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씨가 2012년 7월 북극점을 탐방한 뒤 러시아의 극지전문 여행사로부터 받은 증명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닥에 있는 증명서는 지난해 12월 남극점을 돌아본 뒤 받은 것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르헨티나에서 남극을 가려면 30시간 넘게 항해를 합니다. 거센 파도에 배가 요동쳐 멀미 로 밖으론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방안 침대 모서리에 의지해 이틀을 버팁니다. 하지만 사우스조지아섬에 도착해 해변에서 산꼭대기까지 30여 만 마리의 펭귄이 도열한 모습을 보게 되면 자연과 생명체가 하나된 장엄한 감동이 가슴에 쓰나미처럼 밀려 옵니다. ‘하느님이 휴가를 낸다면 남극으로 여행갈 것’이라는 얘기를 실감하게 되지요.”
19~20일 전북 익산시 솜리 예술회관에서 ‘세계를 가다’는 사진 전시회를 갖는 김완수(60)씨. 그는 남극을 3번, 북극을 10번씩 다녀온 극지 여행 전문가다.
김씨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일까지는 비행기를 무려 17번이나 갈아탄 끝에 북극·남극을 잇따라 방문했다. 특히 북극에서 정반대 편 남극으로 넘어가기 위해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3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칠레의 푼타레나스로 넘어간 적도 있다.
2012년 7월엔 러시아의 무르만스크에서 나흘간 쇄빙선을 타고 2000㎞를 항해한 끝에 북극점을 밟았다. 지난해 초엔 아르헨티나에서 20여 일간 배를 타고 남극으로 들어갔다. 지난 연말엔 얼음 위를 달리는 스키 비행기를 타고 남극점에 다녀 왔다. 여행기간은 북극 10여 일, 남극은 20여 일 걸린다. 비용은 1000만~5000만원이 든다.
“극지 여행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쇄빙선이 부순 60~70㎝ 두께의 얼음 구멍에서 헤엄을 쳐보고, 칠흑처럼 캄캄한 밤하늘에서 별똥별·용·무지개 모양의 오로라를 보고 있노라면 ‘사랑은 입술을 떨게 하지만, 여행은 가슴을 떨게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하지만 1주일분의 비상식량, 슬리핑백을 꼭 챙겨야 할 만큼 잠재적 위험이 많아요.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이 때문에 10인승 소형비행기가 나뭇잎처럼 흔들거리기도 하지요.”
그는 지난 20여 년간 100여 나라를 여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3대 폭포, 3대 미항, 7대 불가사의 장소를 담은 『3·3·7 세계여행』과 『세계 7대 자연경관 견문록』 등 여행기를 펴냈다. 희귀사진을 찍어 ‘극지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여행을 떠났다. 위험도 많았다. 호주의 오지 탐험 중에 맹장이 터져 사경을 헤맸고, 러시아의 캄차카에서는 갈색 곰을 코앞에서 만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김씨의 본업은 익산농기계 대표. 100여 건의 농기계 관련 특허를 가진 발명가이기도 하다. 19세에 공고를 졸업하고, 농기계 회사에 취업해 연구개발 업무를 맡았다. 야간대학 전자공학과에 다니고 일본·독일 등으로 기술 연수를 가면서 해외 여행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1988년 회사를 설립해 자신이 개발한 비료·퇴비 살포기, 자동 분무기, 종자 발아기 등 농기계를 미국·뉴질랜드·러시아 등 10개국에 수출한다.
김씨는 “한 번뿐인 삶, 모든 것을 경험하고 즐기면서 후회 없이 살자는 게 인생철학”이라며 “앞으로 폴라(Polar)재단을 설립해 극지방을 연구하는 과학자·환경운동가를 지원하고 동물·자연 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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