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上편에 이어서 이번 下편에서는 심리 부검에 관한 다른 사례와 심리부검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4. 심리 부검에 관한 다른 사례


  우리나라에서 심리적 부검을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여 재판의 결과가 달리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심리적 부검을 수사에 활용하였던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는데요, 몇몇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러시안룰렛 사례

  한 남자(28세)가 저녁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와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던 중 자신의 차례에 권총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발사되어 사망한 사례입니다. 러시안 룰렛으로 인한 사망은 대부분 자살로 판정합니다. 왜냐하면 그 위험성을 알고서도 방아쇠를 당겨서 사망하였기 때문입니다.


  신체 부검 결과는 총상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심리 부검 결과는 이와 달랐습니다. 사망자의 가장 친한 친구를 상대로 면담을 한 결과, 사망자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경험한 적도 없었으며, 병적으로 우울한 생각에 빠진 흔적도 없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망자의 아내를 상대로 면담을 한 결과, 사망자는 러시안룰렛 게임을 할 때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항상 총알의 위치를 확인하고, 총알이 한 칸 왼쪽에 있으면 탄창을 한 번 더 돌림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1] Smith&Wesson式(左)과 Colt式(右) [츨처 : gunblast.com]


  특이한 점은 사망자가 평소 소장하던 총들은 모두 Smith&Wesson 연발권총이었으나, 그날 밤 사망자가 사용한 총은 Colt식 자동권총이었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탄창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반면에, 후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즉 사망자는 사마 당시 총알이 한 칸 오른쪽에 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총알이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심리적 부검을 통하여 이 사건은 두 권총의 작동방식에 대한 착각에 의한 사고사로 끝났습니다.


(2) 자살이 아닌 사고사로 판명된 사례

  백인 이혼녀(42세)가 수영장 바닥에 나체로 사망한 것을 사망자의 딸이 오후 5시경 발견한 사건입니다. 사망자는 당시 우울증 관련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었고, 항우울제인 아미트리프틸린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부엌에서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신체 부검 결과 익사한 것으로 나타났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7%로 밝혀졌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황상 자살처럼 보였으나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였고, 사고사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망자는 이혼한 상태였으나, 이혼은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며 남자친구와 오랫동안 상당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합니다. ② 담당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치료를 잘 받고 있었으며, 입원치료 이후 자살 생각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③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심리적 부담을 줄 수는 있었으나, 변호인이 사망 전날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④ 부엌의 유서가 발견되었으나 조사 결과 그 유서는 사망자가 우울 증세에 있을 때 그의 딸이 기록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심리적 부검 결과 자살로 처리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으므로 자살이 아닌 사고사로 판정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제도적 장치의 마련

 

  사망의 종류를 알 수 없거나 단순히 자살로 단정 짓기에는 애매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경찰이나 응급의료기관에서 지체 없이 심리 부검을 시행하는 기관에 통보하여야 하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전문 인력의 양성


[그림2] 전문 면담관의 양성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출처 : greenhopehigh]

 

  심리적 부검을 담당하는 면담관은 심리적 부검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모두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사자는 심리 상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유가족 사례 관리서비스 경험 또한 풍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야 심리적 부검에 대한 긍정적인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이러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심리적 부검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유가족 심리지원 서비스와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확충


[그림3] 심리적 부검은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병행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출처 : 한국자살예방협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심리적 부검을 담당하는 면담관은 심리적 부검뿐만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모두 해내야합니다. 즉 유가족에 대한 상담서비스와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부검을 통해 사망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가 죽기 전에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분석하여 한 사람이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어떠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자살예방정책을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심리적 부검을 최초로 인정한 대상판결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 외에 심리적 부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심리적 부검이 단순히 참고 자료가 아닌 판결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음을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리적 부검과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정착, 그리고 그를 위한 전문 인력과 제도 마련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 대검찰청 블로그기자단 명예필진 정요한, 정혜선 -

 

 

출처 검토리가 본 검찰이야기 | 검토리
원문 http://spogood.blog.me/9018843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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