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범죄나 사고 현장에 출동해 관련 증거를 채취하고 범죄 단서를 찾는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안전에는 소홀해 각종 안전사고나 질병 발생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에서 지난해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과학수사요원 971명과 검시관 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무 중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5.9%에 달했으나 이들 가운데 적절한 부상 치료를 받은 사례는 2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성 부상이 아닌 지속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29.2%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6.7%는 과학수사 업무에 투입된 이후 얻은 질병이라고 답했다.

다수의 과학수사요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안전사고 및 질병 발생 위협에 처해 있지만 근무부서에 안전수칙 등 관련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7.4%에 불과했으며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답한 요원들 가운데서도 이를 숙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에 그쳤다. 

또 과학수사요원들에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각 지방경찰청에서 실시하는 안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4.7%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각종 감염원에 노출될 수 있는 사건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 중 17.3%만이 사건 현장에서 라텍스 장갑을 사용한다고 밝혔고 장화를 신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도 44.1%에 달했다. 보호복을 입지 않는다는 답도 36.5%를 기록했다. 

증거분석실에서도 안전장비 활용은 미흡해 마스크를 쓰고 작업한다는 응답자는 5.8%에 그쳤으며 살균소독기(6.1%)나 고글(9.1%) 등을 활용하는 응답자도 매우 적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방독마스크나 환기장치 등 안전장비 없이 범죄 현장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질환 등 각종 질병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설문에 응한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은 안전사고나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로 정밀건강검진(45.9%)과 안전장비 보강(27.8%) 등을 꼽았다. 정진성(경찰행정학) 순천향대 교수는 “경찰청 주도로 안전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하고 철저한 안전교육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과학수사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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