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작은 스마트폰 한대에도 범인의 이동경로·흔적 범행동기까지 담겨있어..
이런 디지털 증거들 찾아 범죄의 진실을 찾아내죠“
현장서 찾아낸 자료 분석해 분석 보고서는 수사팀 보내고 법정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검찰의 과학수사를 도맡아 진행하는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는 컴퓨터나 휴대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해 범죄 증거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NDFC 수사관들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규화(컴퓨터포렌식팀), 김은숙(모바일포렌식팀), 김성배·임윤미(인재양성팀), 김준호(컴퓨터포렌식팀), 송지안(모바일포렌식팀), 송영옥(컴퓨터포렌식팀), 박기문 수사관(인재양성팀). 사진=서동일 기자

#.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 근교의 한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 일이다. 

현장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누군가 원격으로 데이터 삭제를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수사관들은 급히 원격침투를 막은 뒤 하드디스크 본체를 떼내 가져왔다. 

압수수색에서 본체를 들어내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만 이미징(복사)을 해서 분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앙지검은 누가 왜 삭제를 시도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대검 컴퓨터포렌식팀에 수사지원을 요청했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컴퓨터포렌식팀의 김준호 팀장(수사관) 등은 꼬박 일주일에 걸쳐 IP 추적과 기존 데이터 복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수사결과 해당 업체의 본사가 있는 모 지역에서 범죄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원격 삭제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작은 스마트폰 하나에 범인의 이동경로, 흔적, 심지어 범행동기까지 담겨 있습니다. 통화 기록부터 사진, 동영상,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기록 등을 하나하나 복원하다 보면 사건 해결에 유용한 단서들이 쏟아져나오죠. 이런 디지털 증거는 범죄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National Digital Forensic Center) 5층에 자리잡은 모바일포렌식팀의 소재열 분석관(수사관)은 범죄 증거물로 채택된 스마트폰을 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19일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따르면 최근 2~3년 새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모바일기기 증거 분석 건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모두 5명의 수사관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수사관 한 명이 매일 1대꼴로 스마트폰을 분석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 잠깐 한가한 틈을 제외하면 1년 내내 똑같은 일이 쉼없이 반복된다.

■디지털 증거,진실을 말한다

같은 층에 위치한 컴퓨터포렌식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팀은 모바일기기를 제외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저장장치(USB), 폐쇄회로TV(CCTV), 블랙박스 등 모든 디지털기기의 증거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겉보기엔 딱딱한 사무용 의자에 앉아 하루종일 증거자료만 분석하는 지루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중요 증거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가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자료분석에만 매달리기도 한다.

컴퓨터포렌식팀의 김 팀장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컴퓨터포렌식팀 수사관들은 업무와 관련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압수수색에 동행해 현장 자료를 수집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일반적인 압수수색에 비해 포렌식팀이 투입될 경우 시간이 배 이상 늘어난다"며 "가령 30㎡ 남짓한 사무실에서 문서자료만 압수하면 2~3시간이면 끝나지만 컴퓨터가 포함되면 1대당 보통 1~2시간 정도, 컴퓨터가 4대만 있어도 한나절이 걸린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자료를 가져온 뒤에는 본격적인 자료 분석이 시작된다. 수사관들이 가져온 증거자료는 먼저 디지털수사망팀에 보관된다. 이후 각 팀장이 분석관을 지정해 자료를 나눠준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칠 경우 증거가 훼손되거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나눠받은 분석관은 자료분석 후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수사팀에 보내고 법정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범죄 진화에 밤샘근무 일쑤 

업무량은 느는데 인원은 한정돼 있다 보니 포렌식센터 수사관들에게 야근은 거의 일상이다. 한 달에 적게는 10번, 많게는 20번가량 진행되는 압수수색을 지원하고 자료 분석에 매달리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해 8월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을 수사할 당시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중 한 명은 증거 분석에 열중한 나머지 허리디스크 파열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을 대충 할 수도 없다. 사건 하나하나가 당사자들에게는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업무량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분석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디지털 증거 분석에 대항하는 '안티포렌식(Anti Forensic)'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NDFC 인재양성팀 김성배 수사관은 "하나의 수사 기법을 개발하면 이에 대응하는 역기능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디지털포렌식 기법"이라며 "범죄 증거를 지우려는 범죄자들과 NDFC 간에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범죄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NDFC는 급기야 안티포렌식 기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국가 차원의 '디지털포렌식연구소'를 설립했다.

■미래유망 직종으로 부상

디지털포렌식 수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센터를 견학하려는 이들과 수사관이 되기 위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현재 NDFC는 두가지 방법으로 수사관을 선발하고 있다. 하나는 검찰 수사관 중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에 지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한 뒤 수사관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수사관이나 연구원으로 특채를 하는 방법이다. 내부 및 외부선발은 8대 2의 비율로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디지털포렌식은 전문자격을 인정하는 공인인증기관이 없다. 따라서 평소 컴퓨터 보안, 전산회계 등 관련 자격증을 획득하고 정보기술(IT) 전반에 걸친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 수사관은 "디지털포렌식은 단지 형사사건과 관련된 수사목적뿐만 아니라 민사사건, 기업체 등에서도 널리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관심과 문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대검, 서울대-생명硏과 심포지엄…국내외 전문가 참여

입법추이·인권이슈·선진감식기술 등 폭넓게 논의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지난 1998년 10월. 구마고속도로에서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양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성폭행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정양의 유족이 사고 지점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속옷에는 정액이 묻어있었다.

15년이 지난 지난해 9월, 대구지검이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정양이 단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스리랑카인 3명이 정양을 번갈아 성폭행 뒤 달아난 것이다. 성폭행 현장을 빠져나온 정양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로 올라섰다. 깜깜한 밤이어서 방향 감각 없이 헤매던 정양은 23t 덤프트럭에 치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DNA 데이터베이스가 큰 힘이 됐다. 검찰은 스리랑카인 K씨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되자 유전자를 대조해 당시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유족의 고소 등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3개월여 조사를 통해 K씨를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는 공범 2명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지난 3년동안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미제사건 1266건의 범인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살인 5건, 성폭력 232건, 절도 850건 등이다. 이 중 432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고, 305건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정양 사건 외에 누범 기간 중 교통사고를 내고도 구속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사건에 대해서도 에어백에 남아있던 DNA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2010년 7월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해당법에 따라 6만9404명의 DNA를 보관하고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범이 2만683명으로 가장 많고, 강·절도사범 1만3832명, 마약사범 6460명, 성폭력사범 6276명, 강간추행사범 6074명 등이다.

대검찰청은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3년을 맞이해 서울대학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27·28일 'DNA 법과학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선진 기법 도입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심포지엄에는 DNA법 전문가인 팀 쉘버그 변호사와 브루스 부도울(Bruce Budowle) 미 노스텍사스대 교수 등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부도울 교수는 미국 FBI 법과학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DNA 감식과 범죄자데이터설립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승덕 서울대 교수와 신경진 연세대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심포지엄 둘째날인 28일에는 선진감식 기술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논의가 진행됐다. 부도울 교수는 'DNA감식과 사회, 법유전학의 미래'에 대해 발제했다. 김선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RNA를 기반으로 한 체액흔 식별 기술 개발'에 대해, 오범석 경희대 의대 교수는 '인간의 표현형 식별을 위한 연관유전자 분석'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전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DNA데이터베이스의 확장과 공동활용에 대한 이슈를 놓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쉘버그 변호사가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의 국제적 현황과 확장'에 대해, 권창국 전주대 교수는 '국내 DNA데이터베이스의 현황과 논점'에 대해 발제했다.

검찰 관계자는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사회 안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러한 성과와 이번 심포지엄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017년 개최될 국제법유전학회(ISFG)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