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4만여명 투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심


“우리가 겪는 트라우마는 소리없는 절규와 같습니다. 치료를 받을 곳도 없어 혼자 끙끙 앓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0여일 동안 진도 팽목항을 지켰던 경찰 검시관 A씨는 최근 불면증과 발작증세,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졌다. A씨는 지난 10여년 동안 사건 현장에서 사체의 신원과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일을 해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세월호 희생자들의 모습과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A씨는 말 못할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다. 

지난달 업무에 복귀했지만 세월호 관련 24시간 대기근무를 하고 있는 A씨는 “곧 트라우마 치료 센터가 생긴다고 하지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혹시 상담을 받더라도 이상증세가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말을 흐렸다.

세월호 참사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상담 및 치료시스템은 역부족이다. 전문 치료 기관을 늘리는 동시에 경찰의 근무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난 4월16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등 현장에는 형사와 정보, 경비 등 경찰 4만여명(연인원 기준)이 투입됐다. 하루 평균 880여명이 참사 현장에서 근무한 셈이다. 이중 대부분은 일선으로 복귀했지만 아직도 매일 500여명의 경찰은 진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PTSD와 관련해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지난해 서울 보라매병원에 설치된 트라우마센터 한 곳뿐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경찰은 이달 들어 부산의료원과 대전 건양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 3곳에 트라우마센터 3곳을 추가로 개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16개 지자체 중 12개 지역에는 트라우마센터가 없어 많은 경찰들이 원거리 진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작 트라우마센터가 마련되더라도 선뜻 상담이나 치료에 나서는 경찰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근무 여건과 업무 특징 때문이다.

형사 10년 경력의 한 경찰관은 “그것(정신적 고통)도 못 참고 못 견디면 경찰은 그만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며 “세월호 이후 스트레스가 심해졌어도 말 못하는 경찰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2012년 실시한 ‘전국 경찰관 스트레스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1만4271명 가운데 5309명(37.2%)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정도가 ‘심하다’고 답했고, 1569명(11%)은 ‘일부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답했지만 트라우마센터를 찾은 경찰은 476명에 그친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사인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거나 의학적 과실을 규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 부검(剖檢ㆍautopsy)이다. 사건현장에서 희생자의 사인을 1차 조사하는 검시(檢屍)나 추후 법의관이 시신을 해부하는 부검은 사인 뿐 아니라 희생자의 신원, 사망 시점과 정황, 범죄 수법, 범인의 심리ㆍ신체적 특징 등 많은 단서를 던져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거꾸로 죽은 자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게 부검이다. 희생자가 죽은 몸을 통해 시도하는 대화를 과학적으로 얼마나 잘 알아듣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미국 조직병리학 통계에 따르면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의 3분의 1이 부정확하고, 부검에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또 부검 4건 중 한 건에서 중대한 의학적 진단 실수가 발견된다. 특히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알려진 죽음에서 심각한 오류가 자주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이런 의학적 오류가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게 전체 부검의 8.4~24.4%에 달한다. 

▦ ‘두 번 죽는다’는 뜻의 ‘두벌죽음’이라는 말에서 보듯 부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효의 개념과 사람이 이승에서 못 이룬 것을 저승에서 이룰 수 있다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관을 꺼내 주검을 훼손한다는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형벌이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법의학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다. 외국처럼 검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도 적고, 수사에서 검시관이나 법의관의 권한도 미미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자기부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검을 해서라도 원인을 정확히 찾자는 뜻일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비극적으로 자살했을 때도 ‘사회안전망 부검’목소리가 높았다. 사건ㆍ사고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부검을 터부시하는 의식만큼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다.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부패한 대한민국에 대한 부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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