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CSI버스 내에서 지문감식과 족적채취 등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dgkyj@idaegu.com


대구경찰의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버스 활용 수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CSI 버스는 ‘증거는 현장에 있다’라는 수사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만들어진 이동식 현장증거분석실로 대구에는 2012년 4월4일 서울ㆍ전북경찰청과 동시에 배치됐다.

CSI 버스는 CCTV 영상분석기, 지문ㆍ족적 검색시스템, 원심분리기, 몽타주시스템, 초음파세척기, 거짓말탐지기, 증거물보관용 냉동ㆍ냉장고 등 28종의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가격은 7억원이 넘는다. 

CSI 버스는 ‘출동하면 사건ㆍ사고 현장에서 모든 과학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강력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건ㆍ사고 수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구경찰의 CSI 버스 출동 횟수는 2012년 65회, 지난해 140여회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대구지역에서 CSI 버스가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9월 발생한 동부경찰서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의 도주경로 및 은신처 현장감식 등이다.

또 지난해 5월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과 9월 남구 대명동 가스폭발 사고, 올해 1월 중구 동성로 의류매장 화재 등 지역 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ㆍ사고 해결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찰청 소속 과학수사대 요원은 12명 전원이 법의학 등 분야의 석ㆍ박사들로 PSA(정액반응검사), FOB(혈흔검사키트) 등 10여가지가 넘는 특허를 내고 전국 경찰에 보급해 경찰수사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역 청소년에게 친근한 경찰이미지를 심어주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과학축전에서 CSI 버스를 전시하고 체험부스를 설치해 청소년들에게 과학수사의 이해도를 높이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김기정 과학수사계장은 “각종 사건ㆍ사고 발생 시 최대한 신속하게 CSI 버스를 현장에 투입, 활용하려 노력한다”며 “앞으로도 과학수사대는 한마음 한뜻으로 안전한 시민사회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 기자 june@idaegu.com





살인이나 변사 사건 현장에 출동해 초동조치 등을 책임지는 ‘경찰검시관’ 선발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사후교육 등도 허술해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1월 도입돼 시행 10년 차를 맞은 경찰검시관 제도가 축소·변형된 채 시행돼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2005년 당시 경찰 수사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으로 2년 뒤인 2007년까지 보건의료 분야 석·박사 112명을 검시관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경찰검시관은 68명이 재직하는 데 그치고 있다. 관련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져야 한다는 자격요건 역시 전문학사도 가능한 것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무엇보다 채용 과정에서 법의학 분야에 대한 필기시험을 보지 않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검시관 선발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으로 이뤄지는데 면접과정에 참여한 관련 전문가들은 짧은 면접을 통해 법의학적 이론과 지식을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용 후 교육 과정도 허술한 실정이다. 경찰검시관은 채용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각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배치되지만 국과수 사정에 따라 짧게는 1개월 만에 교육이 끝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도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검시관은 지난 2005년 18명을 모집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 29명, 2007년 17명을 선발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선발이 없다가 지난 2012년에야 15명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행렬(경찰학) 대전대 교수는 “1개월의 교육만으로 일선에 배치한 사례 등은 관련 인력 운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험일정이나 선발규모 등도 어느 정도 정례화돼야 관련 분야 인재들이 꾸준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檢, 아동·장애인 성범죄에 집중투입…시범실시 후 5월 본격 시행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범죄는 스스로 말한다…'

A(39)씨는 지난달 7일 남자친구의 친구 B씨(36)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 B씨를 만나 즐겁게 대화하고 술잔을 기울였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함께 있던 남자친구는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진 A씨 본인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였다.

그러나 술을 마신데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까지 복용한 A씨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고, B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했다. 

혐의 입증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센터(DFC) 소속 진술분석관 2명이 긴급 투입됐다.

분석관들은 A씨와 면담해 피해 경위를 파악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A씨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한 뒤 신빙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수사 검사들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다시 B씨를 강도 높게 추궁했고,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B씨는 지난달 28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진술분석은 피의자나 피해자, 참고인의 진술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심리 분석 등을 통해 밝혀내는 첨단 과학수사 기법이다. 

A씨의 경우처럼 진술 외 증거가 많지 않은 사건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대검은 자칫 미궁에 빠지기 쉬운 사건 수사에 중요한 도구가 되는 진술분석을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 및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 진술분석 강화방안'을 한 달간 시범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에서 중요한 아동이나 장애인 대상 성폭행 사건에서 진술분석관이 곧바로 현장을 찾아가 초기부터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이나 지적장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기소부터 재판까지 진술의 신빙성이 늘 문제가 되고, 이 때문에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도 많아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검찰은 진술분석을 적극 활용해 이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또 피해자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을 겪어 진술에 어려움을 겪는 사건에도 진술분석관들이 도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일선 검찰청에서 혐의 입증이 힘든 사건은 일단 기소중지 처리한 뒤 피의자·피해자 진술서를 대검으로 보내 분석하고 진술분석관이 면담해 돌파구를 찾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새 방식은 수사 실무 중심에 진술분석을 활용한다. 진술분석은 수사가 한계에 부딪힌 뒤에야 찾는 '식은 반찬'이 아니라 '생생한 활어'로 쓰인다.

수사는 기소중지 없이 진행돼 사건 처리 속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검은 또 13명의 진술분석관이 전국 검찰청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과학수사담당관과 진술분석관 등으로 구성된 '5인 위원회'에서 사건의 중요도를 고려해 진술분석 요원을 선별 지원할 방침이다.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에는 분석관을 모두 투입하되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진술분석이 필요한지를 심도 있게 따져 결정한다.

대검은 한 달간의 시범실시를 거쳐 5월부터 새 방안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최성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은 "사회적 약자인 지적장애인이나 어린이는 성인보다 진술이 미흡해 수사가 어렵다"며 "이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진술분석을 강화하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개구리소년·화성살인 진범 밝혀져도 처벌불가…형제복지원도 처벌 및 피해구제 요원]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 범인은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한 남자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수법 등을 공개한다. 하지만 이 남자에 대한 처벌은 공소시효 때문에 불가능했다. 오히려 수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범인은 스타로 떠오르고 책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한국의 공소시효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하며 공소시효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공소시효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법체계 상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도 정해진 기간을 넘기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흉악범도 공소시효 지나면 처벌안돼…'관대'(?)한 국내법

국내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2007년 법률개정으로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는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06년 살인이 일어났다면 그 공소시효는 2021년에 종료된다. 1999년 발생한 사건들 역시 올해 들어 순차적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죄부를 받는다.

실제로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개구리소년' 사건은 26일 사건발생 23주년이 됐다. 현행 공소시효 만료 25년을 넘지 않았지만 법 개정 전인 1991년 발생했기 때문에 이미 2006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다시 회자됐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역시 공소시효가 끝났다.

최근 한 방송사가 다루면서 세상에 알려진 '형제복지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3000여 명의 시민을 감금하고 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다. 그러나 박모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2년 6개월의 형을 받았다. 불법구금·폭행·살인 등에 대해서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 

26년이 지난 이 사건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기형적인' 결과로 끝났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美·日·獨 등 국내법 영향미친 해외선 살인죄 공소시효 없어

하지만 해외에서는 무거운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나치 전범 및 모살죄(계획적인 중범죄) 및 집단살해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한국과 비슷한 공소시효 체제를 갖고 있지만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미국도 몇몇 주를 제외하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없다. 예외적으로 경범죄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19세기 희대의 살인마인 '잭더리퍼'에 대한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내란죄, 외환죄, 집단살해죄, 성폭력 살인,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 대상 성폭력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를 분노케 하는 옛 사건들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그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 대표는 "사건발생 23주년이 된 개구리소년 사건은 향후 특정사실이 더 밝혀진거나 변화상황이 생기면 공소시효를 넘어 수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특정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가 진행되는 만큼 한국도 이런 추세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하는 과학수사, 공소시효 폐지하면 미제사건도 추후 범인 확정·처벌가능

특히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수년 전만해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수사가 진척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1월에는 강도살인을 한 40대 남성이 범행 9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당시에는 과학기술이 부족해 지문의 전체가 아닌 조각난 일부 지문인 '쪽지문'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지만,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쪽지문을 통해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1266건의 미제사건이 DNA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결됐다. 이 가운데 성폭력(232건), 살인(5건) 등 죄질이 나쁜 범죄도 상당수 포함됐다. 

향후 수사기법이 더욱 정교해지면 시간이 오래 지난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무거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더욱 늘리거나 폐지해야 할 이유가 있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현행법은 사형이 가능한 범죄에 25년의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지만 반인륜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국가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고 피의자 인권보장의 측면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모든 범죄에 대한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김정주 기자 트위터 계정 @kimyang333]





2012년 3월, 전북 한 중학교 3학년 이모군(17)의 아버지(43)는 전북경찰청을 찾은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집에서 아버지 이씨의 체벌에 시달리며 성격이 위축된 이군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 이성을 잃고 의자를 던지거나 화분을 부쉈다. 이씨 부부는 1000만원 넘는 돈을 들여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군은 “자살하고 싶다” “학교에 더는 못 가겠다”고 했다.

전북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 박주호 경사(40)에게 이군의 상담이 맡겨졌다. 박 경사는 최면수사 전문수사관이다. 박 경사가 원래 맡은 일은 연쇄범죄자의 행동을 분석해 다음 범행을 막고 피해자와 목격자에게 최면을 걸어 범인의 인상착의를 비롯한 수사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최면’과 ‘상담’을 접목하면 잠재된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경찰에서 유일한 ‘최면 상담’을 시작했다.

사람을 ‘잡는 데’ 사용하던 최면을 사람을 ‘살리는 데’ 활용한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부모와 함께 치료를 시작한 이군은 최면 상태에서 그간 학교에서 당한 폭력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한 상처를 드러냈다. 이씨는 그때까지 아들의 상처가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이군의 가족은 그간 함께해보지 못했던 산행, 영화 관람, 식사, 사진찍기를 통해 서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군은 2년이 지난 현재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박 경사로부터 최면 상담을 받은 학교·성·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81명. 올해에도 이달 23일까지 12명이 다녀갔다. 

평일상담을 받기 어려운 피해자들을 위해 주말까지 출근해야 하지만 그는 “상담을 받은 피해자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며 웃었다. “경찰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일반적인 상담이 이뤄지긴 하지만 상처가 큰 피해자들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상처를 드러내길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의식 상태에서 자신의 상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극복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박 경사는 “최면 상담의 효과가 큰 만큼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으면 한다”며 한 피해자가 보내온 문자를 보여줬다. “오늘 상담 치료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기쁨과 행복을 찾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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