘들어하시더니 오전 6시23분 임종했습니다.” 간밤에 환자들이 어땠는지 일일이 상태를 점검하던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망자(亡者)는 췌장암 말기였다. 3주 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지난달 18일 이 호스피스 병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삶의 끝자락에서 평안을 찾으려 했을 테다.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향년 70세.

지난달 24일 강원도 춘천 대룡산 자락의 ‘춘천호스피스’ 병동은 부고로 아침을 맞았다. 죽음이 드리운 그림자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간호팀장은 환자들의 상태를 계속 설명해 갔다. “김○○ 환우는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 “신○○ 환우는 깊이 잠들어 식사를 걸렀다.” “오○○ 환우는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말기 암환자의 마지막을 보살피는 이곳에선 죽음이 빈번하다. 대개 입원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하루걸러 임종 소식이 들려올 때도 있다. 하지만 마냥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 여섯 명은 끝까지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의료진도 그들의 노력을 응원하며 세심한 손길로 살폈다.

“살아서 나갈 거예요”

호스피스 병동은 드나듦이 잦다. 떠나간 자리는 금세 다른 환자가 채웠다. 최모(51)씨는 처음 찾은 호스피스 병동이 낯선 눈치였다. 눈길을 옮기며 여기저기를 살폈다. 병동은 판잣집처럼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종합병원 다인실과 달랐다. 몸을 가눌 여유가 있었다.

최씨가 인두암 진단을 받은 건 10년 전이다. 시간의 길이만큼 투병도 지난했다. 그 정도 고생했으면, 그쯤 버텼으면 새로운 삶이 주어질 법도 한데, 지난 1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종합병원에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야윈 몸은 주삿바늘 하나를 허락할 틈도 없어 보였다.

한참을 서서 병동을 둘러보던 최씨는 로비 의자에 걸터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창밖에선 농부가 밭에 고개를 파묻고 겨우내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를 뽑고 있었다. 가까운 봄이면 감자가 싹을 틔울 것이다. 그는 병동이 자리한 이곳 동산면이 익숙했다. 옛 친구가 가까운 과수원에서 사과를 키운다고 했다.

문병 올 친구가 지척에 있어 힘이 되겠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관절개를 한 터라 말 한마디가 힘에 부쳤다. 최씨는 “살아서 나갈 거예요”라며 빙긋 웃었다. 숨이 새어 나오지 않게 절개부를 손으로 막고서야 겨우 말을 뱉어냈다.

같은 시간 최씨의 아내는 입원 상담을 받았다. 의료진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아꼈다. ‘만약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건강을 되찾을 거라 믿지만’ 등 다른 말을 앞세우고서야 임종 절차를 설명했다. 아내는 “마음 단단히 먹었다”면서도 새어 나온 눈물 탓에 진즉 숙여버린 고개를 좀체 들지 않았다.



춘천호스피스는 의료진 외에도 6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이곳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명찰이 병동 한편에 걸려 있다. 춘천=구성찬 기자

“예쁘게 화장(化粧)해 주세요”

A씨(43·여)는 “목욕하기 싫다”며 자원봉사자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매주 수요일 오전 자원봉사자들이 목욕봉사를 하러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다. 제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들은 그날만을 기다렸다. 타인에게 몸을 맡기기엔 아직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걸까. A씨는 지난달 2일 입원 이후 한사코 목욕을 거부하고 있다. “깨끗하게 씻으면 개운할 거예요”라는 간호사의 권유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대신 “예쁘게 화장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호스피스 병동에 온 환자들은 입원 첫날 가족, 의료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A씨 병상 곁에도 그날 찍은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그는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A씨는 “화장을 하고 다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입원 첫날 마음이 편치 못해 사진이 잘 안 나왔다고 딸이 내심 신경 쓰는 듯했다”며 “딸이 ‘얼른 건강해져 봄나들이 가자’는 말을 요즘 들어 부쩍 많이 한다”고 했다.

“놀이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점심식사 뒤엔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놀이 한 판이 열렸다. 김모(65·여)씨는 썩 내키지 않는다며 머뭇거리면서도 팔뚝만 한 스티로폼 윷 하나를 집어 들었다. 높이 던졌다. 환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각각 윷 하나씩을 나눠 들었다. ‘도’에 탄식하고 ‘윷’에 환호하고 ‘모’에 어깨를 들썩였다. 여느 명절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놀이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도 피어나오는 웃음까진 숨기지 못했다.

김씨는 1999년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삶은 고단했고 치료에 전념할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2012년 결국 말기 진단을 받았다. 4년간 입원과 통원이 반복됐다. 고단한 시간이었다. 웃을 여유도 없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조금이나마 웃는다.

자원봉사자들은 같은 배에서 태어난 피붙이마냥 살갑게 대해줬다. 서로 말벗을 자처했다. 아침드라마 내용부터 살아온 얘기까지 작은 병상에 누워서도 나눌 얘기는 넘쳤다. 간호사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구석이 있을까 싶어 늦은 밤에도 자주 안녕을 물었다.

가족과 같이, 가족처럼

환자만 호스피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 남은 가족이 겪는 감정의 무게는 가늠조차 어렵다. 이금순(64·여)씨는 남은 시간을 아들(37)과 함께 지내고 싶어 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춘천호스피스는 그런 이씨에게 편히 지내라며 기꺼이 1인실을 내줬다. 중환자실 병동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다면 누리지 못했을 일이다.

이씨는 2012년 자궁경부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동시에 6개월 시한부 선고도 내려졌다. 요양원과 복지시설에서 지내다 지난해 9월 호스피스를 찾았다. 늘 곁에 있어 주는 아들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이씨는 “아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위안이 될 때가 많다”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여태껏 4년 가까이 살았다”면서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춘천호스피스는 해마다 4월과 11월이면 ‘기러기 가족 모임’을 갖는다. 호스피스를 거쳐 간 환자들의 가족이 다시 병동에 모인다. 한데 모여 밥을 먹고, 떠난 이에게 차마 못 했던 말들을 함께 나눈다. 수신자 없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이 단출한 모임이 사별 가족에겐 심심한 위로가 된다.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에 위치한 춘천호스피스 전경. 1999년 설립된 이후 1000명이 넘는 말기 암환자가 이곳에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 맞았다. 춘천=구성찬 기자

‘춘천호스피스’ 병동은 말벗에 궂은일… 60명 넘는 자원봉사자 헌신

정현근(70·여)씨는 매주 수요일 춘천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병동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빨래가 주업이고, 안마가 부업이다. 지난 2년간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젊은 환자를 대할 때면 이 병동에서 떠나보낸 동생 생각에 잠기곤 한다.

정씨의 동생은 지난해 1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6개월을 보냈지만 차도가 없었다. 정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하던 호스피스 병동이 떠올랐다. 동생에게 호스피스로 옮기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란 생각이 남아 있던 탓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지난해 6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뒤 두 달이 못 돼 사망했다. 정씨는 늘 동생 곁을 지켰다. 그는 “삭막한 대학병원 병실 대신 호스피스 병동을 택한 덕분에 동생이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봉사하는 동안은 사별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호스피스는 1999년 이주호 소양제일교회 목사가 설립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등록됐다. 그동안 1044명이 거쳐 갔다. 더 이상 치료가 힘든 말기 암환자에게 병동의 문이 열려 있다. 입원하려면 ‘호스피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1개월 기준 진료비는 45만원. 가족 한 명이 환자와 함께 상주할 수 있으며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최대 환자 12명이 입원할 수 있다. 박영의 원장을 비롯해 간호사 7명, 간호조무사 2명, 사회복지사 2명이 환자를 돌본다. 의료진 외에도 60명 넘는 자원봉사자가 매주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다.

오덕영(79)씨는 교편을 내려놓은 뒤 16년째 춘천호스피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병동 주변 텃밭에서 고추와 배추, 상추를 기르는 게 그의 일과다. 무공해 채소가 환자들의 건강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하는 생각에서다.

오씨 역시 암환자다. 2012년 방광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당장 몸이 불편한 데는 없지만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씨는 “힘 다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때가 되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춘천호스피스는 의료진과 더불어 자원봉사자의 헌신으로 운영된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도 매년 실시한다. ‘호스피스의 개괄적 이해’ ‘암에 대한 이해와 증상’ 등의 강의가 있다. 박상운 춘천호스피스 회장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료진만큼이나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호스피스 병동의 활성화를 위해선 체계적인 자원봉사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춘천=신훈 기자 zorba@kmib.co.kr








죽음은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역설해 온 윤영호 교수는 웰다잉법이 만들어짐으로써 우리 사회가 존엄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가정의학전문의인 윤영호(5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삶’보다는 ‘죽음’에 더 익숙한 의사다. 살리는 일이 본업인 그는 주로 죽음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웰다잉법)이 지난달 8일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의료기관 등 80여개 단체와 1만5000여명이 참여한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 실무 책임을 맡은 운영간사로서 의료계와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며 법률 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시행을 앞두고 (호스피스·완화의료는 2017년 하반기, 연명치료 중단은 2018년 상반기 도입) 보완할 점이 적지 않지만 이 법률은 ‘죽음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웰다잉’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서울대 의대 교육관 306호에서 윤 교수를 만나 이 법률의 제정 의미, 과제 등을 포함해 삶과 죽음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웰다잉이 뭔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죽음은 치료의 실패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를 받아들이고 ‘잘 죽어야 된다’는 자세로 죽음에 대처하는 것이 웰다잉이다. 김 할머니 사건(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중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허용한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죽음의 과정이 너무 힘들고 비참해진다는 성찰이 이뤄졌다. 특히 요즘처럼 거의 모든 환자가 집이 아닌 병원에서 황망하게 마지막을 맞는 상황에서 존엄한 죽음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죽음을 더 진지하게 생각하며 법적 절차까지 명확히 해놓자는 실천이 웰다잉이다.”

-웰다잉 법률의 제정 의미는.

“의료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는 질병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이 법은 인간 중심의 ‘돌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의료의 기능을 수정한 것이다. 나아가 죽음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같이 맡아야 한다는 의미를 법제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제나 보완할 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가장 아쉬운 점은 시민의 자발적 동참 등을 유도하는 조직을 만드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법이 통과됨으로써 얼개는 짜였다. 그러나 효과를 거두려면 시민 등 민간 부문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돈과 제도만으로는 웰다잉의 철학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 조성, 캠페인 확산 등 민간의 역할을 결집할 재단법인 같은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국회 상임위 통과 과정에서 이 근거가 삭제됐다. 원래 있었는데 아마 ‘위인설관’을 우려해 뺀 것 같다. 정부에서 앞으로 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정부는 당초 호스피스 부문에는 소극적이었다. 국정과제로 선정했던 연명의료 파트에만 관심을 보였다. 호스피스 관련 내용이 법률에 포함된데는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컸다. 특히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많이 도왔다. 김 의원의 경우는 18대 국회 때 발의한 내용이 폐기되자 19대 때 재발의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호스피스는 뭐고 왜 중요한가.

“호스피스는 삶에 대한 통제권과 의사결정권을 의사가 아닌 환자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세 측면에서 호스피스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신체적으로는 통증을 완화하고 정신적으로는 삶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게 한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게 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영적 또는 실존적 의미다. 불안하고 두렵게 여겼던 죽음을 준비하게 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이다. 호스피스와 관련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흔히 호스피스를 연명치료 중단으로 여기는데, 아니다. 완화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생존기간이 늘고 특히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서는 삶의 질과 생존율 향상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난다. 경험에 의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보다 조금 일찍 호스피스를 이용한 환자들은 본인 스스로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 더 좋은 결과를 드러낸다. 기대여명이 1년 정도 남았을 때 호스피스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국내 호스피스 실태는.

“양과 질 모두 열악하다. 대체로 인구 100만명당 50병상 정도의 호스피스 병상이 적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500병상 정도가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1000병상 조금 넘는데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선제적 완화의료 등 질적인 부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0년까지 병상을 1400개로 늘린다고 했는데.

“당연히 늘려야 한다. 다만 숫자에 너무 연연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호스피스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곳에까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병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종합병원 등 상급병원들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은 실정이다. 증설 못지않게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 호스피스를 허용하면 자칫 ‘현대판 고려장’을 늘린 것이란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매년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7만5000명 중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3.8%, 전체 사망자 대비 3.3%에 불과하다. 영국은 95%, 미국과 대만은 각각 44.6%, 30%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59%가 호스피스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자료를 보면 말기 및 진행 암 환자 89%가 가정호스피스를 원했다.





-병상 확충보다 가정호스피스를 중점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3월 2일부터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이 시행되는데 보완점은 뭔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가정형, 병동형, 자문형으로 나뉜다. 이 중 가정형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가장 원하고 건물 신축 등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아도 돼 건보재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 분야가 활성화되면 의료 보조인력 충원 등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의사 등 전문 인력의 서비스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현실적 고민이 적지 않다. 당장 가정방문을 의사가 할 경우 이에 따른 부담, 병원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사고와 제도 등 모든 것이 환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걸맞은 효과를 얻는다. 아마 시범 시행 과정에서 손봐야 될 내용이 많이 드러날 것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등 이른바 ‘빅5’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적 책임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수익성이 낮으니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병원을 탓하는 것 못지않게 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상급병원들은 말기 환자들을 위한 단기 입원 병동을 세우려는 계획을 짜고, 정부는 일종의 공공 투자인 이런 시설에 지원을 해야 한다. 단기 입원 병동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능을 맡으면 환자의 연명치료가 줄고 이는 결국 건보재정에 득이다. 과도기적으로는 큰 병원들이 우선 임종실부터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은 거의 중환자실에서 옆의 환자와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는다. 죽음의 질은 고사하고 환자와 가족의 프라이버시조차 지켜지지 않는 지경이다.”

-외국의 경우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이 호스피스 운영의 원동력인데.

“영국은 호스피스가 가장 앞선 나라다. 거의 모든 국민이 무료로 이용한다. 2000년에 호스피스 제도를 법제화한 대만도 잘하는 편이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호스피스를 우리의 품앗이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 다음에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식이다. 자연스레 자원봉사와 기부가 활성화된다. 정부가 큰 틀을 짜면 민간이 실천하는 이런 흐름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말기 환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족의 경우 우선 말기임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환자와 가족 모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주변에 말기 환자가 있으면 병문안을 가 감사 인사를 전한다든지,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든지 등 대화를 통해 환자와 나의 교류를 재확인하는 게 좋다.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때 대부분의 환자들이 즐거워한다. 단 너무 늦게 찾아가면 환자가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됐나.

“중1 때 누님이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했다.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재수를 해 의대에 진학했다. 전공을 뭐로 할까 선배들에게 상의했더니 가정의학이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해주더라. 전공의 입국식 때 인사를 하며 ‘호스피스 하러 왔다’고 했더니 모두 웃더라. 당시만 해도 호스피스는 성직자들이나 간호사들이 전담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다.” 

◆ 윤영호는

△서울대 의대 졸업, 석·박사 △국립암센터 사회사업호스피스 실장 △미국MD 앤더슨 암센터 객원교수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서울대 의대 암통합케어센터 및 완화의료센터 교수 △저서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2015·공저)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2014)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2012)


만난 사람=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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