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대구 중부서 김연희 순경 이색 이력 ‘눈길’ 
미드 접하고 법의학 관심 
대학원 거쳐 경찰 입문 
녹록지 않은 경찰생활 한달 
“새로운 일 흥미롭고 보람”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 

                             김연희 순경이 파이팅을 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무진기자


21일은 대한민국 경찰 창설 70주년이 되는 ‘경찰의 날’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경찰들이 시민들을 위한 각종 치안활동을 펼쳐 왔고, 또 해마다 새로운 경찰관들이 탄생하고 있다. 최근 지역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새내기 여경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찰의 날을 맞아 간호사 출신의 ‘새내기 미세스 캅’을 만나 앞으로의 각오 등에 대해 들어봤다.


주인공은 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과 김연희(여·37) 순경. 지난 9월 7일 발령받은 그는 갓 1개월여 된 초임 경찰관이다. 그는 올해 대구에서는 유일한 과학수사 특채 2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김 순경은 특이한 경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호사 출신이자 주부 경찰관인 것. 


그는 지난 1998년 대구가톨릭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해 12월까지 13년간 지역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미드’ CSI 시리즈를 접한 뒤 법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건·사고 현장에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검시조사관’으로 진로 변경을 결정했다. 


김 순경은 일을 병행하며 2008년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 법의 간호학과에 입학, 2010년 졸업했다. 하지만 2010년 결혼으로 아이가 생기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보디 검시조사관 시험을 보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우연히 경찰 과학수사 특채 선발 소식을 접하고, 그해 말 10여년간 일했던 간호사 일을 관둔 뒤 공부에 전념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중앙경찰학교의 교육과정을 거쳐 꿈에 그리던 순경 계급장을 달았다.


김 순경은 “경찰관이 됐을 때 남편은 물론 5살 난 딸이 무척 좋아했다”며 “많이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달여간의 경찰관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과학수사계로의 발령 예상을 깨고 형사과로 발령받은 것. 살면서 지구대·파출소 한번 가본 적 없던 그에게 형사과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또 새내기인 동시에 주부인 그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컸다. 이 같은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 선배 경찰관들이 적극 도와주고 보살펴준 덕택이었다. 범인 검거를 위해 밤 늦게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또 처음으로 폭행 피의자를 직접 조사한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 등 현재 이 순간을 행복하게 느끼고 있다.


김 순경은 “많이 부족한 저를 선배들이 잘 도와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경찰이 될 것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며 “앞으로 과학수사 파트로 발령나면 간호사 전공을 살려 정확한 초동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지문 감식 기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때로는 '눈으로 지문을 읽어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서울 관악경찰서 박재선 경위는 10초면 지문번호를 읽어내고 신분 도용 사실을 밝혀낸다. 경찰 최고의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 [최승식 기자]



“만인부동(萬人不同), 종생불변(終生不變).”

 모든 사람이 다 다르고, 평생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지문에 대해 얘기할 때 꼭 따라붙는 말이다. 지문은 범죄 수사에서 가장 확실한 무기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엄지손가락 지문을 제대로 찍을 경우 선이 이어지거나 끊어지는 일명 ‘특징점’이 120개가 넘는데, 특징점을 12개로만 설정해도 같은 지문이 나올 확률은 1조분의 1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지문 감식은 여전히 가장 빠르고 편리한 신원 확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문 모양이 불변인 것과 달리 지문 감식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고도의 지문 감식 기법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문 채취가 어려울 만큼 부패했다. 비교적 오래 형태가 유지되는 손가락과 발가락까지도 심한 탈수로 건조된 상태였다. 이처럼 미라화한 시신에서 경찰이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던 건 ‘고온습열처리법’이라는 기법을 통해서였다. 손가락을 100℃ 물에 담가 순간적으로 지문을 팽창시킨 뒤 가까스로 지문 하나를 채취했다는 것이다. 고온습열처리법은 2005년에 처음 시도된 지문 채취 기술이다. 10년 전에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로 남았을 수도 있다.

 지문 분석 기술의 진화로 장기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5년 9월 2일 오전 5시30분쯤 부산 동대신동의 한 원룸 3층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은 베란다의 열린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집주인 A씨(25·여)를 흉기로 위협했다. 양손을 묶고 성폭행까지 시도했지만 A씨가 저항하자 현금만 빼앗아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베란다 난간에서 괴한의 ‘쪽지문’(조각 나거나 부분만 남은 지문)이 발견됐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긴 시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경찰청의 지문 재검색을 통해 9년 만에 해결됐다.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입력하고 검색 프로그램의 성능을 높인 결과 희미한 지문을 남긴 괴한이 김모(33)씨란 걸 확인해 낸 것이다. 경찰은 즉시 연고지를 추적해 김씨를 검거했고 반박할 수 없는 증거 앞에 김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청은 2010년 이후 매년 살인·성폭력·강도·절도 등 공소시효가 남은 주요 미제 사건에 대해 지문 재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총 3032개의 사건 관련 지문을 재검색해 1157명의 신원을 새로 확인했다. 덕분에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374건을 해결했다. 경찰관들이 “‘지문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속설이 범죄 수사에선 사실”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국내 지문 감식 기술은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2013년 6월 과테말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한 것도 한국의 지문 감식 기술이었다. 당시 과학수사기법을 교육하기 위해 과테말라에 가 있던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신강일 경위 등은 현지 과학수사대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깨진 유리조각에 지문이 남았는데 제대로 채취되지 않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과테말라 수사관은 하얀 분말을 이용한 일반적인 지문 채취뿐 아니라 기체화시킨 본드를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기체법’까지 시도했지만 제대로 지문이 드러나지 않아 난감해했다. 이에 신 경위는 기체법 적용 후 염색 시약(Basic Yellow)을 활용해 지문이 눈에 보이게 했다. 그 결과 과테말라 경찰은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신 경위는 “당시 과테말라 수사 당국이 염색 시약을 활용한 채취 방법을 잘 몰라 기법을 전수해줬다”고 말했다.

 지문 감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눈으로 지문을 읽는 기술’이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경찰은 지문인식기가 없어도 육안으로 지문을 구분할 수 있도록 모든 지문에 지문 번호를 부여한다. 크게 활모양의 ‘궁상문(弓狀紋)’, 말굽 모양의 ‘제상문(蹄狀紋)’, 소용돌이 모양의 ‘와상문(渦狀紋)’으로 유형화하고 융선의 숫자와 선들이 만나는 지점인 ‘삼각도’의 위치를 통해 각각의 번호를 부여한다. 

궁상문은 1번, 제상문은 삼각도 위치와 융선 수에 따라 2~6번, 와상문은 융선 수에 따라 7~9번, 손상된 지문은 0번이다. 손가락이 10개인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10자리의 지문 번호를 가진다. 경찰은 교육과정에서 지문 번호를 읽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종이에 찍힌 지문 모양으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실제 손가락을 보고 지문 번호를 읽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17년 동안 2만여 명의 지문 번호를 읽어낸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박재선 경위는 경찰 내에서 ‘눈으로 지문 읽기의 달인’으로 꼽힌다. 박 경위는 독학으로 지문 읽기를 연마했다. 수배자나 용의자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다니며 쉽게 수사망을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다. 절차는 간단하다. 신원조회기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지문 번호가 뜬다. 이를 실제 손가락 지문과 대조해 신원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확인한다.

 박 경위가 처음 지문 읽기를 수사 현장에서 적용한 건 1998년이다. 당시 박 경위는 서울 신림동 길가에서 팔이 부러진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신분증이 없었다. 대신 이름이 적힌 작은 맥가이버 칼이 나왔다. 최모(당시 24세)씨였다. 박 경위는 최씨의 손가락을 보고 지문 모양에 따른 10자리의 지문 번호를 읽어냈다. 이어 이름과 대강의 연령대를 신원조회기에 입력한 뒤 지문 번호를 대조해 신원을 알아냈다. 최씨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박 경위는 오랜 연습으로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열 손가락 지문 번호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의 이름밖에 모르는 치매 노인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보고 집에 데려다 줬다. 지난 4월엔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술집에 출입한 미성년자들을 적발했다.

 박 경위는 “치매 환자나 만취한 사람은 빠르게 신원을 확인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조회하는 데는 2~3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수배자의 경우 지문 채취를 거부하면 현행범이 아닌 이상 강제할 수 없어 눈으로 지문을 읽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경찰을 위한 동영상 교육 자료도 제작했다. 이를 본 동료 경찰들은 “교육을 받고도 응용이 어려워 지문 읽기를 시도하지 못했는데 자료엔 너무 쉽게 설명이 돼 있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윤정민·백민경 기자 yunjm@joongang.co.kr








충북만 올해 157명 상담…트라우마센터 4곳 상담도 벅차


[청주CBS 박현호 기자]




수시로 생명을 위협받고,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마주하는 경찰관. 

경찰 창설 69주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짐승에게 살점이 뜯겨지고, 썪어 문드러져 형체조차 알 수 없는 시신까지…충북지역 변사사건 현장을 찾아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 김모(여) 검시관은 최근 원인 모를 안구통증에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여성으로써 한 해 70건이 넘는 변사사건 현장과 맞딱뜨린 정신적인 충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선뜻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도내 한 경찰서 형사는 나약함으로 비춰질까 하는 괜한 걱정에 혼자서 말 못할 고통을 끓어 안고 산 게 벌써 7년째다. 

2007년 흉기를 든 강도와 대치하다 총까지 빼들어야 했던 이모 형사는 이후 날카로운 물건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다. 

그러나 치료커녕 동료들에게조차 자신의 아픔을 알릴 수 없었다. 

그사이 마음의 병은 점차 커져만 갔고 올해 또다시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평상시 생활조차 힘이 들 정도가 됐다. 

이 형사는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차마 총을 쏠 수 없어 발 밑으로 사격을 한 뒤에는 날카로운 물건만 봐도 공포감이 생겼다"며 "어쩔 수 없이 형사일을 했지만 올해 또다시 반복되면서 솔직히 이제는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20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 현재,도내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심리 상담을 받은 경찰관만 157명이다. 

이는 인근 충남의 36명, 대전 60명보다 3배 가량 많은 수치다. 

뒤늦게나마 경찰청이 올해 트라우마센터를 전국 4곳으로 확대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희망자에 한해서 주로 상담역할에만 그치고 있다. 

해마다 건강검진에 트라우마 검사를 실시하고, 치료비 지원까지 하고 있는 소방방재청과 비교해서도 그야말로 걸음마 수준이다. 

충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업무적 특성상 못 견디면 경찰 그만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인 희망에 의해 원거리 상담·치료를 받는다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묵묵히 제몫을 하고 있는 경찰관의 소리 없는 아픔에도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ckatnfl@cbs.co.kr







미국 인기 드라마 'CSI 마이애미'의 흑인 여성 검시관 알렉스 우즈는 점심을 먹고 들어와선 태연하게 시체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시체의 이빨 사이나 손톱에서 결정적인 살해 단서를 찾아내 호레이쇼 반장이 범인 잡는 것을 돕는다. 시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어린 아이들의 시체를 대할 때면 눈물을 글썽이는 알렉스의 인간적인 매력 덕분에 'CSI' 시리즈 중 마이애미편이 특히 인기를 끄는지도 모른다.

검시관은 살인이나 자살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과 함께 검시를 해서 사망 원인을 밝혀낸다. 1920∼30년대 미국에서 검시관은 선출직이었다. 사인(死因)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치인과 부동산 중개업자. 술집 주인, 배관공, 조각가, 목수, 페인트공, 우유배달원이 검시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쓴 사망진단서는 엉터리일 수밖에 없었다. '사인이 자살일 수도 있고, 타살일 수도 있다'거나 '폭행 또는 당뇨병일 수 있다', '당뇨병, 결핵, 신경성소화불량 중 하나다'. 심지어 '신의 뜻'이라고 적은 사망진단서도 있었다. 지금은 시체가 자연 상태에서 부패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시체농장(Body Farm)까지 운영할 정도로 과학수사에서 앞서 있다.

조선시대의 검시제도도 엄격하고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시관들은 육안으로 시체의 76개 부위를 검안해 상태를 기입하고, 구리로 만든 검시척으로 외상의 크기를 재어 시체 형태도를 작성했다. 또 은비녀를 갖고 다니면서 독살 여부를 판단했다. 현대에 들어선 1948년 11월 당시 내무부 치안국에 최초로 감식과가 설치됐고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신설됐다. 국과수는 DNA 수사를 통해 2006년 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을 해결하는 등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공을 세웠다.

변사체로 발견된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씨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과수가 25일 모든 과학적 기법을 동원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변사체는 유씨가 맞다고 다시 확인했다. 전날 풀밭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키가 큰 듯한 유씨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꽉 막혀 있는 세월호 정국만큼 답답한 노릇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기존 경찰 검시관 확충 방안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를 늦게 확인해 혼쭐이 난 경찰이 늦게나마 검시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찰은 27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서양식 검시관(Coroner)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되는 검시관 제도는 법률가나 의사 출신으로 법의학 교육을 받은 검시관들이 검시 업무를 총괄하게 하는 제도다.

검시관의 검시를 받는 시신은 주로 타살로 추정되거나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시신이다.

검시관 제도는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검시관이라는 단어(Coroner)도 '영국 왕실에 충성한다'는 의미로 왕관(Crown)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주로 법률가 출신이 많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의사들이 주로 검시관 업무를 맡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의사 출신 검시관 제도를 도입하려 해도 의사를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법의학 전공자도 많지 않아 인력 확보 측면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그 차선으로 경찰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경찰 검시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지방경찰청 단위로 활동하는 경찰 검시관은 67명인데, 경찰청은 3년 내 144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 검시관은 전문 의사가 아니라 7∼9급 일반직으로 경찰에 들어온 병리학, 간호학 전공자들이다.

사실 경찰청은 2005년부터 경찰 검시관 확충을 안전행정부에 요청해 왔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보통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민간 의사에 위탁하거나 경찰 검시관을 통해 검시를 해 왔다.

그러나 의사는 범죄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고, 경찰 검시관은 의사보다는 의학적인 식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자가 직접 변사 사건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2000년대 초반 대전 중부분원장을 지낼 때 법의학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현장출동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가동한 적은 있지만 제도화되지는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을 때에는 거리 문제로 검시관이 아닌 일반 의사가 검시를 맡았다. 그것도 유씨의 시신이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후였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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