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리스 국경에서 유럽 난민에게 구호용품을 나눠주며 봉사를 펼치고 있는 이선구(오른쪽) 최화자 부부.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 에부조리 마을에서 유럽 난민을 돕는 한국인 부부를 12일 만났다. 1960년대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이선구(76) 최화자(72) 부부였다. 

이들은 파독 시절 결혼해 자녀가 생기자 독일을 떠나 미국 시카고에 자리잡고 살았다. 미국 한인 중 세 번째로 미 연방 종신직 판사직에 오른 존 리(한국명 이지훈)가 부부의 삼형제 중 장남이다.

부부는 지난 한 달간 에부조리를 중심으로 난민에게 생필품을 공급했다. 그리스 제2도시 테살로니키에 있는 ‘빛과소금선교센터’(김수길 선교사)에 ‘집시 단기선교’를 왔다가 난민의 딱한 사정을 보고 연금을 아껴 미니 손전등과 여성용품 수천개를 사서 전한 것이 계기였다. 이들은 속옷도 함께 제공했다. 부부는 시카고 한인교회를 평생 섬긴 은퇴 장로·권사이다. 

난민들은 부부가 내미는 요긴한 물품에 연신 감사의 인사를 그치지 않았다. 특히 여성용품의 경우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슬람 여성의 표정이 역력했다.  

이 장로는 “물량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자주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나와 아내는 한국전쟁 등으로 피난살이를 해서 그 아픔을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일본 태생인 이 장로는 일본 항복 직전 미군의 나고야 공습을 피해 피난민이 됐고, 최 권사는 1·4후퇴 당시 고향 충북 음성에서 외가가 있는 옥천까지 폭격을 피해가며 혹독한 피난살이를 겪어야 했다. 

두 사람은 “고통 받은 이웃을 돕는 것은 신앙인 여부를 떠나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거론되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글·사진=에부조리(그리스) 전정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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