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범죄의 퍼즐을 완성하다!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를 소개합니다 


[이하 이미지=서울지방경찰청]

 

 

 한때 필자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 다들 한번쯤은 보셨죠? 그 중에서도 저는 시즌 5를 제일 좋아합니다!!

 

애런 하치너 팀장이 제가 상상했던 프로파일러의 모습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이미지=구글 퍼블릭 이미지] 


 

흔적도 증거도 없는 의문의 사건 현장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해결사들이죠.

 

이처럼 범죄현장과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범행동기를 찾고 범죄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이들을 '프로파일러' 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 3인방을 소개해 볼까해요. 

 

그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리네요.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서울경찰청 3층에는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경찰관들과 최첨단 장비가 구축된 '과학수사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이곳은 견학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죠. 과학수사계는 감식팀, 현장팀, 행동과학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3인방 최대호 경사(특채 1기), 이주현 경사(특채 3기), 이상경 경장(특채 3기)은 행동과학팀 소속이에요. 

 

'행동과학'이라... 직업 경찰관인 저에게도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경찰에는 총 35명의 프로파일러(각 지방청마다 2∼3명)가 활동 중인데요. 



 

이들 3인방은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특별 채용된 심리학에 능통한 전문가들입니다. 

 

 

Q. 프로파일러가 된 계기가 있다면? 





특채 1기 프로파일러 최대호 경사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할 때, 구석에서 심리학 서적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 몇 권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에 흥미가 생겨 자연스레 '심리학을 전공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최대호 경사]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인간의 반사회적 행동 및 공격성 등 범죄와 관련된 심리에 흥미를 느꼈어요. 2004년 유영철 사건을 보면서 전공 지식을 활용해 어떻게 사회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때에 특채 공고를 보고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했죠^^ 




특채 3기 이주현 경사는 경북대학교에서 심리학(석사)을 전공했습니다.

 

IT 계열 회사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터라 초반에는 경찰조직에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주현 경사] 외국에서는 범죄수사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적용된 게 오래전부터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국내에는 알려진 부분이 없어 답답했었죠. 그러던 중 특채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거에요. 사실 굉장히 특이한 직업이잖아요, 처음엔 그런 희소성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게 됐죠.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격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이상경 경장. 

 

역시 지성미가 철철 넘치네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 경장은 어려서부터 퍼즐을 맞추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상경 경장] 흔히들 프로파일러를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라고도 부르거든요∼ 범인의 연령, 성격, 직업, 교육수준, 신체적·육체적 특징 등의 흔적을 찾아 범죄의 퍼즐을 맞춰 간다고 해서 말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죠?^^ 

 

Q. 프로파일러의 업무는 무엇일까요? 


프로파일러가 추구하는 목표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적인 특성 등을 파악해 수사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좀 어렵고 생소하죠?

 

연쇄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서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이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밤 서울시내에서 발생했던 형사 사건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밤사이에 일어난 사건사고를 하나씩 살펴가며, 프로파일러의 지원이 필요한 사건을 추려내는 것이죠. 

 

이들은 연쇄성이 의심되거나 특이하다고 판단되는 살인ㆍ강도ㆍ실종ㆍ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나가 기초 조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현장에 출동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일련의 범죄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범행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하는 일도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이상경 경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일명 '프로파일러 노트'에요. 혈흔이 어떤 각도로 튀었는지, 독특한 범행도구에 대한 내용과 용의자의 특징들이 적혀 있네요∼(우와) 

 


[현장에서 작성한 이상경 경장의 노트]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라면 범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기도 하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일선 형사들이 범인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수사가 쉽게 진행되도록 돕거나, 수사 가치가 있는 목격자의 진술을 가려내는 역할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들은 지리적 프로파일링(Geo Pros) 시스템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토양에 맞는 공간통계분석기법을 경찰의 범죄수사 데이터에 적용해, 범죄위험지역 예측을 통해 방범전략을 수립하고, 연쇄범죄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추측이 가능토록 해줍니다. 한마디로 범죄자의 동선을 예측하는 것이지요. 

 

사건이 없을 경우에는 장기미해결 사건을 재분석하고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행정업무도 처리하며,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유영철 사건을 영화화한 <추격자> 보셨나요?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 지영민의 범죄 심리를 까발리는(!) 장면...

 

"대개 너 같은 새끼가 성불구거든∼"

"정을 네 거시기로 생각해 여자의 머리에 때려 박을 때의 그 쾌감...." 

 

이 장면과 대사는 영화 초반의 지영민의 충격적인 범죄 장면과 함께 뇌리에 더욱 강렬하게 어필하는 명장면이었는데요. 범인과의 면담기법이 궁금했던 필자가 물어봤습니다. 




[최대호 경사]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접근방법도 다 달라요. 처음 한두 마디 해보고, 성향을 파악한 다음에 면담을 시작해요. 피의자들이 경계를 하니까요. 일단 어색함을 무너뜨려야 해요. '라포형성'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식사는 하셨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하는 식으로 들어가죠. 일단 시도를 하고, 그쪽에서 돌아오는 반응을 봐서 '이렇게 접근해야 겠구나'하고 짧은 순간 파악을 해야 합니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면담을 할때는 보통 2명의 프로파일러가 진술녹화실에 임장하는데, 프로파일러들은 수사과정에서 조사를 받는 범인의 태도 등을 사전에 분석해 예상 면담을 준비한다고 합니다(범인의 심리적 동요를 억제하기 위함이기도 함). 이 때문에 주 면담자는 범인의 면전에서 사전에 범인과 관련된 자료를 펼쳐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파일러는 그것을 적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석된 면담자료는 '스카스'(SCAS : Scientific Crime Analysis)라는 범죄분석시스템에 입력합니다. 여기에는 범인의 성장 배경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에 사용된 수법이나 도구의 특성 등을 세부적으로 담게 되는데요. 이렇게 축적되고 분석된 자료는 비슷한 성향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맞는 범인상을 추정하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게 되는 것이죠. 

 

면담 도중에 성적인 질문 등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질문을 받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이상경 경장] 우리들이 (그 방면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편하게들 말해요. 자신의 성적인 문제, 심지어 발기부전같은 것들도 말이죠. 연쇄강간범 같은 경우 여자 앞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떠벌이기도 해요. 아예 처음부터 "XX해봤어?"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죠. "아가씨, 결혼 했어요?"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다보면 아가씨도 됐다가, 아줌마도 됐다가, 애가 세 명인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프로파일러 3인방은 한결같이 경험했던 수많은 살인사건을 한 건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처음 채용되었을 때 광주경찰청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한 교회 옆에서 두 명의 신도가 각각 살해당한 사건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거든요. 원한, 돈, 치정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대략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드러나는데 이 사건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당시 저희 프로파일러들은 사건이 일반적인 살해사건과 달리 범인의 개인적인 욕구에 의한 연쇄살인이라고 추정했고, 그때까지의 수사방향과 다른 방향을 제시했죠. 



 

예상대로 피해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연쇄살인이었는데, 다문화가정에서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을 가자, 아내가 평소 다니던 교회의 도움을 받아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이 무작위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었죠. 사실 프로파일러와 수사팀의 방향이 아주 다른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때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고, 전혀 방향이 달랐던 일이라서 기억에 남네요.

 

[최대호 경사] 기억나는 게 하나 있네요. 몇 달 전이었는데, 방화살인사건이었어요. 술집에서 50대 남성과 우연히 술을 같이 먹게 된 범인은 피해자의 집에까지 가서 술을 한 잔 더하게 됐었죠. 그러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깜빡 잠이 들었고, 그가 졸고 있는 틈을 이용해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훔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정신을 차린 피해자에게 범행이 발각되자 집에 불을 질러 살인을 한 것이었는데요, 화재로 인해 물적 증거가 없어 유죄를 입증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저와 이상경 경장이 피의자의 조사과정을 12시간정도 모니터링 하며 조사태도, 행동특성, 성향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이끌어 낸 사건이었죠. 

 

Q. 업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단 몇 시간의 인터뷰로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이 언제나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또, 사건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모든 상황을 판단ㆍ분석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의 은신처를 추정하지만, 실제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항상 힘듭니다. 막상 범인을 검거하고 나면 그때까지의 추리가 맞았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완전히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게 가장 힘들어요. 

 

Q. 끝으로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대호 경사의 책상위에 놓여진 책들] 


누군가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하면, 우선 말리고 싶다는 3인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되고 싶다면 한 가지 분야만 공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프로파일러는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들로 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심리학, 사회학 책만 열심히 읽는 것은 반대라는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보는 눈과,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프로파일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지고 화려한 직업만은 아닙니다. 강력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죠. 

 

범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고 사회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시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기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선물이라고 말하는 3인방! 

 

짧은 시간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을 프로파일링 하자면 감히 '멋있는 사람' 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네요.



 




미생물, 특히 부패균이 인체의 복잡한 유기물을 분해하여 단순한 유기화합물로 바꾸는 것을 부패라 한다. 부패는 후기 시체 변화의 주요현상이다. 여러 장내 세균과 외부에서 들어온 부패균으로 유발된다. 부패균은 혈관 안에 있는 혈액을 따라 번식하며 스스로 만든 가스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으로 시체 전체로 진행되는 데 이를 사후 순환이라고 한다.


산소가 적고 수분이 많은 상황에서 단백질이나 타누화물을 분해하여 각종 아미노산, 암모니아 가스, 황화수소들이 발생한다. 산소가 많고 수분이 적으면 마지막으로 여러무기산의 산소화합물을 만든다.


1) 부패에 영향을 주는 조건


부패의 진행은 여러 조건이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는 결국 부패균이 자랄 수 있는 조건과 일치한다. 



(1) 부패를 촉진하는 조건


① 외부조건

 공기의 공급이 충분하고, 적당한 습도와 온도(20~30℃)가 유지되면 부패는 잘 일어난다. 그러나 통풍이 너무 좋으면 빨리 건조하므로 부퍠가 늦다. 수중시체를 인양하면 매우 빠르게 부패한다. 이는 습도가 충분하고, 조직은 적당히 연화하여 세균 번식에 좋은 배지가 되는데다가 공기 중에 있는 부패균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② 시체의 조건

 영양 상태가 좋은 시체, 즉 신생아, 유아, 지방이나 혈액이 많은 사람, 출혈이 없는 급사, 특히 질식사나 내인성 급사로 사망한 경우에 부패가 빠르다. 그 외에 패혈증처럼 이미 균에 감염이 심하거나 하수구처럼 부패균이 많은 곳에 버린 시체에서 부패는 빠르다.



(2) 부패를 억제하는 조건


①외부 조건

 밀폐된 상자나 땅 속처럼 공기 유통이 불충분한 장소, 습도가 낮은 장소나 물 속처럼 너무 습도가 높은 장소에서는 부패가 억제된다. 주변 온도가 30℃ 이상이거나 5℃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다.


② 시체의 조건

 영양상태가 나쁘거나 출혈이 많은 시체, 비소나 수은 중독 시체에서는 부패가 늦다. 옷에 눌린 부위는 다른 곳에 비하여 부패가 늦다. 장기 가운데 위 췌장은 자가융해 때문에, 비장과 간은 부패 때문에 가장 빨리 변한다.



(3) Casper 법칙(Casper's law)


부패는 온도, 습도, 공기의 유통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땅위에 있는 시체에서 충분한 온도와 공기의 공급으로 부패가 가장 빠르며, 물 속이나 땅 속에서는 공기 유통이 없고, 고습도나 저온으로 부패의 진행이 늦다. 공기 중에서 1주일간 부패한 정도는 수중에서 2주일, 땅 속에서는 8주일간 부패한 정도와 비슷하다. 이 비율은 개월 수로 계산하여도 일치한다. 그러나 항상 그러한 법칙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① 침수된 시체의 부패

 표피가 침연되고 결국 탈락되는 점은 수중 시체의 특징이다. 이러한 소견 외에도 물은 부패의 전반적인 과정에 영향을 준다. 시체 내에 가스가 형성됨에 따라 물에 뜨게 되는 그 시간은 매우 다양하며 이론적인 시간표와 잘 맞지 않는다. 대개 머리가 무겁기 떄문에 얼굴이 아래로  향한 자세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복부와 흉부에 가스 형성이 다소 늦어 진다. 체액이 아래로 이동해서 부패가 더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얼굴이 부패 초기 임에도 알아보기가 불가능 할 정도로 매우 심하게 부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물의 깨끗한 정도(하수)도 부패의 속도에 영향을 주지만 부패 속도의 가장 중요한 인자는 온도이므로 수온이 더큰 영향을 준다.


② 매장된 시체의 부패

 땅에 묻힌 시체의 부패 속도는 대기 중이나 침수된 경우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며 부패 과정이 정지되어 미이라화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 묘지의 매장처럼 깊게 묻는 경우는 살인사건에서 급히 숨기기위해 간단히 얕게 묻는 경우보다 더 잘 보존이 된다. 깊게 묻을 수록 더 온도가 낮고, 공기가 차단되며, 침수되지 않는 한 비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토양 인자 중 배수성과 통풍성이 중요하지만 시체가 놓여있는 지형이 더 중요하다. 점토는 공기와 스며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모래땅은 공기와 빗물이 들어오기 쉽고 배수도 잘 된다. 계곡의 바닥이나 지하수면 아래에 놓여 있으면 물이 들어 올수 밖에 없지만, 배수가 잘되는 언덕 중턱에 위치해 있으면 비교적 건조하게 보존될 수 있다.


 매장된 시체의 보존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인자로는 관이 있다. 요즘 관이 종종 나무 합판이나 마분지로 되어 있어서 젖으면 쉽게 분해되기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관도 일정 기간 동안 공기와 물을 차단할 수 있다. 튼튾게 접합된 관에서는 수년 동안 보존될 수도 있고, 봉인된 금속관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매우 잘 보관 될 수 있다.


 매장에서 부패를 느리게 하는 주된 요소로서 동물의 침습이 비교적 적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벌레의 알이 놓이기 전에 시체가 묻힌다면 구더기의 효과를 피할 수 있다. 설치류 나 더 큰 표유동물들은 얕게 묻힌 겨우에만 접근할 수 있고, 깊은 곳의 관에 묻힌 경우에는 관이 파괴되어야만 그나마 땅속 동물들이 접근할 수 있다.




 <출처> 강대영. 법의학. 정문각.








2009년 여름, 한 정신병원의 폐쇄 병동. 입원 중이던 40대 남성 환자가 이른 아침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주일 전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상행동을 보여 이송돼 온 K(41)씨였다. 온몸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가슴과 배, 등, 허리까지 여러 곳에 멍 자국도 보였다. 담당 검사는 병원 내에서 발생한 구타 등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부검 결정을 내렸다. 부검은 다음 날 바로 시행됐다. 팔꿈치에서 무릎관절까지 전신이 굳어 있었다. 적혈구가 몰려 생기는 암적색 시반(屍班)이 시신의 등에 나타나 있었다. 멍 자국 아래에는 피하출혈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죽음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다. 

K씨의 주요 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죽음의 원인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뇌와 허파가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다. 위, 간, 창자 등 내장과 복부의 막과 벽도 마찬가지였다. 부종(浮腫)이 있었다. 배 안에는 복수액도 가득했다. 복수와 부종액을 합해 3ℓ가 나왔다. 거의 익사체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콩팥도 요로도 부어 있었다. 유리체액(안구를 채우고 있는 투명한 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 K씨의 나트륨 수치는 102mEq/ℓ에 불과했다. 나트륨 수치가 120mEq/ℓ 밑으로 떨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내 염분량이 지나칠 정도로 줄어 있었던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종적으로 K씨의 사인을 ‘급성 수분 중독’으로 결론내렸다. 몸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먹는 바람에 물 중독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한 입원 환자는 경찰에서 “K씨가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많은 양의 물을 마셔 이를 만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 물 중독 

사람이 스스로 마신 물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1974년이다. 실제 정신질환자 중 일부는 끝없이 갈증이 생겨 물을 들이켜는 증세를 보인다.

‘다음증’(多飮症)이라고 부르는데 한 통계에 따르면 만성 정신질환자의 6~17%가 이 증세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신병력이 없는 사람은 물 중독으로부터 안전할까. 아래 사례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 준다. 

2007년 1일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지역 방송국. ‘아침의 광란’이란 프로그램의 녹화가 한창인 가운데 세 아이의 엄마인 제니퍼 스트레인지(28)가 힘겹게 마지막 물잔을 들이켰다. ‘물 마시고 소변 참기’라는 엽기적인 게임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3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고 15분마다 제공되는 물을 모두 마셔냈다. 1등을 차지하면 가정용 게임기 ‘위’를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 7.5ℓ의 물을 마셨지만 안타깝게 최종 성적은 18명 중 2등이었다. 게임이 끝난 순간 그녀는 쓰러졌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연신 구토를 했다. 결국 그녀는 그날 자기 집에서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물 중독사였다. 

●급하게 마신 물… 부정맥에 뇌부종 불러 

물을 많이 마시면 죽음에 이르는 이유가 뭘까. 신체에 다량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되면 우리 몸 체액 속에선 나트륨 등의 전해질 농도가 급격하게 옅어진다. 그러면 체액과 정상적인 세포들 간 삼투압 차로 ‘수분의 이동’이 일어난다. 옅은 농도의 체액이 모세혈관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우리 몸에 부종이 생기는데 흔히 ‘물을 많이 마셔 얼굴이 부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경우다. 

부종은 위치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부위가 뇌다. 뇌는 폐쇄된 두개골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풀어오르는 만큼 뇌압이 증가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순히 머리가 아픈 정도지만 많이 부으면 혼수상태나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전해질 불균형은 치명적인 심장부정맥(심장박동이 분당 60∼80회의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고르지 않게 뛰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 중독 때문은 아니지만 지난달 13일 경기 도중 쓰러진 K리그 신영록(24·제주유나이티드) 선수도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부정맥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물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물 먹기 대회를 마치고 사망한 스트레인지처럼 7ℓ 이상을 마시면 죽게 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체질이나 몸집, 몸 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스트레인지가 나갔던 물 먹기 대회만 해도 다른 참가자들은 포만감을 호소했을 뿐 이상이 없었다. 

어쨌거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과원 관계자는 “요즘처럼 더울 때 심한 운동을 하고 나서 한번에 많은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면서 “이미 땀으로 전해질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수분까지 다량 들어오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되도록 시간당 1ℓ 이상의 물은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물 대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물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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