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측, 재판부에 DNA 재감정 요청도


15년 전 사망한 대구 여대생 정은희(당시 19세)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특수강도강간) 구속 기소된 스리랑카인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인은 DNA 재감정까지 요구하고 나서 향후 뜨거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11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최월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피고인 Y(46)씨는 "15년 전 피해자 정양을 만난적도 없고 당연히 성폭행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Y씨는 "구마고속도로 근처 성폭행 현장에 가지도 않았으며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다른 스리랑카인 2명이 실제 그런 일을 벌였는지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Y씨는 또 서울대 법의학 교실을 비롯한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유전자 재감정을 실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STR 기법으로 유전자 일치 여부를 검사하려면 최소 16~17개의 시료가 필요한데 검찰이 과연 이런 요건을 충족시켰는지 의문스럽다"며 "무엇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는지 검찰이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정양의 속옷에서 채취한 DNA와 피고인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게 검찰이 Y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핵심 증거인 만큼 재판부가 재검사 요청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6일 증인 4명을 법정에 불러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입국한 Y씨는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구 달서구에서 학교 축제를 마치고 술 취해 귀가하는 정 양을 자전거에 태워 구마고속도로 굴다리 근처로 끌고 가 현금을 빼앗고 공범들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정양이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고속도로 주변을 헤매다 마주 오던 23톤 덤프트럭을 들이받고 숨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Y씨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지난 15년 간 정양은 단순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됐었다.

huni@cbs.co.kr







영장발부·유죄판결에 결정적 기여 … 경찰, 내년부터 자동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


지난 6월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신강일 경사는 과테말라를 방문했다. 국과수 직원들과 검찰, 경찰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기법을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과테말라에서는 하루에만 10여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해 미제로 남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한 지문담당 실험요원이 "의뢰받은 증거물이 있다. 분석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실제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리조각이었는데 범인이 만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직원은 접착제를 증발시켜 지문흔적에 들러붙게 만드는 '기체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문은 희미하게 나타났을 뿐,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현실에서는 기체법을 써도 과학수사드라마 'CSI'처럼 한 번에 지문이 현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 경사는 기체법을 시도하고 이어 '베이직 옐로우'라는 시약으로 희미한 지문을 염색했다. 특정한 빛을 쪼이면 형광빛이 나는 시약이다. 빛을 쬐자 요철이 희미하던 지문이 밝은 부분, 그늘진 부분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정체를 드러냈다.

과학수사 기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이를 통해 밝혀진 증거들이 각종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지문, DNA를 비롯해 손바닥 지문, 냄새, 걸음걸이, 혈흔 등 다양한 흔적들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다.

지난 4월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진 강도사건 당시 편의점 CCTV에 찍힌 영상에서는 범인이 '20~30대 남성'이라는 점만 확인됐을 뿐 이렇다 할 실마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만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의 손바닥 지문이 강도사건 당시 남아 있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 벌어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택 화염병 투척사건 당시에는 CCTV 영상을 통해 검거된 용의자의 걸음걸이가 영국 법의학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구속영장 발부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역사는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 후인 1948년 11월 4일, 당시 내무부 치안국에 '감식과'가 설치되면서다. 이어 각 시·도 경찰국 수사과에 '감식계'가 만들어지고 일대 다 방식의 지문대조도 가능하게 됐다.

과학수사 활동 과정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법은 지문과 유전자(DNA) 증거다. 이를 활용한 한국의 신원확인 기법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건,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등에서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초, 중반부터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미세증거'와 '혈흔형태분석'으로 대표되는 전문기법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미세증거란 섬유, 페인트, 유리, 먼지 등 범죄현장이나 사건 관계자의 몸에 붙어 있던 작은 증거로 용의주도한 범인의 자백을 받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005년 도입된 혈흔분석은 사건 현장에서 벌어진 행동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해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쓰인다. 지난해 4월 대전 동부 판암동 살인사건 당시 이 분석기법으로 확보한 증거가 인정받아 유죄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개를 이용한 체취증거 기법, 수중과학수사 기법을 이용한 증거확보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경찰은 내년부터 자동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CCTV에 찍힌 신원미상의 용의자를 범죄자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유사도가 높은 용의자 리스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경찰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350만대 이상의 CCTV가 설치돼 있고 차량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되는 추세"라며 "영상장비가 수사에 자주 활용되는 만큼 용의자 특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laritas@naeil.com






#3년 전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앞에 주차된 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건 현장에서 2㎞ 떨어진 곳에서 도난당한 차가 발견됐지만, 차안에 있던 금품은 누군가 훔쳐갔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수색한 결과 담배 꽁초 하나를 발견했다. DNA 감식을 했지만 일치하는 DNA 정보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달 초, 한 20대 남성이 차량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상습범임을 파악하고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3년 전 떨어진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다. 여죄가 드러나자 용의자는 지난 범행을 시인했다.미제로 남겨진 범죄를 법의학(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동원해 해결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치안과 국민안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을 한눈에 파악하고 포렌식 전문가의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사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포렌식연합회가 주최해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7일 열린 `제1회 한국포렌식연합회 공동학술대회`는 과학수사 기술 현황과 미래 트렌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은 `DNA 감식의 미래기술`이라 주제로 열린 한 세션에서 “2010년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DB) 시대가 열리면서 대량의 유전자 분석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식별·유전정보·공익 등 유전자 감식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감식은 범죄현장에서 획득한 소량의 DNA를 미세유체역학 등을 활용한 첨단 장비와 증폭 장비로 검식한다. 차량절도 사건의 담배꽁초처럼 DNA 정보를 DB화한 후, 추후 범죄 발생 시 활용하기도 한다.

DNA 감식이 용의자 인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현행 DNA DB제도와 관련 법제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DNA 수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택수 계명대 교수는 “DNA 수사방식은 용의자 정보를 해당 사건 현장 증거물 뿐 아니라 다른 사건의 증거물까지 대조해 여죄를 밝혀내고 있다”며 “강제수사와 용의자 법적 지위라는 문제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DNA DB 검색절차는 사건 현장에서 DNA를 채취하고 현장증거물 DB에 등록한다. 구속된 피의자 DB와 일치하지 않으면 이미 수감된 범인 DNA를 검색하고 일치 여부를 담당 형사에게 통보해 여죄를 수사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DB 보관기관 명문화와 차등화 제한이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용의자 DNA는 현장 증거물과 대조 시에만 채취하고 즉시 삭제하는 등 개정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서는 DNA 감식 기술 세션 외 혈흔 형태 분석, 필적 감정, 미량 검출 등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 트렌드와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8일에는 디지털포렌식 발전방안 모색, 해양범죄, 법의인류학, 화재 조사 등을 주제로 세션이 이어진다.

권동일 한국포렌식연합회장은 “이번 대회로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법과학 전문가가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수사 발전에 대한 최신 동향의 정보교류로 우리나라 과학수사 발전을 도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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