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2015년부터 '법의학 자문위원회' 검시에 참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신원 미상의 변사체로 발견된 이후 한달여가 지나서야 신원이 확인되며 질타를 받았던 검찰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그동안 변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검시 제도의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전면 개정해 지난 15일부터 전국 청에 시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법의학 전문가의 검시 참여 필요성 및 검시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 이를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앞으로 신원 미상의 변사체 또는 타살 의심 변사체, 대규모 인명사고를 '검사의 직접 검시 대상'으로 명시하고 그 외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직접 검시한다는 방침이다. 검사의 직접 검시 대상을 확대·명시하고 변사가 발견되는 대로 검사가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등 직접 검시를 강화한다.

아울러 검사가 직접 검시하는 경우 법의학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 법의학 교수나 의사 등 전문가들로 법의학 자문위원회를 구성, 오는 2015년부터 검시에 참여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등 전문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위원회가 참여하도록 하고, 예산과 인력풀을 고려해 앞으로도 참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변사체 검시는 법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요구되지만 현재 검시 단계에서는 법의학 전문가가 전혀 참여하지 않고, 부검 단계에 이르러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는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가 관여하는 실정이다.

경찰이 지난 9월 검시관 제도를 도입해 전국에서 총 71명의 검시관이 활동하고 있으나 법의학 전공 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검찰은 사고 현장에서 신속한 검시가 필요한 다수 인명피해 사건의 경우 현장 검시소를 설치하는 등 검시종합계획을 수립,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사체를 인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사사건 처리에 있어 '단 한명의 범죄도 암장시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무거운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재하기자 jaejae32@







OECD 국가중 사인통계 정확도 상당히 낮은 수준…검시제도 낙후·법의학자 태부족




[라포르시안]  통계청에서는 해마다 전년도의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한다. 


여기에는 전년도를 기준으로 통계법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읍·면·동사무소 및 시·구청(재외국민은 재외공관)에 접수 된 사망신고서를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주요 사망원인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을 기초로 통계화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사망원인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R코드로 분류되는 '달리분류되지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에 의한 죽음, 즉 원인불명의 죽음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R00부터 R99까지 구분되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 사인에는 각종 순환계통 및 호흡계통을 침범한 증상 및 징후, 원인미상의 질환이나 통증, 미상 및 상세불명의 병인 등이 포함된다. 





"높은 원인불명 사망률, 억울한 죽음 만들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도"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26만6,257명 중에서 '달리분류되지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으로 사인이 분류된 사망자가 2만4,566명에 달한다. 

지난해 사망원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인 악성신생물(각종 암질환)에 의한 사망은 총 7만6,621명으로, 원인불명의 죽음은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통계청은 사망원인 순위를 발표할 때 '원인불명'의 죽음이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이를 사망원인 순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지난해 원인불명으로 처리된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9.2%에 달한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사망원인통계에서 사인이 달리 분류 되지 않은 증상 및 증후(R코드)의 비율이 9~10%에 이르는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1~2%에 불과하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2008년 발간한 '사망원인통계 자료 보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R코드로 분류된 사인이 1.1%였고, 영국은 2005년 기준으로 0.2%, 캐나다는 2004년 기준 1.18%, 그리고 미국은 2005년 기준 1.31%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사망원인통계에서 R코드로 분류된 사인은 10%를 웃돌았다. 

이 같은 차이는 우리나라 사인통계의 제도상 허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역별 의료자원의 부족과 불균형으로 인해 의사에 의해 발급되는 사망진단서(또는 시체검안서) 이외에 일반인에 의한 '인우증명서'로 갈음할 수 있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모든 사망확인을 의사가 하도록 되어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인우증명서 갈음은 사인통계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노쇠 사망은 노인 사망에 해당하는 사인으로서, 노인 사망은 인우증명서에 의한 신고가 많다"며 "이는 사인통계의 불명확한 사인 비율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보완자료에 의한 보완시 노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순환기 및 호흡기계통질환으로 사망분류사들이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통계청은 주요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할 때 R코드로 분류되는 원인불명의 사망에 대해서는 제외시킨다.




높은 원인불명 사망 비율은 억울한 죽음을 만들 수도 있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높다. 

선진국에서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시해야 할 죽음의 종류를 법률로 정해 명백한 병사 이외의 모든 외인사의 의심이 있는 죽음은 변사체로서 반드시 경찰에 신고토록 해 죽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신고된 변사체의 경우 검사가 반드시 조사하도록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검시의 대상이 되는 사망의 종류가 정해져 있지 않은 탓에 검시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1년 펴낸 <형사정책연구> 봄호에는 '국가간 ‘불명확한 사망원인’요인과 검시제도가 사망원인통계품질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사인불명 시 또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나 검역전염병에 전염되었거나 전염된 의심이 있는 시체 등’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내지 검역법 등에서 사법부의 관여 없이 행정기관이 실시할 수 있는 행정검시절차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무연고자 시체의 처리 이외에는 사실상 행정검시제도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학자 절대적으로 부족 

또 다른 문제는 검시제도 운영에서 중요한 법의학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올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법의학 교육을 받은 정식 법의학자는 국민 100만명 당 1명 꼴인 50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7만명당 1명, 미국의 15만명당 1명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사정히 이렇다보니 2013년 기준으로 한 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되는 부검 건수는 약 5,300건에 이르지만 소속 법의학자의 수는 고작 23명에 불과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검시 집행 책임은 검사가 담당하고 집행은 경찰관, 실무는 의사, 변사자 부검 여부 판단은 판사가 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와 업무협조가 어렵다.

경찰이 올해 7월 말 ‘경찰 검시관’에 대한 증원을 발표했지만 전문의사가 아닌 보건계열 전공의 7~9급 일반직으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신을 부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복지부 또한 전공의 양성에 지원하는 비인기, 기피의학 전공 분류에 법의학이 포함되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법의학자의 수요에 뒷짐을 지고 있다"며 "부검 의뢰는 매년 5~10%씩 증가하는 추세에 비해 법의하자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








최근 5년간 중요미제사건 3200여건 중 329건 해결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1 2007년 10월 강원도 화천의 산골마을에서 70대 노파가 둔기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칫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 사건은 노파가 피살된 지 10여 일 뒤부터 2011년 1월 중순까지 집으로 배달된 7통의 협박성 편지가 단서가 돼 용의자를 특정, 범행 5년 만에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2 2004년 12월 대전 동구 대성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문모(당시 42세)씨가 10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여러 방면으로 수사를 확대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결국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 있던 칼집을 감은 테이프 안쪽 접착면에서 쪽 지문이 발견돼 8년 만에 사건이 해결됐다. 

#3 2004년 3월 서울 영등포 일대에서 8차례에 걸쳐 다세대 주택 화장실 창문을 뜯고 들어가 식칼로 피해자들을 위협해 강도강간을 저지른 피의자 A씨가 지난 1월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는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현장에 지문을 남기고도 10여 년간 경찰 수사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이 사건들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던 장기 미제사건들이다. 당시에는 수사기법 등이 발달하지 않아 오랫동안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다가 최근 경찰청의 '미제사건 전담팀'에 의해 해결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을 해결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더욱이 최근에는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범죄부터 신종범죄까지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범행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범행현장을 고의로 훼손하는 등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 범죄는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증거 중심의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담당 수사관들의 노력과 첨단 수사기법, 장비의 도움으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9월 강·절도 미제사건 697건 중 현장지문 재검색을 통해 9년 전 여자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한 야간 강도상해 사건 등 385건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를 일선 경찰서에 통보해 110명(범행당시 미성년자 89명, 성인 21명)을 검거했으며 148건은 수사 중이다.

현장지문 재검색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385명 중에는 미성년자가 194명으로 전체 신원확인 대상자 중 가장 많은 50.4%를 차지했다. 이어 성인 140명 36.4%, 외국인은 51명으로 1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문 발견 이후 검거 기간은 2주 이내(58건, 53.9%)가 가장 많았다. 2주~1개월 이내(28건, 25.9%), 1~2개월 이내(11건, 10.1%), 2개월 이상(11건, 10.1%)이 뒤를 이었다.

또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미제로 남은 3032건에 대한 지문 재검색을 벌여 지난 7월말 기준 1143명의 신원을 밝혀냈고 329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이런 과학수사는 195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분리·신설되고 1963년 시·도경찰국 수사과에 '감식계가 신설되면서 기틀이 마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1999년 지문계와 감식계가 통합된 '과학수사과'가 신설되어 지금의 '과학수사센터'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지문감정이나 족 흔적 감식, 몽타주 수배 등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지문 분석과 유전자(DNA) 분석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중반까지도 감식이 어려웠던 지문의 극히 일부나 훼손된 것을 분석하는 '쪽 지문'과 머리카락, 침, 땀 심지어 대소변까지도 용의자의 흔적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된다. 

특히 'DNA 분석'은 동남아인이 연루된 살인 사건에서 DNA만으로 피의자의 국적을 정확히 맞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용의자의 종족이나 피부색 등은 물론 동식물의 구체적인 개체 식별도 가능하다. 

또한 ▲핏방울의 위치와 크기 등을 토대로 범행을 재구성하는 '혈흔형태 분석' ▲손바닥 지문을 활용하는 '장문 분석' ▲범인 추적과 용의자 구별에 개를 이용하는 '체취증거 기법' ▲CC(폐쇄회로)TV 영상 속 걸음걸이 특징을 분석하는 '걸음걸이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곧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과학적 수사 기법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파일링'도 있다. 이 기법은 범죄 현장과 유·무형의 증거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 관련자 진술 분석, 지리학적 연관성 분석 등을 종합하는 다차원적인 수사기법이다. 부산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해 사건인 김길태 사건, 제주 여자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도 프로파일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날로 지능화돼 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 도입하고 있다"며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범은 끝까지 재검색해 범인을 반드시 검거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믿는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 피해자의 한(恨)을 풀어주기 위해 지능범들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과학수사팀은 "정확한 현장감식을 위해서는 피해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112나 가까운 파출소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물 취식, 침 뱉는 행위를 삼가고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CCTV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므로 상점 등 각 업소에서는 정기적으로 CCTV 작동상태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정확한 현장감식과 CCTV자료 확인을 통해 범인이 조기에 검거될 수 있도록 증거보존에 대한 주민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dios1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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