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이상길 기자 = 사실 '에이즈(AIDS)'란 병은 미심쩍은 구석이 조금 있다. 실제로 에이즈와 관련해서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비록 소수지만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에이즈는 일종의 '가설'일 뿐이라고 한다. 

그게 왜 그런가 하니 보통 어떤 질병을 의학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존재해야 한다. 소위 '병원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는 여태 한 번도 추출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니 학자들 중에 에이즈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에이즈는 진단 시 늘 '양성'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다시 말해 HIV양성반응은 혈액을 채취해 혈액 안에 HIV가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혈액 속에 'CD4'로 분류되는 T세포(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수치를 보고 판단한다. 

더 이상한 건 그 기준이란 게 절대적이지도 않다는 것. 보통 혈액 속의 T세포 수치는 영양상태 등 여타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어 정부에서 정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이는 곧 가난한 아프리카 어느 국가에서는 음성이지만 미국에서는 양성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상은 <에이즈 가설의 저편 너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근거로 소수의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다. 

며칠 전 열렸던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배우들의 연기나 작품성을 떠나 앞서 음모론자들의 이야기처럼 우선 영화 속 핵심소재인 '에이즈'란 병의 진실과 관련해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십 수 년 전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알게 된 에이즈란 병의 실제 모습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에이즈는 치사율 100%의 암보다 더 저주받은 병으로 알려지면서 지구촌을 온통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사는 론(매튜 맥커너히)은 전형적인 카우보이다. 실제로 그는 로데오 경기를 즐기고, 술과 섹스, 도박없이는 하루도 못 버티는 '탕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의 몸은 이유없이 말라갔고, 작업 도중 쓰러져 가게 된 병원에서 HIV양성 판정과 함께 30일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론은 이후 'AZT'라는 치료약이 임상실험 단계에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간호사를 매수해 약을 빼내 복용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진단 후 30일이 다 되어가자 론은 점점 절망하게 되고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우연히 알게 된 정보를 통해 이웃나라 멕시코로 건너가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론의 상태는 호전된다. 더욱 놀라운 건 그곳 의사의 처방은 'AZT'가 아닌 단백질이나 비타민, 아연, 필수지방산, 알로에 등의 인체면역력을 높이는 식약품들이었던 것. 

그곳 의사의 말은 더 충격적이다. 그는 "AZT가 에이즈를 낫게 하는 게 아니냐"는 론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AZT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그걸 파는 놈들뿐이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상태를 호전시킨 약품들은 모두 미국 내에서는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유통이 불가했다. 

결국 론은 몰래 멕시코에서 그 약품들을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1993년작 <필라델피아> 등 그 동안 에이즈 환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제법 있었지만 앞서 음모론자들과 비슷한 시선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최초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에이즈 소재 영화들은 대부분 에이즈 환자들이 사회로부터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한 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 

영화 속에서 병원 측으로부터 30일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론은 실존인물로 그는 AZT를 거부한 덕택에 진단 후에도 무려 7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아니, 정부의 AZT 강요에 맞섰던 론의 용감한 행동은 복합처방법으로 개발돼 이후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의 목숨을 연장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 농구스타 '매직 존슨'도 1991년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살아있다. 

왠지 터무니없어 보이는 에이즈 음모론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이 영화로 힘을 받는 까닭이다. 


적어도 에이즈가 치사율 100%로 암보다 더 저주받은 병이란 건 이제 지나치게 과장된 이야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공포는 쉽게 전염된다. 조금만 과장해도 공포는 생산되고 수많은 사람들을 쉽게 혼돈에 빠뜨린다. 

그런데 사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면 공포는 사람들의 지갑을 쉽게 여는 힘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세상에는 권력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입한 뒤 쉽게 돈을 벌려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FDA와 제약회사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싸웠던 '로날드 우드로프'의 실화를 그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우선은 사회성 짙은 저항영화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수상한 권력에 대한 투쟁기가 전부인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HIV양성 판정 이후 론의 행적을 조용히 담아내면서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론의 모습이 더욱 빛나는 영화다. 

론이 자신처럼 FDA에 반기를 든 의사 이브(제니퍼 가너)에게 말한다. 


"인생을 좀 즐겨. 한번 밖에 없잖아."

론이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회원제 클럽을 운영하며 공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평소 경멸했던 게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동료 레이언(자레드 레토)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누구든 한번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마침내 영화는 카우보이 론이 평소 좋아했던 로데오 경기에 다시 참가해 미쳐 날뛰는 소를 타고 광란의 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로데오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카우보이는 어차피 소에서 떨어질 걸 각오해야 한다. 

원래 로데오란 게 미쳐 날뛰는 소 위에서 몇 초라도 더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다만 소를 타고 추는 춤이 좀 더 멋지길 바랄 뿐이다. 

삶이란 것도 그렇다. 굳이 에이즈가 아니라도 모든 삶은 언젠가 반드시 막을 내리기 마련이다. 그걸 생각하면 사는 게 가끔 힘겨워도 론의 말처럼 인생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6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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