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거나 의학적 과실을 규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 부검(剖檢ㆍautopsy)이다. 사건현장에서 희생자의 사인을 1차 조사하는 검시(檢屍)나 추후 법의관이 시신을 해부하는 부검은 사인 뿐 아니라 희생자의 신원, 사망 시점과 정황, 범죄 수법, 범인의 심리ㆍ신체적 특징 등 많은 단서를 던져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거꾸로 죽은 자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게 부검이다. 희생자가 죽은 몸을 통해 시도하는 대화를 과학적으로 얼마나 잘 알아듣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미국 조직병리학 통계에 따르면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의 3분의 1이 부정확하고, 부검에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또 부검 4건 중 한 건에서 중대한 의학적 진단 실수가 발견된다. 특히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알려진 죽음에서 심각한 오류가 자주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이런 의학적 오류가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게 전체 부검의 8.4~24.4%에 달한다. 

▦ ‘두 번 죽는다’는 뜻의 ‘두벌죽음’이라는 말에서 보듯 부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효의 개념과 사람이 이승에서 못 이룬 것을 저승에서 이룰 수 있다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관을 꺼내 주검을 훼손한다는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형벌이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법의학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다. 외국처럼 검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도 적고, 수사에서 검시관이나 법의관의 권한도 미미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자기부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검을 해서라도 원인을 정확히 찾자는 뜻일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비극적으로 자살했을 때도 ‘사회안전망 부검’목소리가 높았다. 사건ㆍ사고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부검을 터부시하는 의식만큼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다.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부패한 대한민국에 대한 부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검시(檢視, postmortem investigation, death investigation, medico-legal investigation)란 죽음에 대한 조사를 위미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하여 시체 및 그 주변의 현장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관계자 심문, 증거물 확보 등 수사권이 필요한 주변환경 조사와 시체의 의학적 검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시체의 의학적 검사(검시, 檢視, postmortem investigation, death investigation, medico-legal investigation)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위하여 시체를 의학적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하고, 당연히 의사가 시행한다. 


죽음에 대한 조사, 즉 검시에 포함되며, 그 한 과정이다. 


시체의 의학적 검사에는 검안과 부검이 있으며, 


검안(檢案, postmortem inspection, external examination)은 시체의 손괴 없이 시체의 외부만을 검사하는 것이다. 


부검(剖檢, autopsy)은 시체를 해부하여 내부 장기 및 조직의 절개, 채취를 하여 시체를 검사하는 것으로, 


목적에 따라 병으로 사망한 경우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병리부검과 법과 관련된 죽음을 조사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법의부검이 있다. 


명백한 병사가 아닌 모든 죽음을 조사하여야하는 검시의 업무는 목격자 심문이나 주변조사와 관련된 법률적 조사와, 검안과 부검의 의학적 검사의 두 가지 별개의 업무분야를 포함한다.




<출처> 법의학. 채종민. 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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