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방송에서 이른바 ‘홍천강 살인사건’을 다룬 것을 계기로 사망원인을 조사하는 검시(檢視)제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자칫 단순 익사로 처리될 뻔했던 죽음이 유가족인 딸의 요청으로 부검이 이루어졌고 결국 타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수사에서 피해자의 남편이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유죄까지 선고된 상태다. 방송을 보던 많은 이들에게 만약 유가족의 요청이 없었다면 사고사로 종결되었을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정말 우리나라의 검시체계에는 많은 허점이 있는 것일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 선진 외국의 검시제도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법의학 전문의사인 법의관(medical examiner)이나 전담검시관(coroner)이 독자적으로 검시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임명하고 현장조사, 부검 결정, 재판증언까지 담당하는데 미국, 영국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는 수사당국을 검시의 일차적인 주체로 하되 법의학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독일의 법정의(court doctor)나 일본의 감찰의(監察醫)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양자 모두 법의학 전문가가 현장에 임장한다는 점이 공통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의학 전문의의 현장임장을 의무화하지 않은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법적으로 검시의 주체는 검사이고, 실무에서는 경찰이 대행해서 검시를 행하고 있다. 법의학 전문가는 빠져 있으니 전문성 부족이 문제되는 것이다. 통상 경찰이 협약을 맺은 관내 민간의사에게 검안을 맡기고 있지만, 법적으론 전문성이 부족한 치과의사나 한의사 등도 검안할 수 있다. 경찰이 자구책으로 병리학, 간호학 전공자를 특채하여 일선에서 배치하는 내부 전문화를 시도했다. 인력 증원, 전문교육의 확충, 국과수와의 연계, 법적 권한의 정비 등의 보완이 요구된다.

법의학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도 문제이다. 현재 부검을 실시할 수 있는 법의학자 수는 국과수 20여명, 은퇴한 개업의를 포함해도 전국적으로 4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간 4000건에 달하는 부검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 해 발생하는 평균 변사건수 25000건 중 부검실시율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 41개 의대 중 법의학 교과가 개설된 곳은 14개이다. 해부학에 대한 기피특성에 더해 법의학계의 열악한 처우나 근무환경을 고려하면 선뜻 진로를 추천하기도 힘들 것이다. 전체 사망자 중 원인불명 사망비율도 10%에 달한다. OECD 회원국 중 1위다. 안타깝지만 검시제도 후진국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개선책으로 무엇보다 사체검시에 법의학 전문의를 필수적으로 임장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사전문가와의 합동임장을 통해 유기적 협력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관련법안이 몇 차례 국회에 제출된바 있지만, 법조계나 율사출신의 밥그릇 뺏기로 보는 시각에서의 반대나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방기되어온 형국이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이자 죽음을 대하는 한 국가의 인권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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