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 씨가 최근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자신의 농기계 제작회사 사무실에서 지난 2012년 7월 북극점을 밟은 순간을 담은 사진을 내보이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지방의 자연환경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랑은 입술을 떨게 하지만, 여행은 가슴을 떨게 한다.”

북극 10회, 남극도 3회나 여행한 극지방여행 마니아 김완수(61·익산농기계 대표) 씨가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행관(觀)’이다. 이 말엔 청춘을 청춘답게 키워 주는 게 ‘사랑’이라면 인간을 인간처럼 성장하게 하는 데는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는 철학이 녹아 있다.

올해 환갑인 김완수 씨가 지난 2일 북극과 남극 지방을 한꺼번에 여행하고 돌아왔다. 지난 3월 14일 북극권인 스웨덴과 핀란드를 돌아본 뒤 19일 만에 남극권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까지 동시에 여행하고 돌아온 것. 스웨덴 유카스야르비의 얼음호텔에 머물며 극광인 오로라의 신비감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또 남극 세종기지 인근 아델리 섬에서는 수십만 마리의 펭귄무리를 보며 극지 생태계의 위기도 목도했다. 북극과 남극을 동시에 여행하는 데 19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탔다는 김 씨는 이번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만 1만여 장. 지난 10여 차례 극지여행에서 촬영한 사진까지 합하면 5만여 장의 사진이 그토록 힘들게 극지방을 여행하며 얻은 소중한 재산이라고 자랑했다.

“오로라를 촬영하려면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렌즈의 조리개를 15초 정도 열고 노출을 줘야 하는데 잠깐 동안 진행되는 오로라의 특성상 ‘기다림’과 ‘인내’가 없으면 타이밍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극지전문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 작동 및 촬영 기법도 따로 배웠다. 이미 2권의 여행관련 책자를 출간한 김 씨는 이 사진들을 모아 극지여행 관련 사진집과 책 등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 씨는 오는 6월(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7월(캐나다·알래스카), 8월(아이슬란드), 9월(알래스카)에도 극지방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장면들을 촬영하려면 역시 자주 가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남극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본 ‘신이 휴가를 얻는다면 여기서 보낼 것이다’라는 팻말 내용을 소개하며 “(사실 일반인들도) 이웃 나라 중국이나 일본을 가듯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게 극지여행”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가 이처럼 극지여행에 심취하게 된 계기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를 하면서부터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김 씨는 세계 자연경관 후보지로 오른 28개 지역을 일일이 자신의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9년부터 3년 동안 사비를 들여 세계 28개 유명 관광지(세계 자연경관 후보지)를 집중적으로 여행했다.

농기계 수출회사를 경영하는 김 씨는 잦은 해외출장과 이 같은 세계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3대 미항, 세계 3대 폭포, 세계 신7대 불가사의’ 지역을 함께 소개한 ‘3·3·7 세계여행’(2007·가림출판사)과 ‘세계 자연경관 후보지 21곳 탐방과 세계 7대 자연경관 견문록’(2011·가림출판사)을 출간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북극과 남극이 세계 7대 자연경관지로 자격이 충분한데 후보지에 포함되지 못한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접근성이 떨어져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 김 씨는 직접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찾은 북극 극지점 여행(2012년 7월)은 김 씨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영하 20도쯤 될 것으로 알고 방문한 북극점이 영상 5도였으며 북극의 얼음구덩이가 연못처럼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북극의 위기를 가져온 지구온난화와 극지 생태계에 대한 ‘걱정’으로 남극까지 도전했다. 이번 여행으로 김 씨는 남극은 세 번째 방문이지만 북극과는 또 다른 세계를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지여행을 통해 알게 된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와 극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알리기 위해 올해가 가기 전에 고향 익산에서 남극 및 북극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내년에는 ‘인생 최고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시리즈로 펴내고, 이를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어 등 주요 외국어로도 번역할 생각이다. 김 씨는 그동안 남극과 북극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이처럼 극지에 푹 빠져 있는 김 씨의 꿈은 뭘까. “폴라(극지)재단을 설립해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에게 상도 주고 폴라뮤지엄과 폴라기념관을 세워 극지 환경 보전에 앞장서겠습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마지막 여행은 우주여행.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1960년대 세계여행 개척자인 고 김찬삼 교수와 곰에게 물려 숨진 일본의 여행가 호시노 미치오(星野道夫)다.

“꿈을 크게 꿀수록 인생은 아름다워집니다. 시냇가에서는 피라미를 잡지만 먼 바다에 나가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죠. ‘세계 1등’을 목표로 하는 삶과 ‘국내 1등’을 목표로 노력하는 삶은 크게 다릅니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고로 멋지게 살다 가야죠.”

그의 회사 곳곳에는 ‘우리는 반드시 세계 1위가 된다’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최고가 아닌 유일한 것을), ‘다르게 만들자’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김 씨의 여행철학은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즐기자는 것. 여행 중에도 돈을 아낀다고 하고 싶은 경험을 못하거나 외관만 구경하고 오는 것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사업가 정신은 ‘여행’에서도 그대로 에너지로 표출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해봤어’라며 기업 창업에 도전했다면 김 씨의 여행관은 ‘가봤어’라고 해야 할 만큼 자수성가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특유의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그만큼 사업에서 이룬 성공을 여행에서도 성취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성공한 자가 여행하는 게 아니라 여행하는 자가 성공합니다. 여행은 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돈 버는 기술을 배우는 거죠. 세상은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활동적인 사람이 성공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직장을 잡아도 됩니다.”

그가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익산 = 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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