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앞에 주차된 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 현장에서 2㎞ 떨어진 곳에서 도난당한 차가 발견됐지만, 차안에 있던 금품은 누군가 훔쳐갔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수색한 결과 담배 꽁초 하나를 발견했다. DNA 감식을 했지만 일치하는 DNA 정보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달 초, 한 20대 남성이 차량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상습범임을 파악하고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3년 전 떨어진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다. 여죄가 드러나자 용의자는 지난 범행을 시인했다.미제로 남겨진 범죄를 법의학(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동원해 해결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치안과 국민안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을 한눈에 파악하고 포렌식 전문가의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사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포렌식연합회가 주최해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7일 열린 `제1회 한국포렌식연합회 공동학술대회`는 과학수사 기술 현황과 미래 트렌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은 `DNA 감식의 미래기술`이라 주제로 열린 한 세션에서 “2010년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DB) 시대가 열리면서 대량의 유전자 분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식별·유전정보·공익 등 유전자 감식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감식은 범죄현장에서 획득한 소량의 DNA를 미세유체역학 등을 활용한 첨단 장비와 증폭 장비로 검식한다. 차량절도 사건의 담배꽁초처럼 DNA 정보를 DB화한 후, 추후 범죄 발생 시 활용하기도 한다.

DNA 감식이 용의자 인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현행 DNA DB제도와 관련 법제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DNA 수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택수 계명대 교수는 “DNA 수사방식은 용의자 정보를 해당 사건 현장 증거물 뿐 아니라 다른 사건의 증거물까지 대조해 여죄를 밝혀내고 있다”며 “강제수사와 용의자 법적 지위라는 문제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DNA DB 검색절차는 사건 현장에서 DNA를 채취하고 현장증거물 DB에 등록한다. 구속된 피의자 DB와 일치하지 않으면 이미 수감된 범인 DNA를 검색하고 일치 여부를 담당 형사에게 통보해 여죄를 수사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DB 보관기관 명문화와 차등화 제한이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용의자 DNA는 현장 증거물과 대조 시에만 채취하고 즉시 삭제하는 등 개정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서는 DNA 감식 기술 세션 외 혈흔 형태 분석, 필적 감정, 미량 검출 등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 트렌드와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8일에는 디지털포렌식 발전방안 모색, 해양범죄, 법의인류학, 화재 조사 등을 주제로 세션이 이어진다.

권동일 한국포렌식연합회장은 “이번 대회로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법과학 전문가가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수사 발전에 대한 최신 동향의 정보교류로 우리나라 과학수사 발전을 도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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