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중 사인통계 정확도 상당히 낮은 수준…검시제도 낙후·법의학자 태부족




[라포르시안]  통계청에서는 해마다 전년도의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한다. 


여기에는 전년도를 기준으로 통계법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읍·면·동사무소 및 시·구청(재외국민은 재외공관)에 접수 된 사망신고서를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주요 사망원인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을 기초로 통계화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사망원인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R코드로 분류되는 '달리분류되지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에 의한 죽음, 즉 원인불명의 죽음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R00부터 R99까지 구분되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 사인에는 각종 순환계통 및 호흡계통을 침범한 증상 및 징후, 원인미상의 질환이나 통증, 미상 및 상세불명의 병인 등이 포함된다. 





"높은 원인불명 사망률, 억울한 죽음 만들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도"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26만6,257명 중에서 '달리분류되지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으로 사인이 분류된 사망자가 2만4,566명에 달한다. 

지난해 사망원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인 악성신생물(각종 암질환)에 의한 사망은 총 7만6,621명으로, 원인불명의 죽음은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통계청은 사망원인 순위를 발표할 때 '원인불명'의 죽음이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이를 사망원인 순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지난해 원인불명으로 처리된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9.2%에 달한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사망원인통계에서 사인이 달리 분류 되지 않은 증상 및 증후(R코드)의 비율이 9~10%에 이르는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1~2%에 불과하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2008년 발간한 '사망원인통계 자료 보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R코드로 분류된 사인이 1.1%였고, 영국은 2005년 기준으로 0.2%, 캐나다는 2004년 기준 1.18%, 그리고 미국은 2005년 기준 1.31%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사망원인통계에서 R코드로 분류된 사인은 10%를 웃돌았다. 

이 같은 차이는 우리나라 사인통계의 제도상 허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역별 의료자원의 부족과 불균형으로 인해 의사에 의해 발급되는 사망진단서(또는 시체검안서) 이외에 일반인에 의한 '인우증명서'로 갈음할 수 있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모든 사망확인을 의사가 하도록 되어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인우증명서 갈음은 사인통계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노쇠 사망은 노인 사망에 해당하는 사인으로서, 노인 사망은 인우증명서에 의한 신고가 많다"며 "이는 사인통계의 불명확한 사인 비율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완자료에 의한 보완시 노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순환기 및 호흡기계통질환으로 사망분류사들이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통계청은 주요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할 때 R코드로 분류되는 원인불명의 사망에 대해서는 제외시킨다.




높은 원인불명 사망 비율은 억울한 죽음을 만들 수도 있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높다. 

선진국에서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시해야 할 죽음의 종류를 법률로 정해 명백한 병사 이외의 모든 외인사의 의심이 있는 죽음은 변사체로서 반드시 경찰에 신고토록 해 죽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신고된 변사체의 경우 검사가 반드시 조사하도록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검시의 대상이 되는 사망의 종류가 정해져 있지 않은 탓에 검시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1년 펴낸 <형사정책연구> 봄호에는 '국가간 ‘불명확한 사망원인’요인과 검시제도가 사망원인통계품질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사인불명 시 또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나 검역전염병에 전염되었거나 전염된 의심이 있는 시체 등’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내지 검역법 등에서 사법부의 관여 없이 행정기관이 실시할 수 있는 행정검시절차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무연고자 시체의 처리 이외에는 사실상 행정검시제도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학자 절대적으로 부족 

또 다른 문제는 검시제도 운영에서 중요한 법의학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올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법의학 교육을 받은 정식 법의학자는 국민 100만명 당 1명 꼴인 50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7만명당 1명, 미국의 15만명당 1명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사정히 이렇다보니 2013년 기준으로 한 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되는 부검 건수는 약 5,300건에 이르지만 소속 법의학자의 수는 고작 23명에 불과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검시 집행 책임은 검사가 담당하고 집행은 경찰관, 실무는 의사, 변사자 부검 여부 판단은 판사가 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와 업무협조가 어렵다.

경찰이 올해 7월 말 ‘경찰 검시관’에 대한 증원을 발표했지만 전문의사가 아닌 보건계열 전공의 7~9급 일반직으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신을 부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복지부 또한 전공의 양성에 지원하는 비인기, 기피의학 전공 분류에 법의학이 포함되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법의학자의 수요에 뒷짐을 지고 있다"며 "부검 의뢰는 매년 5~10%씩 증가하는 추세에 비해 법의하자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







사인 규명 대충… 사망자 10% 이상이 불명확

부실한 검시 시스템 탓… 사후 인권 강화해야
대한민국은 사인불명의 나라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한 해 사망자 10% 이상이 ‘원인불명’으로 사망처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원인불명 사망률 1위’다. 

이는 국민의 마지막 인권을 지키는 검시체계 전반에 걸쳐 사망진단서 부실 발급, 검안·부검 체계 혼선 등 그야말로 적폐가 정치권 무관심, 부처 칸막이 속에 방치됐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근대국가 국민복지의 최종 목표가 우리나라에선 표류 중인 것이다.

사인 규명은 인권 보호와 보건·사회 발전의 중대 과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통일된 기준으로 사인(死因·death cause)을 분류하는데 최대 1만2000여개 항목으로 나뉜다. 이 같은 상세한 기준에 따라 모든 사망자는 의사의 사망진단 또는 시체검안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사인 불명은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일보가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 등에 기초한 통계청 2012년 사망원인통계 원자료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지침서 기준으로 재분석한 결과 사망자 26만7221명 중 2만8838명(10.8%)의 사인이 불명확했다. 이는 ‘분류기호 R코드’인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증후에 의한 죽음’ 2만5016명에 급성심장사, 상세불명의 심장정지 등 기타 불명확한 병태에 의한 사망을 더한 결과다.


만약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민 사망원인 순위에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빠지는 ‘원인불명’을 넣으면 암(7만3759명)에 이은 국민 제2의 사망원인이다.

빈부 격차는 죽음에도 예외가 없었다. 원인 불명 죽음을 들여다본 결과 역시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많았고, 학력이 낮거나 혼자 산 이들이 많았다. 무관심과 소외의 사각지대에서 원인 미상 사망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인 미상 사망자 79.7%(2만2975명)는 의료기관 바깥에서 사망했다. 전체 사망 인원(26만7221명) 중에서 의료시설 내 사망이 70.1%(18만7253명)인 것과 반대다. 

‘병원 밖 사망’에는 주치의에 의한 사망진단서 대신 시체검안서가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쓰기 마련인 시체검안서는 사인이 ‘심박정지’ 등으로 불명확할 가능성이 크다.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원인 불명 사망 비율을 비교한 결과 부산(6.4%), 울산(7.2%), 세종(7.7%)이 가장 적었다. 부산과 울산은 이례적으로 검안서 작성에 전문성이 있는 법의학자가 민간 법의의원을 차려 검안서 대부분을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전체 원인 불명 사망자 수가 적어진 것이다.

왜 죽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묻힌 이들은 소외계층일 가능성도 컸다. 전체 사망자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47.5%(12만6998명)이었지만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33.3%(9599명)만 남편·부인이 있었다. 학력에서도 전체 사망자 중 57.7%인 무학·초등학교 학력자 비중은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69.4%로 늘어났다. 소외계층은 죽은 후에도 사망 원인이 불명확하게 마무리되는 서러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원인 불명 사인에도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노쇠'(51.8%·1만4946명)다. 고령층이 병원 밖에서 사망하면 전신 기능 쇠약으로 인한 노쇠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실상 '노인이라서 뚜렷한 사인을 알 수 없거나 알 필요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선 친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흔한 만큼 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다른 원인 불명 사인에는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 불명의 사망 원인'(15.8%·4536명), '급성 심장사로 기술된 것'(7.1%·2043명),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람'(6.1%·1753명), '원인 미상의 기타 급사'(3.5%·1014명)가 뒤따랐다.

선진국은 대체로 원인불명 사망률이 낮다. 세계일보가 OECD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R코드로 분류된 원인불명 사망자수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100.4명, 2011년 90명, 2012년 85.8명으로 연속 1위였다. 다른 나라는 2010년 기준 포르투갈 81.8명, 그리스 80.3명, 폴란드 71.1명 등이 많고 일본 30.3명, 독일 23.3명, 스페인 20.2명, 영국 14명, 미국 12.5명, 캐나다 7명, 호주 3.9명 등이다.

원인불명 사망이 많다는 것은 보건이 나쁘거나 사인을 밝히려는 국가·사회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WHO는 “원인불명 죽음 뒤에는 진짜 사인이 숨어있다”며 ‘65세 미만 사망자는 R코드 사인 비율 5%, 65세 이상은 10% 이하’를 상한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미만 5.7%, 65세 이상 10.8%로 이를 초과한 상태다.

원인불명 사망자가 많은 건 부실한 검시체계 때문이다. 이를 연구한 구향자 통계청 통계실무관과 이태용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분석 결과 불명확한 사망원인의 요인으로 검시제도가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 선정됐다”며 인우증명 폐지, 검시대상 사망종류의 명문화, 시체검안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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